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몰타의 유대인

글 입력 2024.08.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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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말로'의 그로테스크 코미디


'바라바스'가 광기 가득한 '죽음의 파티'에

당신을 초대한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 히트작 [몰타의 유대인]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비견되지만 사실 둘은 전혀 다른 작품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이 사회로부터 받는 부당한 차별에 분개해 나름의 복수를 꾀해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모든 것을 빼앗기는 이야기이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우정에 밀려 쓸쓸히 퇴장할 뿐이다. 그에 반해 [몰타의 유대인]의 주인공 바라바스는 그 당시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해 가졌던 모든 혐오와 차별을 모아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전형적인 악인이다. 그는 돈밖에 모르며, 자신의 돈을 뺏은 사람에게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하고, 딸까지도 자신을 배신하면 가차없이 죽여버린다. 모두가 그를 혐오하면서 조롱하는 만큼 그는 세상을 혐오하고 파괴한다.

 

르네상스 시대 무대에서 바라바스는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이었고, 셰익스피어의 어떤 주인공도 그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몰타의 유대인]에서 바라바스는 그 당시 사람들이 마음껏 조롱하고 혐오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바라바스가 저지르는 모든 사악한 짓들로 인해 관객들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의 죽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즐거움 속에서 바라바스가 당대 영국과 유럽 사회에서 엄청난 차별을 견디고, 부당한 대접을 받으며 쫓겨다녔던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지워지거나 또는 또렷하게 강조되었다.

 

무대 위 바라바스의 악행을 보며 관객들은 일상에서 스스럼없이 행하는 차별을 마음껏 정당화했겠지만 그의 악행과 더불어 무대에 펼쳐지는 기독교인들의 위선과 살인, 탐욕에 대해서는 그저 코미디일 뿐이라며 이해해 주었다. 사백 년이 지난 지금,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고 팔레스타인 학살을 보고 있는 지금의 우리는 이 연극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Synopsis] -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 사는 유대인 바라바스는 튀르키예에 조공금을 바치지 못한 몰타의 지배층에게 모든 재산을 어이없이 빼앗긴다. 하지만 딸을 이용해 숨겨놓은 재산을 되찾고 자신의 재산을 가져간 몰타를 상대로 복수극을 벌인다. 자신과 뜻이 맞는 튀르키예 출신 노예 이싸모어를 사들여 함께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던 바라바스는 자신을 배반하고 기독교로 개종해 수녀가 된 딸 아비게일과 수녀원에 함께 머물던 다른 수녀들까지 모두 독살한다. 이후로도 자신의 비밀을 아는 수사를 죽여 버리고, 이싸모어가 자신을 배신하자 그도 죽여 버린다. 하지만 바라바스의 악행은 들통나버리고, 이제 바라바스는 마지막 계획을 위해 숨겨둔 독약을 꺼내든다.


[기획의도] - 여기, 오늘, 왜 바라바스가 다시 무대 위를 활보하는가.

 

[몰타의 유대인]은 혐오와 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바라바스를 돈밖에 모르는 유대인이라고 혐오하면서도 모두가 그의 돈을 경외시한다. 지금은 바라바스의 16세기보다 훨씬 더 부의 편중화가 심화된, 나 그리고 우리와 다른 타인에 대한 혐오가 들끓고 있는 21세기이다. 몰타라는 작은 섬에서 바라바스가 자신의 부를 휘두르며 저지르는 악행과 그 돈을 탐내는 이들의 탐욕이 그저 코미디라면, 지금 우리 세상에서 절반의 부를 가진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과 탐욕은 절대 희극이 아니다. 지금 현재,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지구에서 돈만을 움켜쥐려고 애쓰는 것이 무슨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바라바스의 말처럼, 꺼낼 때마다, 만질 때마다, 쓸 때마다, 거기 달라붙은 바라바스가 보일 것이다. 그의 집착과 중독이.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진 세상이.


[연출의도] - 고전에서 지금을 읽는다.

 

[몰타의 유대인]에서 찾고자 하는 우리 현실에 대한 첫 번째 메타포는 '경계와 폭력'이다. 우리는 경계를 짓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우리와 다른 소수를 인정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남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소수의 정체성을 지우고 주류 사회에 통합하려 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철저히 그들을 배제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사용된다. 지금 우리가 이주민을, 성소수자를,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선 등,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이 공연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두 번째 메타포는 '약탈적 자본주의'이다. 역사적으로 약탈적 자본주의는 국가와 정치, 힘과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몰타의 유대인]에는 르네상스시대 제국주의적 국제 관계와 약탈적 자본주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 바라바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비도덕적인 행위를 가차없이 자행하는 헤지 펀드나 거대 자본가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 Christopher Marlowe (1564~1593) -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영국 작가로 영문학사에 미친 그의 영향은 셰익스피어만큼 지대하다. 셰익스피어 초기작들은 그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고 추정된다. 캔터베리의 왕립학교에서 교육받았으며, 케임브리지의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장학생으로 수학했다. 크리스토퍼 말로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근대적 인물들로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과 [에드워드 2세]는 사랑을 위해 국가를 버린 왕이었고,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적 생애]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세상을 더 알고 싶어했으며, [탬벌레인 대왕]은 세상을 전부 갖기 위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다. 1587년에서 1588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탬벌레인 대왕] 1부와 2부는 런던 로즈 극장에서 애드미럴 경 극단에 의해 공연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는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적 생애], [몰타의 유대인]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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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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