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기억하는 여러 가지 방법 [게임]

게임 <페치카>가 제작된 이유
글 입력 2024.08.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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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조선도, 러시아도, 일본도 전부 '당신들의' 조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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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치카'는 2020년에 출시된 어드벤처 게임으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조선인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표트르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표트르 세르게예비치 벨로프 또는 백규영은 러시아 국적의 조선인 남성이다. 그가 어릴 적 도박에 빠진 그의 아버지가 빚을 갚으려 어린 표트르를 팔아넘겼다. 그때 기적적으로 최재형에게 구해진 표트르는 그를 은인으로 생각한다.

 

조선도, 러시아도, 일본도 그 어느 땅도 자신의 조국이었던 적 없던 표트르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더 고독한 이방인이 되어갈 뿐이었다.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일 수 없었던 그는 자유라는 한 줄기 희망을 얻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손으로 다섯 명의 사람을 살해해야만 한다. 사실 그의 표면적인 직업은 통역사이나 실제 직업은 일본 총영사관 소속의 비밀 요원이다. 친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 때문에 1905년부터 일본 총영사관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페치카 공식 트레일러 유튜브 영상'

 

 

비극적이게도 니헤이의 암살 대상 5명에는 표트르의 은인이었던 최재형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임은 주인공 표트르의 내면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상,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 등을 재조명한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표트르라는 낯선 가상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그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곳에서 살았던 한인들, 독립운동가들, 러시아인들의 관계를 통해 우리조차 잘 몰랐던 낯선 땅에서의 독립 운동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진행은 표트르, 즉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그에 따르는 결과 또한 달라진다. 그만큼 플레이어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선택이라 인지하지도 못하는 순간에도 그 선택에 따른 결과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하다. 작은 휴대폰 화면 속 터치 몇 번으로 정해지는 삶은 가벼워 보일진 몰라도 묵직한 인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 삶 속에서도 몇 번씩이나 스쳐 지나갔던 이 질문은 그때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 러시아 국적의 조선인 남성을 통해 떠오른다. 표트르라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왜 제작자가 표트르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것이다. 이는 결국 '표트르가 누구를 상징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표트르는 게임 플레이어에 의해 출근길 지하철 속 몸을 맡긴 한 직장인이 될 수도, 늦은 밤 침대에 누운 어린 학생이 될 수도 있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게임에 접속한 어느 누군가일 수도 있겠지. 표트르는 각자 다른 목적으로 접속한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표트르는 그 세계에 접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본인이다. 플레이어는 수동적으로 살아가기를 거부했던 이의 삶을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개척해 나간다.


'페치카'라는 다소 낯선 게임명은 독립운동가인 최재형의 별명으로부터 유래됐다. '페치카'는 재러 한인들 사이에서 '난로'라고 불리우던 최재형의 별명으로, 그가 생전 어떤 사람으로 주변인들에게 기억됐는지 잘 보여준다. 게임 속에서는 중심인물인 최재형 외에도 실제 독립운동가의 캐릭터가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위종, 홍범도, 여운형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MazM: 페치카> 김효택 대표 인터뷰 영상 @디스이즈게임

 

 

게임의 제작사인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실제 독립운동가분들의 캐릭터를 제작할 때 공백의 어려움을 겪었다 밝힌 바 있다.

 

역사 속 최재형의 기록에는 그의 일대기만 있을 뿐 그 안에는 스토리도, 심리묘사도, 플롯도 없었다. 때문에 최재형 대표는 표트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실제 역사적 배경을, 그곳에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 게임 안에는 이러한 그의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어느 순간 플레이어는 표트르를 보며 '저 사람의 삶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수십 번, 수백 번씩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우리 삶의 단면과도 닮아있었다.

 

우리가 몰랐던 시대와 역사를 알고, 결국엔 나를 찾아간다는 사실이 게임의 결말을 본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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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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