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나 그리고 둘 - 삶과 영화의 관계 [영화]

글 입력 2024.08.24 21: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몇 자 적어 보자면, 영화를 통해 나라는 한 개인의 차원에선 느낄 수 없었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체험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고,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놓쳤던 것들을 다시금 상기시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일상생활에서는 할 수 없던 경험을 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채로,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우리를 이어주는 물체는 카메라다.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고,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쓰인 한 편의 책과 같다. 즉, 카메라는 화자이자,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자이다. 영화의 존재론적 이유와 카메라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은 영화를 보는 관객 개개인의 삶까지 톺아보게 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타이페이의 한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이며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풀리며 구성되는데, 특별히 한 명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은 여러 형태와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의 삶의 모습 또한 여러 가지일 것이니 말이다.

 

관객들은 약 세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 또한 인물들의 삶을 마주하며, 곧 “나”와 마주하게 된다.

 


foPzehgrqPIfCWdv5SI6fg.jpg

 

 

영화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 조명을 비추지만, 양양에게 카메라를 들게 하여 조금은 특별한 인물로 만든다.

 

양양은 아빠 NJ가 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고 다닌다. 양양은 NJ에게 ‘왜 아빠가 보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고, 내가 보는 것을 아빠는 보지 못하냐’며, ‘둘 다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NJ는 그래서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답을 내놓는다. 이 씬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론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를 찍는 이유는 반쪽짜리 진실만을 보고 남은 반쪽은 못 본 채로, 혹은 잊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놓치며 살아온 부분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자문자답처럼 다가온다.


NJ가 재직 중인 회사는 재정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회사가 이 위기를 타파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성사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러던 중, 30년 전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양양의 엄마인 민민은 자신의 어머니(외할머니)가 쓰러진 후, 슬픔에 빠져 허우적댄다. 양양의 누나 팅팅은 외할머니가 자신 때문에 쓰러진 것이라 믿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며 첫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만큼의 시선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론 내린다. 그렇기에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슬픔과 우울을 느끼고 자책감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경험치만큼의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7k05qySjXfIx0aps7YSxOA.jpg

 

 

영화는 삶 사이에 파고들어 우리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눈을 통해 보는 세상과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은 많이 다르다. 눈을 통과하여 보는 세상은 우리의 많은 생각과 가치관, 편견 그리고 오해 등으로 보고 있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삶을 자신의 손안에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것만큼은 불공평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진리일 것이다. 인생을 컨트롤할 수 없을 때마다 우리는 실패감을 느낀다. 그 실패감이 쌓이게 되면, 인생 전반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참담함이 닥친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든 내일은 오고,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카메라는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포착하고,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보고 다시금 그 순간을 상기하여 용기를 얻고, 일어선다. 내일을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영화의 종반부, 엔딩씬에서 양양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앞에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는다. 나중에 커서,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럼 정말 즐거울 것 같다고. 올해 태어나 아직 이름도 없는 어린 사촌에게 ‘나도 다 컸나 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영화는 마무리된다.

 


2TBqonYL2uV6a4gIDdhrHg.jpg

 

 

양양에게 카메라를 쥐여주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사를 준 이유는 양양이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어린아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어린아이인 양양은 계속 이어질 삶과 영화를 대표한다. 하지만 양양은 자신보다 더 어린 갓난아기 사촌 동생을 언급한다. 노인-중년-청소년-아동-갓난아이로 이어지는 흐름은 계속 해서 이어질 인간의 삶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인생과 그 사이의 어떤 지점들을 포착하는 영화는 어떻게든 계속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우리에게 내일을 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영화를 하는 예술인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영화를 통해 영향을 받는 인간과 인간의 삶 없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이어진다.

 

 

 

IMG_2294.JPG

 

 

[이선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