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원석에 귀를 기울이면 [영화]

내면의 원석 다듬기, 영화 <귀를 기울이면>
글 입력 2024.08.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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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내용이 다 기억남에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곤 한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은 최근 들어 처음 보게 되었다. 여름 느낌이 가득한 청춘 영화라고만 들었지, 어떤 내용이고 누가 등장하는지도 전혀 모른 채 보기 시작했다.

 

책과 글을 좋아하는 중학교 3학년 시즈쿠. 그런 시즈쿠에게 세이지라는 남자 아이가 나타났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즈쿠는 유학을 가서 바이올린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세이지의 확실한 진로를 듣고 불안감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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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도는 수없이 많아”

 

세이지가 만든 악기를 본 뒤 감탄을 자아내는 시즈쿠를 뒤로 하고 그가 한 말은 꽤나 현실적이었다. 이미 자기객관화가 돼서 달관한 느낌이랄까. 사실 중학생이 명확한 진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더 나아가 그 직업의 일을 벌써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 난 이 모양이고 걔는 꿈을 향해 나아가잖아”

 

그리고 시즈쿠 또한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고 세이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조급함을 느낀다. 따라서 며칠간 ‘자신을 시험해보겠다’는 시즈쿠는 학교 수업도 듣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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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는 하나에 열중하면 주변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정말 그것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시즈쿠는 누군가가 앞질러 가는 것을 참지 못해서, 자신 또한 앞으로 나아 가려고 항상 노력한다. 이 아이를 보며 자꾸 나의 어린 모습이 겹쳐 보였던 것은 왜일까.

 

중학교 시절 나 또한 작가라는 꿈을 지니고 있었다. 학교에 갔다 오면 집에 틀어 박혀서 노트 한 권에 내가 만든 이야기를 가득 담기도 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어딘가에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으며 내 글 한 편이 완성될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따라서 내 글을 수백 번 읽었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한때 작가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적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시즈쿠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악기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일은 자기 속의 원석을 갈고 다듬어야 하지.”


악기 만드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듬기’.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지만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는 일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안에 있는 원석을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 시절의 나는 꽤나 멋진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으며, 그에 비해 나의 꿈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글쓰기라는 일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보다 본인 혼자서 오래 생각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원석은 존재한다.

 

그 원석이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거나,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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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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