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 무엇이 문제인가

글 입력 2024.08.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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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은 축구팬들에게 날벼락 같은 하루였다.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성인 축구 대표팀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갑작스레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당초 외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했던 상황인 탓에 축구팬들은 단체로 물음표를 띄웠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이 대한축구협회가 자신을 감독직으로 선호한다는 소문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기에 더욱 놀라운 소식이었다.


놀랍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불신의 눈초리도 따랐다. 울산 HD FC 팬들의 눈초리는 더욱 따가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우승 경쟁이라는 치열한 상황 속에서 말 한 마디 없이 팀을 떠난 이에게 팬들에게는 분노 뿐이었다. 게다가 김영권, 설영우, 정우영 등에게 홍명보 감독이 함께 하자는 말을 해놓곤 울산 HD FC를 떠난 사실도 한 몫했다.

 

다른 축구팬들에게는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까지의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미숙했다는 점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조성된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가 그 중심이었다. 1) 선임 과정 내내 정보가 유출되고 이로 인해 후보들과의 협상이 어려웠다는 점, 2) 전강위가 감독 선임을 위해 제시 가능한 최대치의 연봉조차 몰랐다는 점, 3) 황선홍 전 u-23 국가대표팀 감독 같은 국내파 감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점 등이 특히 그러했다.

 

여기에 더해 추후에 일어난 박주호 전강위원의 폭로는 더 큰 바람을 불러 왔다. 자신이 어리다고 무시받았으며, 세계 축구계에서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제시 마치 감독을 추천하니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 또한 있었다는 발언이었다. 또한 제시 마치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큰 열의를 보였고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거부로 불발됐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심지어 자기 스스로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야 한다던 이들도 존재했다고 박주호 전강위원은 말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루머인지 제대로 알 길은 없으나, 확실한 사실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뽑기 위해 모인 그들이 뭉치지 않고 되려 분열된 채 다퉜다는 것이다. 이어 나타난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또한 결과적으로 축구팬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이 후보에도 없던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열의를 가지고 미팅을 진행한 감독들을 차순위로 놓고 애시당초 지원조차 안 한 이에게 면접자가 직접 청했다는 것은 낙하산과 같았고 이는 큰 문제였다. 설상가상 홍명보 감독도 사실 어쩔 수 없이 국가대표팀을 맡는 희생적인 그림을 원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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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과물이 이렇다 보니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간 여러 구설수에 오른 대한체육회와 여럿 기싸움을 해온 유인촌 장관이 그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잘못된 부분을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오는 5일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청문회가 계획되어 있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정몽규 회장은 이전부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절차를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선임했다는 유력한 의심을 받고 있으며, 대한축구협회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등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최근에도 4선 연임이라는 독재와도 같은 행보를 보이려 하거나 붉은악마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티켓값을 대폭 올려 지적 대상이곤 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들도 한 명씩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등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했음에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출하지 않는 박지성의 장시간 기자회견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상식이 상식이지 못한 현재, 비리와 폭로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전은 없다. 월드컵을 포함한 한국 축구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무대이며, 그렇기에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을 위한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굴러 간다면, 그 끝은 분명 골대가 아닌 골라인 바깥일 것이다. 인간 오랜 세월 막혀 있던 고름이 비로소 터질 듯한 상황. 과연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동행이 계속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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