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걷잡을 수 없는 시간의 파도를 타고 당신에게

노른자, 넷플릭스, 냉동인간, 야생동물
글 입력 2024.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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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문장을 읽는 당신이 어떤 현재를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행복이 많아진 세상을 살고 있으리라 믿어요. 적어도 그렇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면 늘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달걀의 노른자를 분리하기 위해 미끈거리고 찝찝한 흰자를 직접 만져야만 하는 이 유구한 절차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반복될까? 와 같은 사소한 것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달걀과 닭 사이의 끝나지 않는 우위가 정해진 법칙으로써 존재할까요?


아직도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 또한 존재하겠지요? 한참 전에는 음식을 대체할 알약으로 세상이 떠들썩하곤 했습니다. 극한의 효율이라는 문구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아이디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역시 먹는 즐거움을 인류가 포기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불의 발명으로 뇌의 크기가 커진 인류가 식문화와 함께 발전해 온 것을 보면, 음식은 늘 우리 곁에 자리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화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가끔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가 통하는 시간의 폭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과거의 우리와 원활한 대화를 가정할 때, 그 과거는 얼만큼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 단어가 내포하는 시대적 상황과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오늘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첫 만남부터 알게 되는 엠비티아이는 어떤 형태로 대체되었을까요? 16가지로 인간을 분류하고 단정 짓는 것에 유통기간이 존재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넷플릭스 앤 칠과 같이 의도가 훤히 보이는 대화 스킬은 또 어떻고요. 너무나 당연해서 영원할 것만 같은 것들은 언제나 시간의 파도 속에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는 잠시 동안 거친 파도 속 평온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것뿐이죠.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만 같은 믿음의 열풍으로 냉동 인간을 자처한 사람들은 무사히 깨어났나요? 먼 미래의 후손에 대한 일말의 희망으로 얼음이 되어버린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잘 적응해서 일상에 돌아갈 수 있었나요? 지금 진행형을 띄고 있는 처참하고도 잔혹한 인류의 싸움에는 어떤 결말이 존재하나요?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평화와 선이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저의 바람이므로, 이 마음이 헛된 희망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점차 짧아지던 영상이 길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영상이라고 할 만한 게 아직 존재하나요? 2시간의 영화도, 1시간의 드라마도 길고 지루해 압축과 배속을 반복하던 형태가 결국 광속과도 같은 속도로 흘러가 버렸나요. 아니면 빨라지는 대중 매체와 여전히 1배속으로 유지되는 현실에 인류 전체가 괴리감을 느끼고 싫증을 앓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할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죽은 사람을 땅에 묻곤 하나요? 전통적으로 유구한 장례 절차를 따라 매장을 진행한다면 지금쯤 골프장과 아파트 그리고 무덤으로 인해 산 사람을 위한 땅은 없어질 텐데요. 이것 또한 괜한 걱정이겠지요. 예상과 달리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새로운 장례 절차가 전국적으로 유행할 수도 있습니다.


야생동물이라는 단어는 존재하나요? 이 질문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자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관심이 쌓인다면 동물은 당연히 야생에 존재해야 한다고 모두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야생 동물이라는 말은 자연스레 사라질 테지요. 반대로 동물이 살아갈 자연이 파괴되고 망가져 지구상에서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야생에 존재하는 동물이 모두 사라져 옛 백과사전에만 쓰이는 구시대적 단어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때가 다가온다면 인간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할 것 같지만요. 정말이지 아무도 모르는 일투성이입니다. 우리에게 정해진 것이라고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내가 궁금한 것은 그뿐입니다. 시간의 풍파를 맞고 세월이 지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당연해지지 않을 때가 언제쯤 찾아올지.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나로 존재하는 우리는 변화를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 동일한 하루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커가고 늙어갑니다.

 

그렇다면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고뇌에 빠진 저에게 당신이 미래에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다가와 귓속말로 어떤 조언이나 교훈을 전해줄지도요. 그날이 찾아온다면 제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는 어떠한 신호라도 줬으면 좋겠네요. 아! 하고 눈을 깜박이는 사이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해 있을 수도, 아니면 상상만 해오던 타임머신에 탑승했을 수도 있겠네요. 어찌 되었든 정해진 것은 없고 우리의 세계는 무한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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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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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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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운양파아몬드
    •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오늘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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