[Review] 비가시화된 노동 - 연극 알바의집, 배로나르다

글 입력 2024.08.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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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알바의집, 배로나르다 공연 포스터 이미지.jpg

 

 

지난 9일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연극 ‘알바의집, 배로나르다’가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공연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하는 이 연극은, 원작이 주목하지 않았던 ‘노동’에 집중한다. 무척이나 더웠던 지난주 일요일, 연극 ‘알바의집, 배로나르다’를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길에서부터 안전모와 장갑을 낀 채 공연 설비 점검에 몰두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들은 무대 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한다. 노동하는 배우들의 모습 중간에, 누워있는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열심히 노동하는 배우들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다.

 

연극 제목이 시사하듯, 이 연극은 우리 사회에서 ‘알바’라 불리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 요식업체, 배송업체, 키즈카페 등 청년들의 노동 공간은 다양하다. 연극은 중심 사건 없이, 여러 청년 알바들의 현실을 다양한 이야기와 결합해 산발적으로 보여준다. ‘갑’의 감시하에 이루어지는, 비가시화된 노동들. 익히 들어봤을 법한, 식당에 끊임없이 울리는 배달 앱 알림 등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청년들의 노동이 우리의 현실임을 상기시켜 준다.


갑과 을, 소유하는 자와 노동하는 자의 경계는 명확하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설 점검을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안전모를 쓴 배우들과, 무대 중앙에서 그저 편하게 누워만 있는 배우가 대비되듯이 말이다.

 

연극 초반, 누워있던 배우는 ‘환웅’이 되어 곰과 호랑이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린다. 이후엔 요식업체 알바들이 등장하고, 배달 앱 알람 소리를 들으며 그에게 산타 복장을 입힌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알바의 노동에 기대어 편하게 옷을 입는다. 이후엔 수많은 루돌프가 등장한다. 배송업체 알바, 택배 기사, 배달 라이더를 연상시키는 루돌프들은 그의 지시에 맞추어 바쁘게 뛰어다닌다. 산타 역할의 배우는, 이번에도 역시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편하게 앉아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청년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 연극은, 반지하, 인터넷 강의, 서비스직 종사자를 향한 갑질 등을 보여주며 다양한 청년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흔하게 여겨지는 노동들. 연극 ‘알바의집, 배로나르다’는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그 노동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하찮게 취급되어 은폐되고 비가시화된 노동인 알바. 그래서일까, 연극을 보고 나면 이렇게나 많은, 다양한 알바 노동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한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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