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바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

글 입력 2024.08.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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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은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우리는 매일 아르바이트생을 마주하며, 그 많은 숫자만큼이나 이유도 다양하다. 여행 경비를 위해서, 학비를 위해서, 경력을 위해서 또는 취업 준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서, 청년들은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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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신작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는 현대인의 노동 형태 중 하나, 특히 청년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원작으로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였다. 재치있게 바꾼 제목처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마을에서 일어난 과부와 딸들 사이의 비극이라는 원작 이야기는 최소한의 스토리를 위해 이용될 뿐 주된 내용은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것이다.


극은 인류 역사 속 다양한 문화원형을 변형시켜 가져오면서 특유의 연출과 함께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건넨다. 처음은 단군신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연장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직 노동자의 연기로 시작한다.

 

이후 단군신화는 조금 변형되어, 쑥과 마늘이 아닌 피자와 콜라를 100일간 먹으라는 지시가 있게 된다. 그 ‘피자’는 유희적으로 ‘허리 좀 피자’와 같이 현대인들이 주문하는 다양한 형태의 피자로 연결되며, 이는 다시 전 세계에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산타클로스와 그 루돌프 무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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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 장면은 뚜렷한 플롯을 따라 기승전결로 연결되지 않고, 그런 서사적 내용은 극이 흘러가기 위한 최소한의 연결고리로만 작용한다.

 

즉, 각 장면의 문화원형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은폐된 노동의 흔적을 수면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요소일 뿐이다. 그 노동은 서사에서 주인공이 행하던 노동이 아닌 조연 혹은 이름없는 인물들의 노동이다.


특히 연극이 이러한 끝없는 노동, 불가항력적인 노동을 나타내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 방식은 반복이다. 루돌프가 전세계의 언어를 끊임없이 외치고, 놀이동산에서 손님들을 위해 군무를 계속 되풀이하는 등 반복적인 노동 행위로 고단함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연극은 청년들의 끝없는 아르바이트직 노동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든 장면에서 등장하여 일을 했던 한 주인공은 결국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 연출과 과정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오히려 노동의 가치를 절하하고 노동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다.

 

아르바이트 역시 정당한 노동을 통해 대가를 받는 사회 활동으로서, 개인에게는 노동의 경험과 대가를, 사회에게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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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극이 이처럼 아르바이트 노동을 강조하여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 현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하기 위해서다.

 

물론 아르바이트는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보상과 노동의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는 자신의 희망 직무와 관계없는 경우도 많으며, 한편으로 정규직을 갖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약없이 일용직을 전전해야 하는 일부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여 보듬어야할 사안으로, “알바의 집, 배로나르다”의 주인공들이 연극 자체의 노동적 성격을 강조하면서까지 보여주어야했던 것이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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