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편함을 현대 사회의 노동과 잇다, 연극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

고전에서 찾아낸 부조리함을 노동과 잇다
글 입력 2024.08.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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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라는 타이틀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기존의 작품, [베르나르다 알바]와 관련이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극중에서는 원작에 있던 장면을 일부 차용하는 식의 방식으로 원작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 같다.

 


02-알바의집, 배로나르다 공연 포스터 이미지.jpg

[알바의 집, 배로나로다]의 포스터.

자본주의의 상징적 작품, 제프 쿤스의 작업이 산산히 부숴져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 그 중에서도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에 주로 주목한다. 요식업체, 배송 및 물류업체, 키즈카페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소위 말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를 기워내듯 다채롭게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연극을 보며 관객까지도 힘들게 만드는 장면이 다수 등장했으나, 얘기하려는 바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난 후에는 오히려 관객까지도 힘들게 만드는 장면들의 구성, 그리고 단차 없는 무대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나, 그리고 주변인들의 경험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니만큼 관객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와닿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공연을 보며,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던 시기를 추억했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하며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던 때, 카페 아르바이트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변변한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었기에 면접을 볼 기회를 얻는 일 조차 없다시피 한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모 찻집의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학교 커뮤니티의 글을 발견했다. 초보도 지원 가능하다는 말에 급하게 이력서를 넣고, 자취방에서 1시간 가량 걸리는 찻집으로 달려가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본 후, 이 곳은 원래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데 괜찮겠냐는 말을 돌려서 물어보았다. 그래도 괜찮다면 함께 일하겠다는 말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곳에서는 반 년 정도 근무를 했지만, 아르바이트 경험이 제법 생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일이 많았다. 예고 없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늘리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한 주에도 주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사장의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나조차도 이것이 잘못된 것인 줄 몰랐고, 후에 제대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업장에 들어가서 일하며 이것이 부당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중에서는 요식업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도 나를 포함한 수많은 친구들이 생활비와 학비, 재료비를 벌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안쓰러운 마음도, 괴로운 기분도 느껴졌다.

 

노동의 문제는 어째서 산타의 썰매를 끌던 순록들부터,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까지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자본의 톱니바퀴 중 하나로 기록조차 되지 않는 곳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위에 썼던 나의 사례는 아주 미약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는 그러한 나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주는 것만 같았다.

 

여지껏 내가 하던 노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세상에 부당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님을, 그렇기에 더욱 목소리를 내야함을 연극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에 알려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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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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