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은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다 -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영화]

글 입력 2024.08.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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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참으로 도발적이고 민감한 인류의 난제 중 하나를 정면으로 돌파해서 다룬 매력적인 영화다. 또한 요즘 내가 제일 관심 있어하는 주제였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게 관람을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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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단순히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대립만이 아닌 인간의 삶 전반에 놓인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을 폭넓게 다루었다.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펼쳐진 ‘신’의 존재에 대한 담론은 장장 2시간 동안 나의 무신론적인 관점에서 유신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인간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


 

‘신의 존재’와 ‘종교’를 주제로 유신론자인 C.S. 루이스와 무신론자인 프로이트가 벌이는 담론은 철학적, 신학적, 그리고 인간적 고민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유신론자인 C.S. 루이스는 대개 신앙과 종교적 경험을 통해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이들은 신앙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한다. 반면, 무신론자인 프로이트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윤리적이며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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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주제는 평소에 생각해 보았을 법하지만 막상 ‘신’과 ‘종교’는 너무나도 민감한 주제이기에 정작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를 통해 내면에 존재했던 갈증을 간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고 단순히 신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것을 넘어, 믿음, 도덕,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등 관객을 사유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점 또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이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프로이트가 이 모든 전쟁 또한 ‘신의 계획(God’s Plan)’이냐고 반문하는 장면이었다. 무신론자인 나에게 있어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전쟁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C.S. 루이스의 대답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 것이고 전쟁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일으킨 ‘죄’라고 말했다. 유신론자의 입장에서의 자유의지가 어떠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 나약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 나약하다’이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유신론과 무신론을 구분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은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유일한 확실성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한없이 나약해지고, 그 나약함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나약함을 극복하는 방안 중에 하나가 종교이다. 신의 존재와 천국과 같은 이상적인 사후 세계를 꿈꾸는 것은 곧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신의 존재를 인정, 또는 부정하게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프로이트는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불평등하다.'라고 말이다. 자신의 손녀가 어렸을 적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던 것을 말하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장면 또한 압권이었다.

 

 

 

프로이트는 결국 신을 믿고 싶었던 건 아닐까?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프로이트가 결국 조력 자살로 삶을 마감하면서 죽음의 순간까지도 유신론을 거부하고 대항했다고 본다. 대다수의 종교에서 죄악으로 삼는 것이 바로 ‘자살’이고 스스로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삶의 마지막까지 신의 존재에 대항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투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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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서재에는 종교적인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보면 죽을 때까지 신의 존재와 종교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만연한 부조리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신을 믿고 싶었던 건 아닐까? 초월적 존재만이 근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교를 탐구했지만 결국 무신론자로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인간은 오류 속에서 온전한 진실을 찾아간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확신했다. 나는 평생 무신론자로 살아갈 예정이라는 점을. 그러면서도 유신론, 무신론 모두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은 인상 깊었다.

 

신의 존재를 주제로 한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담론을 다룬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 철학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관객은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각자의 신념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감동을 선사했다.


어렸을 적 내가 간혹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가 있기를 바랐던 것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대해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지를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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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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