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을 보기 전에 알아야 하는 배경지식 총정리

글 입력 2024.08.25 07: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메인 포스터.jpg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영국 문학의 대표 작가,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의 철학적 논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더욱 깊이감 있게 즐기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프로이트와 루이스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아보겠습니다.

 

 

 

프로이트


 

프로이트.jpg

 

 

프로이트는 빈 대학교에서 생리학을 전공한 후, 신경계를 연구하는 무명 생리학자였습니다.

 

그는 결혼 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연구직을 포기하고, 빈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당대에 주목받던 새로운 마취제, 코카인의 효력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프로이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저명한 의사 장 마르탱 샤르코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샤르코는 히스테리(=연극성 성격장애)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병할 수 있는 질환임을 처음으로 밝혀낸 인물입니다. 프로이트는 샤르코의 치료법을 자신의 심신 관계 연구에 적용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여러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며 자신의 학문을 넓혀나갔습니다.

 

빈으로의 귀국 후, 프로이트는 신경질환 전문의로 병원을 개업하며, 성性을 히스테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성과 히스테리의 연관성이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히스테리가 고대 그리스어 ‘히스테라(자궁)’에서 유래된 단어라는 것을 고려하면,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도 아닙니다. 이집트의 최초 의학 기록에 따르면 히스테리는, 성적 만족이 되지 않은 자궁이 몸속 이리저리 부딪히며 발생하는 병으로 여겨졌습니다. 히스테리의 몇 가지 증상에는, 이목을 끌기 위한 과장된 감정 표현과 행동, 즉각적 만족 추구, 부적절한 성적 유혹, 신체적 매력에 대한 지나친 관심 등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를 심리적인 충격, 즉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으로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충격이 억압되어 무의식으로 가라앉았다가, 뒤늦게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의사와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고, 자신의 증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일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정신 질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적용된다고 믿었습니다.

 

요약하자면, 프로이트는 유아기와 유년기의 경험이 한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현대 정신의학 역시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프로이트의 이론들이 현대 심리학에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이전부터 성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프로이트는 성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학자입니다. 세상만사를 성과 연결 짓는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성 이론이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왜 그토록 유명할까요? 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처음으로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면에는 자아 말고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폭로했습니다. 이는 아인슈타인과 뉴턴만큼 큰 사상적 혁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무의식의 발견은,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어 주었습니다. 프로이트는 일상 속 실언과 꿈조차도 무의식의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루이스


 

루이스.jpg

 

 

C.S 루이스는 유명한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입니다. 그는 기독교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선구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였습니다. 옥스퍼드 학생들에게 유독 존경받는 인기 강사였다고 합니다.

 

놀랍지만, 루이스가 처음부터 기독교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프로이트처럼 무신론자였으나, 32살부터 신앙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루이스의 저서 『헤아려 본 슬픔』에는 인간의 사랑과 신에 대한 회의가 담겨있습니다. 이 도서는 그가 명성을 얻은 후에 쓰였지만, 자신의 힘든 삶과 신에 대한 의구심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루이스는 신에 대한 의심 또한 자연스러운 성숙의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잉클리즈(Inklings)' 모임 역시 실제 루이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모임의 회원들은 집필 중인 작품을 서로 읽고 아낌없이 상호 비평을 해주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작가, J.R.R 톨킨과의 친분 역시 이 모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안나


 

프로이트의 막내딸이었던 안나 프로이트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은 정신분석학자입니다. 그녀는 멜라니 클라인과 함께 아동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인물입니다. 아버지 못지않게 심리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상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독자적인 사상을 주장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교수였던 아버지 덕분에 풍족한 유년 시절을 누렸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아버지에게서 히브리어, 독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언어를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원래 교사로 활동했던 안나는 비의료계 출신이었지만, 아버지 저서의 번역 작업을 도우며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말년에는 그를 간호하며 비서 역할을 수행했고, 아버지의 사후에는 중요한 유언집행인이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프로이트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두 인물은 공통으로 모두 유대인이자 무신론자였으며, 평화주의자였습니다.

 

***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 무겁고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약간의 재미 요소만 가미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토리 전개가 아주 탄탄해서 일반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여러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 감독이나 연출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편인데도, 이번 영화의 연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간마다 시청자에게 의문을 심어주는 장치들이 많아서 항상 물음표를 지니고, 긴장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왜 군인은 안나만 데려갔을까?’, ‘루이스와 친구 어머니는 정말 어떤 사이였을까?’, ‘프로이트가 마지막에 라디오 음악을 끄지 않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등 여러 질문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03.jpg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 또한 관객의 흥미를 사로잡는 큰 요소였습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특히 프로이트의 방에 있는 아기자기한 조각상들은, 실제 빈에 있었던 프로이트의 진료실과 아주 유사하게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프로이트가 루이스에게 자신의 애완견을 소개하는 장면 역시 영화적 요소가 아닌 실제 그의 진료실에 있던 강아지였다고 합니다.


GV를 들으며 저뿐만 아니라 많은 관람객이 ‘이 부분은 사실 기반일까, 아니면 영화적 장치일까?’ 고민해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을 떠난 후에도, 관객이 스스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단번에 이해되는,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여러 번 감상할수록 새로운 것이 보이고, 배경지식을 공부할수록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저는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가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여러 번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며, 한 사람의 가치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아온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인도, 철학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소 여러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하거나 반대해 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그들이 어떻게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프로이트의 일부 사상은 참 흥미롭고 공감이 가지만, 다른 일부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프로이트가 저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말을 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시원했지만, 몇 개의 사상들은 정말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독특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프로이트의 어린 시절 장면들 덕분에 거부감이 들었던 몇 가지 사상들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명성 있는 철학자이기 이전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어린 프로이트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프로이트의 삶과 그의 이론들을 연결해 보니, 어떻게 그의 가치관이 형성되었는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의 치열한 논쟁을 보며, 저 또한 의견이 여러 번 흔들렸습니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마음이 기울었다가도, 루이스에게 다시 설득당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실제 토론장에 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토론의 주제들이 삶과 종교에 관한 주제이다 보니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재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