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멋진 아침'은 그저 살다 보면 오는가? [영화]

통역사인 그녀가 통역할 수 없는 것은
글 입력 2024.08.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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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통역할 수 있을까?

 

영화의 주인공은 ‘산드라’. 그녀에겐 8살짜리 딸 ‘린’이 있다. 산드라는 통역사로서 일을 하고 있 만 그보다 더 버거운 일은 그녀의 아버지 ‘게오르그’가 희귀병으로 요양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병증이 심해진 아버지는 요양원에 자주 방문하는 산드라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와중에 산드라에게 오랜 친구였지만 지금은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클레망’이라는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에겐 사이가 안 좋은 부인과 딸이 있었기에 산드라와의 관계가 평탄히 진행될 리 없다. 클레망은 어느 날은 가정을 정리하려다 못 하고, 또 어느 날은 정리를 어려워하면서도 산드라에게 돌아온다.

 

이 모든 일을 카메라가 담담하게 찍는 것이 가장 인상 깊다. 영화의 배경인 파리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건조하게 보인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카메라의 이런 일상적인 관점은 산드라의 이야기를 마치 나의 일상처럼 지루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느끼게 한다. 마치 실제 삶에서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을 때, 그것들이 극적으로 전개되기보다는 어깨 위의 묵직한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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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는 통역이 일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역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통역 일을 하는 장면이 삽입되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정작 그녀는 삶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명백히 결정되지 않는 클레망과의 관계는 어찌해야 할지, 딸에겐 무엇이 최선인지, 이외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무엇도 해석할 수 없다.

 

영화를 관통하는 또 다른 주요 단어는 ‘죽음’이다. 주인공이 산드라이기에 그녀에게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철학적 사고의 버릇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 번번이 기억을 잃는 게오르그에게 집중하면 영화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때때로 죽음은 멀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삶이라는 단어를 뒤집기만 하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있듯, 그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저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

 

영화를 보는 내내 산드라보다도 내가 더 해석에 집중한 것 같다. 그녀의 삶을 해석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했는데, 흘러가듯 지나가는 줄거리와 불확실하게 맺어지는 결말을 보며 이 에너지의 소비가 무의미함을 느낀다. 여타 영화 같은 맥락의 분명함은, 이 영화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인생 같이 말이다.

 

통역사인 그녀가 해석할 수 없는 것은 인생이었다. 언어같이 정형화된 형태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인생에서 그녀는 그저 살다 보면 자연히 지나가는 일들을 수없이 목격할 뿐이었다.

 

팍팍한 일상, 그러다가도 어느 멋진 아침이 올 거라고 믿는 관객에게 영화가 묻는다.

 

당신은 인생을 해석할 수 있나요? 아님 그저 살아가는 중인가요?

 

 

[김은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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