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안정한 시대에서, 불완전한 사람들의 논쟁 -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글 입력 2024.08.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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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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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무엇일까? 신은 과연 존재할까?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에서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유신론자, C.S. 루이스가 만나 논쟁을 벌인다. 영화의 시작과 끝,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내내 삶, 죽음, 그리고 신의 존재에 대해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또 반론한다.


나 또한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어떻게 반대되는 인물들의 주장을 잘 드러내며 관중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대립하는 주장을 펼치는 두 인물이 결국 누구의 말이 옳은지 가려내기 위해 대결하는 느낌이었다. C.S. 루이스는 한결같이 유신론을 주장하였고 프로이트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두 인물이 서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나아가 그러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처럼 느껴져 새로운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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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C.S. 루이스, 프로이트의 딸 안나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등장과 함께 그의 딸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39년 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 직전으로, 전쟁과 관련된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안나 프로이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대신 나치 독일에 끌려가 있던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프로이트가 나치 독일을 피해 런던으로 오기 전 안나는 집으로 찾아온 나치에 끌려갔다. 안나가 감옥에서 느꼈을 긴장감과 두려움, 그리고 자신을 대신해 끌려간 딸을 애타게 걱정하고 있었을 프로이트의 마음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이러한 점에서 보아 프로이트의 무신론은 그를 둘러싸고 있던 상황에 의해 형성된 믿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이 존재했다면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프로이트는 신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직접 전쟁에 참전하고 이후에도 PTSD를 겪는 C.S. 루이스는 그에게 ‘신은 존재한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더 몰입해 볼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는 그가 참전했던 전쟁에서 동료를 잃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때의 기억에서 멀어지지 못한다.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신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는 루이스의 모습이 나에게는 신기했다.


루이스는 또한,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가 된 이이며 그가 쓴 책 <나니아 연대기>에는 그가 신을 생각하는 믿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저서를 읽은 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와 반대되는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나는 루이스를 보며 사람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큰 고통,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의 존재를 더 믿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프로이트와 비슷하지만, 다른 그의 생각을 들으며 어쩌면 루이스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길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두 인물의 논쟁에 대한 답은 그들의 대화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루이스가 프로이트의 집을 나선 후, 그가 몸을 실은 기차 안에서 그 답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루이스가 꿈을 꾸며 자고 있을 동안 기차는 하나의 길로 들어선다. 두 갈래로 나뉜 기찻길이 하나의 길로 쭉 뻗어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이 장면이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인물들이 종국에는 같은 바람, 즉 ‘사람의 삶’을 고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프로이트와 루이스. 그들은 모두 불완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삶, 죽음, 신에 대해 생각하고 또 논쟁을 이어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삶과 죽음,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하는 인물들은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이어 나가는지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논쟁으로 들여다본 영화였다.

 

 

[김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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