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를 찾으러 갈게 [영화]

우린 절대 안 떨어져. 붉은 실로 묶여 있거든.
글 입력 2024.09.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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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첫사랑을 돌아보는 영화


 

첫사랑.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켠이 찡해진다. 굳건한 첫사랑의 이미지가 오래 지속되는 건 그만큼 첫사랑의 감정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첫사랑에 대한 기준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처음 해본 사랑'일수도, '처음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짝사랑'일수도 있다. 어느 쪽에 해당하든 추억으로 남을 사랑은 맞는 것 같다.

 

웨이브 추천 영화에 떴다.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아무래도 대만 영화인 점과, 허광한 출연작인 점이 내 알고리즘에 닿았던 이유일 것이다. 배우 허광한은 주연인 듯 하지만 특별출연에 그쳤다. 허광한보다 하람두와 채범희 배우의 첫사랑 로맨스 그 자체인 영화였다. 혹여나 배우 허광한의 로맨스나 그의 서사를 기대하고 영화관에 찾아갔더라면 조금 실망했을 지도 모른다.

 

첫사랑 드라마나 영화는 이미 수없이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꾸준히 나오고 대중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이면서도, 사랑이라는 건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리 진부해도 감정을 충분히 끌어내기만 한다면 서사가 아쉬워도 몰입하며 볼 수 있다. 또,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참 풋풋했지'하며 과거를 잠시나마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 되어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첫사랑을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만이라도.



화면 캡처 2024-08-31 230841.jpg

 

 

영화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는 오두막이 무너져 신후이를 빠져나가게 하고 본인이 그 안에 갇히는 신후이의 꿈에서부터 시작한다.

 

영화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고등학생 때 엄마 친구의 부탁으로 신후이의 집에 린한충 들어와 살게 된다. 둘은 어렸을 적 알고 지냈던 사이였는데, 부부싸움으로 린한충 아빠가 집을 나가고 린한충은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늘 술과 함께였고 그 때문에 린한충은 1년이 넘도록 학교에 가지 못한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린한충은 아빠에게 이끌려 타이난으로 가게 된다. 신후이와 린한충의 만남은 여기서 끝일 줄 알았지만, 영화 초반부에 나왔듯이 둘은 다시 만난다. 린한충의 엄마가 다시 데릴러 오기 전까지 둘은 함께였다. 린한충은 엄마따라 신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쯤 이미 두 사람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깊이 친해진 상태였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둘은 서로를 생각했고, 비록 장거리지만 사귀기로 한다.

 

신후이와 린한충의 연은 한결같이 안정적으로 날지 않았다. 린한충이 엄마 따라 신주에 갈 때, 둘이 사귀고 난 뒤에 한동안 린한충의 연락이 끊겼을 때 등 이미 서로에 대한 마음은 깊이 파고들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고 더 심각해져 갔다.

 

둘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을 알고 나면 두 사람의 연은 아주 견고하고 린한충의 사랑이 단단함을 알 수 있다.

 

떨어져있었던 시간보다 함께 있었던 시간이 훨씬 오래된 둘. 행복한 순간뿐만 아니라 속상하고 서운하고 분노하고 아픈 순간들도 같이 보냈고,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도 그 시간들을 힙겹게 견뎌냈기에 서로를 진득하게 사랑할 수 있었다.

 

영화의 색감, 온도, 감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영화였다. 허광한 주연 드라마 '상견니'의 장면과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짧게나마 보여서 반갑기도 했다. 배우 하람두와 채범희의 합이 잘 맞았던 것도 영화의 흥행에 한 몫했다고 생각했다. 둘이 스쿠터 타고 달리는 장면은 여전히 생생하다. 린한충이 신후이 방문 밑에 쪽지를 써서 같이 외출하는 장면들도 떠오른다. 순수하고 어딘가 어설픈데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신후이와 린한충의 관계는 교과서적인 면모를 보인다. 또 한번 영화를 훑으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만약에 말이야, 첫사랑에 색이 있다면 무슨 색일 것 같아?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속 첫사랑에 색이 있다면 무지개가 아닐까. 아니, 사랑 자체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채로운 것 같다. 그럼에도 '첫'사랑이기 때문에 조금 더 색이 맑고 청량하지 않을까.

 

먼훗날 20대 청춘의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나의 첫사랑은 어떻게 기억될까? 20년, 3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면서 설렘과 떨림, 두려움이 공존하는 오늘의 밤을 어제로 넘긴다.

 

 

[양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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