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에게.

안녕. 그 곳의 날씨는 어떤가요?

비가 오후 내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잠깐 오다 그쳤어요. 우산을 챙겨가긴 했지만 조금 걸어야 하는 일정이라... 이왕이면 갠 날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꽤 감사했던 하루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신은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워낙 바깥활동을 즐기는 터라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시를 쓸 때면 자연스럽게 장마의 표현을 빌려오게 돼요. 좋아하지 않는 척을 하면서 실은 아끼고 있는 걸까요.

올해도 벌써 반 이상이 훌쩍 지났어요. 시간이 빠르다는 말이 너무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참신한 비유가 잘 떠오르지 않아요. 당신이라면 멋진 문장으로 놀라게 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닿아본 적 없는 거리가 너무도 아쉽게 느껴지네요.

어김없이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얻은 계절이었던 것 같아요. 새롭게 가까워진 이들이 생겼고, 책을 하나 완성해가는 중이고, 건강한 식사를 자주 했거든요.

독서에도 열심을 다했어요. 참, 당신도 책 소장의 욕심이 있는 편인가요? 저는 그렇거든요. 최근에도 책을 너무 많이 산다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도 해요. 학교 도서관은 자주 가도 우리 지역 도서관에 머무를 생각은 잘 못했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더 좋더라고요. 회원증도 이번에 만들었답니다.

가족들은 다 건강해요. 방학이다 보니 거의 매일 다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하고, 또 다투기도 해요. 이런 사소함들이 곧 다시 그리워지게 되겠죠. 늘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데 생각만큼 잘 안 돼요. 그래도 눈에 띄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뼘 자랐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성장에는 끝이 없음을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대학생이 되면 어른에 가까워지는 줄 알았거든요. 아직 한참 어리다는 걸, 오히려 대학생이 되어서 알았어요. 참 신기한 일이에요. 나이의 숫자가 점점 높아지는데, 스스로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척도도 그와 비례한다는 것이.

언제쯤 잘 살아낼까요? 그대는 잘 살아내고 있나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삶의 기준은 내가 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혹시 그곳에 사는 그대의 삶이 생각만큼 화려하거나 빛나지 않더라도, 혹은 정말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앉아 있더라도. 꾸준히 좋아하던 영화의 한 대사처럼 하수구에서도 별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요.

어디에 위치하는지보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니까요. 그리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잘 해내고 있을 거라고. 지금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일구어 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첫 줄부터 먼저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뿐이야.

너는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기억해. 이미 여러 번의 파도를 잘 헤쳐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사실 그 파도를 불러온 것도 스스로였음을, 나를 더 아껴줄수록 항해는 완만할 수 있음을 기억해.

기대하며 계속 나아갈게.

미래의 나에게.

202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