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라는 문학 작품 [문화 전반]

일기와 행복의 상관관계
글 입력 2024.08.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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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있다. 한순간의 강렬한 쾌락, 유희가 아닌 스스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 여기는 태도가 행복한 삶을 이끄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인생 과정, 사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올해로 일기를 쓴 지 10년째 된다. 20살부터 시작한 내 삶의 기록을 되돌아보며 일기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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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 기억하고 배울 것이 줄어들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진, 일기 등을 작성해 하루를 의미 있게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수험생의 삶을 끝내고, 20살이 되던 해,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에 붙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고 곧바로 일기장을 만들었다.

 

그때 시작한 일기 쓰기를 10년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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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날씨, 오늘 있었던 일, 먹은 것, 등등 단순한 경험을 기록했다.

 

그러나 점차 나의 기분, 오늘 인상 깊었던 장면, 깨달았던 것 등 나의 생각과 감정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는 고민, 속상함, 서글픔 등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대면할 수 있게 돕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서술하고 스스로 대답해 가며 의식적으로 억압해서 인식할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격앙된 마음으로 일기를 펼쳤지만 감정을 내뱉음으로써 진정되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감정들은 모두 소중하다. 그것들이 모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울림이기 때문이다. 억압되지 않는다면 생생하게 살아갈 수 있다."] - 2024.1.27 일기 


가끔 일기장을 훑어볼 때 이전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오를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때 내 기억과 감정이 생생히 떠오른다. 마치 내 기억 속에 있던 영화 한 편이 재생되는 듯했다. 일기가 마치 일생의 기록을 재생시키는 영화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의 사건, 일상 그리고 나의 생각, 느낌을 기록한 일기가 시나리오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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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는 인생을 저장하는 영화필름이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날의 기분, 날씨,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드는 언어장치이다."] - 2024.6.11 일기 


나는 피카소의 그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 또한 한 편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주지 않아도, 기관에서 선정한 주목할만한 20인에 들지 않아도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성대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의 조각을 소중히 바라보고 기록한다면, 안네의 일기처럼 인생이 한 편의 문학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10년의 일기를 통해 나의 감정을 스스로 해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일기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묻는다면, 나는 매우 있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기는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타인의 언어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나'로 살 게 만드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과정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무언가 적고 기록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돌보는 과정과도 같다. 인식하는 삶이야말로 나답게 살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 2023.6.6 일기



[김세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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