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공연 - G-SHOW : THE LUNA

글 입력 2024.08.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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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쇼 메인.jpg


 

미디어아트 아이스쇼 지쇼(G-SHOW)가 2024년 8월에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 G-SHOW : THE LUNA >라는 이름으로 무대를 올렸다. 국내 최초의 창작 아이스쇼로 주목받고 있는 지쇼는 22년부터 시작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24년 공연에서는 뮤지컬을 결합시킨 무대로 돌아왔다.


최근 다녀온 뮤지컬과 콘서트를 포함한 여러 공연들과 비교해도 지쇼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무대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 들어서면 기온이 연일 30도가 넘는 한여름에도 선선함이 느껴졌다. 무대에는 넓은 빙판이 펼쳐져있고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X를 연상시키는 가로로 넓은 미디어 화면이 관객들을 반겼다.


어린 시절에 엄마 손을 잡고 아이스링크장에 가본 적이 있고 김연아의 무대를 거실에서 다함께 챙겨보기도 했지만, 피겨라든지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실제로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스케이트 선수 출신 8명과 현역 뮤지컬 배우 8명이 모여 빙상 위에서 꾸려내는 무대를 기대했던 이유다.


배우들이 함께 등장하는 단체 장면에서는 공간의 특성상 약간의 울림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무대경험을 제공해주었다. 일반 무대에서 진행해도 어려울 노래와 연기를 스케이트를 타면서 소화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그 노력이 엿보였다.


배우들에게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큰 도전이었을 것이고, 스케이트 선수들에게는 노래와 연기가 큰 장벽이었을 것이다. 피겨는 기본적으로 기술과 함께 연기를 선보이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뮤지컬에서 요구하는 연기는 결이 다르고 노래도 함께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스쇼는 무대를 빙상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너무 춥지 않는 관람환경을 구성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면 아이스쇼는 훨씬 더 까다롭고 시도하기 어려운 공연 방식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출진들이 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단기간에 치열하게 연습했을 배우들과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02. THE LUNA_캐스팅 공개.jpg


 

실제로 본 피겨 연기는 정말 아름다웠다. 얼음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대사하는 모습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중간중간 선수들이 보여주는 기술들은 정말 멋졌다.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과 노력의 흔적이 담긴 것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기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른 곳에서 전혀 해보지 못한 경험이고, 그 모습이 아름답다보니 더 보고싶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공연에 피겨 기술들이 더 많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연기하는 모습이 다른 공연에서는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자리에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아이스링크장에 방문해 스케이트를 타는 경우가 많다보니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도 좋은 공연인 듯 보였다. 중간에 호응을 유도해 열심히 참여하는 관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인형을 선물해주기도 해서 흐믓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특정 공연일에는 ‘스케이트 체험’을 마련하여 얼음 위에서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수의 가족 뮤지컬을 선보여온 진영섭 영출과 김정민 작가, 성찬성 작고가 등 뮤지컬 전문 창작진이 함께했고, 전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이자 피겨 안무가인 김해진이 함께 참여해 뮤지컬 아이스쇼로의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전문가들의 조합으로 아이스쇼와 뮤지컬을 접목시키려는 참신한 시도가 반가웠다.


작품의 내용으로는 2060년 급격한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만 남은 지구를 배경으로 생명의 나무 ‘노르말리스’를 지키기 위한 모험이라는 판타지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쇼가 갈라쇼나 내한공연으로만 만날 수 있던 아이스쇼를 서사를 중심으로 창작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던만큼 올해에도 독자적으로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


제작사 라이브아레나에서 준비한 < G-SHOW : THE LUNA >는 기존 8월 31일(토)까지 공연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8월 25일(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조기 폐막을 결정했다. 국내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형태의 공연이고, 공연환경이나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생각하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공연인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더운 여름, 열기를 식혀주며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공연인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갈라쇼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볼 수 있고 스케이트를 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흔치않은 무대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공연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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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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