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제나 우리 곁에, 랑데부 [사람]

우리 모두에겐 소중한 랑데부가 있다
글 입력 2024.08.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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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랑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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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게 있다. 사실 이번 주는 감명 깊게 본 프로그램이나 작품, 책이 없었고 뛰어난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재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랑데부]

 

랑데부라는 단어를 아는가? 뜻은 정확하게 몰라도 어떤 느낌인지, 혹은 대충 어떨 때 쓰이는 말인지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는 '특정한 시각과 장소를 정해 하는 밀회. 특히 남녀 간의 만남을 이른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 공간에서 만나는 일', '군대나 배가 집결하는 장소나 지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랑데부는 '만남'이다.

 

랑데부는 프랑스어 [rendez-vous]에서 온 표현으로, 두 개의 우주선이 같은 궤도에서 만나 서로 나란히 비행을 할 때와 같은 우주 항공 용어로 많이 사용되었고, 남녀 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도 많이 쓰인다. 이제는 '랑데부'하면 로맨틱한 상황 연출이 먼저 떠올라 괜히 마음도 두근거린다.

 

 

 

나의 삶은 랑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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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랑데부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작가의 '랑데부' 책을 보고 혹해서 빌리게 된 것도 그렇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만남을 거듭하는데, 그 만남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어떤 모임에 들어갔는데 그 모임에서 꾸준히 내 역량을 키워가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랑데부가 감각적으로 크게 와닿는 것 같다. 평소와 다름없는 길을 걸어도 같은 길이 어느 날은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구름의 색이 노을에 의해 옅은 분홍색인 걸 본다던가, 하루는 밖에서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습해서 익숙한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던가, 혹은 혼자 걷던 길을 둘이나 셋이 걷는다던가. 그렇게 매일 다른 시각과 시선으로 만남을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삶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만남의 정서는 달라진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데, 그러면 짧은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여러 감정들을 겪고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울감과 때론 분노가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러면 만남을 회피하고-특히 인간관계를 멀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가장 크다-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감정기복이 꽤 있는 편인 필자 역시 그렇다. 하지만 무턱대고 단절을 선언하고 만남을 거부하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랑데부]

 

필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랑데부는 없다. 사실 수많은 랑데부 중에 '최고'를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13년 째 절친과 매년 있었던 에피소드들, 인간관계로 힘들었던 순간들, 매번 시험에 떨어져 좌절했던 나날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과 함께 했던 활동들, 라디오를 듣다가 공감했던 순간들. 나를 웃고 울게 한 사건들 중에 어떻게 최고를 뽑을 수 있을까. 혹시라도 누군가가 내게 '너의 최고의 랑데부는 뭐야?'라고 물어본다면 그에 대한 답변을 없다고 말하면 대화의 흐름이 중단될 수 있으니 그때마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한 나만의 답변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터뷰하는 게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랑데부를 물어볼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지금은 연락처도 없는 추억 속 친구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 새 학기에 내가 처음으로 용기내서 대각선 뒷자리에 앉아있는 친구한테 했던 말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를 내 최고의 랑데부로 꼽고 싶다.

 

"우리 친구하자."

 

무사히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었는데, 반에 아는 친구는 별로 없고 새학기 첫 날인 만큼 이때 친구 못 사귀면 혼자 다녀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에 먼저 용기를 냈던 것 같다. 덕분에 그 친구와 1년 내내 자주 만나서 놀고 같이 밥을 먹었다. 단순하고 별거 아닌 말 한 마디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 당시에는 그저 어렵게 낸 용기에 불과였는데.

 

 

 

언제나 우리 곁에, 랑데부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흐르는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랑데부가 있을까? 하지만 모든 랑데부를 일일이 캐치하고 기억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힘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볼 만남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노력과 마음이 있다면, 참 행운이고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늘 나의 랑데부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가. 찬찬히 떠올리며 글을 닫는다.

 

우리 모두의 랑데부를 위하여.

 

 

[양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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