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적인 대화의 시간 -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스크린으로 옮겨진 무대, 그리고 배우의 힘
글 입력 2024.08.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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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2024.08.21 개봉

드라마 | 1시간 50분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관한 20세기 대표적인 두 지성의 논쟁. 스토리라인도 없고 명확한 주제도 없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앉아서 화면을 들여다봤을 뿐인데 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락이 배제된 영화가 주는 다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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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연극 형식이 스크린으로 옮겨왔다는 것도 특징적이었다.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대화를 나누는 곳은 프로이트의 집. 외부에 있는 다른 인물은 대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잠시간의 장소 전환과 플래시백은 둘의 대화(혹은 논의)소재로 확장하는 성격에 한정된다. 제한적인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지루하지 않은 데에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했다.

 

영화에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본인의 사상이 확립된 두 지성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지적인 대화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사유가 흘러간다. 포스터에는 '세기의 논쟁'이라고 적혀있는데 프로이트가 주는 무게나 어려운 느낌을 내려놓고 봐도 괜찮다.

 

극적인 장치 대신 두 인물을 통해 어렵지 않은 말과 표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게 만든 연출로 무게를 덜어내고 사이사이 작은 유머 코드로 쉼표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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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아닌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는 컨텐츠가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과거 플래시백이 등장한다.

 

두 사람의 과거사는 현재로 이어지고 어느 부분에선 일견 둘의 삶이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프로이트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환상적인 장소가 등장하며 화면이 전환될 때는 특히 영화만의 매력이 살아난다. 허구적인 공간이지만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 이해가 쉽고 빠르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주변 인물, 프로이트의 딸 안나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한다. 사회생활을 하고 다른 인물과 관계를 맺고 아버지를 위해 약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 안나만의 스토리도 있고 안나를 통해 프로이트의 캐릭터를 다른 부분에서 생각하게 되는 요소도 생긴다.


보는 동안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흐르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하니 모든 게 촘촘하게 짜여있었다.


관객들은 유신론자나 무신론자 둘 중 하나이고 종교나 신에 대해서 저마다의 의견을 가지고 극중 프로이트나 루이스 입장에 기대어 이야기를 보게 된다.

 

다만 기복 신앙의 문화가 강한 한국인이 보는 신과 종교와 서양의 기독교 문화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관객이 기독교 문화권이냐 아니냐도 감상에 차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프로이트의 아버지는 엄격한 유대교이고 프로이트를 돌보는 유모는 기독교인데 유모가 프로이트를 데리고 교회에 가거나 기독교임이 들켜 내쫓기는 와중에도 기도를 얘기하는 모습은 동양의 무신론자가 보았을 때 정말 남의 이야기였다.

 

프로이트의 사상을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보고 나니 서양의 종교 문화를 잘 알고 있더라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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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수식어나 키워드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 달리 영화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해도 생각할 거리를 쉼 없이 던져주어서 편안하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현실에 실시간으로 존재하는 연극의 특성을 가져와서 영화적 표현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도, 영화를 채우는 배우의 힘도 좋아서 만족스러운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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