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임은 좋지만 더 이상의 게임 오버는 싫을 때 [게임]

(웬만해선) 죽지 않고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글 입력 2024.08.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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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할 때 자꾸 죽어서 진행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순발력의 문제인지 뭔지, 인터넷에서 공략을 찾아봐도 해결이 안 된다. 액션의 쾌감을 느끼기도 전에 자꾸 죽어서 답답함만 느낄 때도 있다. 결국 남의 플레이 영상이나 스크린샷을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하지만 다른 이가 하는 게임을 보는 것과 직접 플레이하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게임의 스토리 전달은 플레이어가 직접 헤쳐 나가면서 만나는 데에 묘미가 있다.


손에 땀이 나는 긴장감 넘치는 세계부터 잔잔하고 서정적인 세계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세계를 담은 게임들을 소개한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탄탄한 스토리와 너그러운 난이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의 플레이 영상이나 스크린샷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재미를 줄 것이다.

 

 

 

켄터키 루트 제로 (Kentucky Route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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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골동품점에 마지막 배달을 하러 떠나는 트럭 운전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마주하는 인연들은 어딘가 오래됐고 그리운 느낌을 주는 이들이다. 환상과 현실, 유령이 공존하는 도로는 살짝 오싹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주된 정서는 그리움이다. 신비로운 루트 제로를 찾는 여정은 예상 밖의 만남이나 발견으로 플레이어를 이끈다.

 

시적이고 잔잔한 이야기로 유명한 켄터키 루트 제로는 2013년도부터 발표를 시작해서 2016년도에 게임이 완성되었다. 5막 구조의 켄터키 루트 제로는 연극적 무대 연출을 차용하여 섬세하고 입체적인 공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서정적인 전자 음악 또한 게임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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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곳으로 거는 전화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 짧은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령들처럼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존재들이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게임이다. 여기저기 헤매면서 다녀도 우연히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에서 만나는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거나, 그리워하거나, 애도한다.

 

시적인 나레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스럽고 눈에 보이지 않는 루트 제로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쩐지 현실의 우리와 겹쳐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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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어쩐지 생각에 잠기게 될 때 플레이하면 마음에 환기가 되는 게임이다. 넷플릭스 게임을 통해 모바일로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루트 제로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코 엘리시움 (Disco Elys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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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기억 상실을 겪으며 지독한 자기혐오로 가득 찬 약물 중독자 형사다. 현실에서 모티프를 따온 가상의 무정부 도시 레바숄을 누비며 폭력적이거나 상냥하거나, 혹은 아주 미치광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업보를 마주하기도 하고, 자신 안의 목소리들이 상황에 관해 판단과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내린 선택지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가늠하는 것은 확률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시작 전에 선택한 능력을 반영하여 상황마다 유리하거나 불리해질 수 있다. 극적인 사건을 마주했을 때 성공 가능성과 함께 갈림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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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발매된 디스코 엘리시움은 그해 올해의 게임(GOTY)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성우들의 열연과 플레이어를 정치적, 철학적 사색으로 밀어 넣는 방대한 텍스트를 접하고 나면 어딘가에 레바숄이 실존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 현실에 존재하는 정치사상들이 대립하며 변화의 시기를 겪느라 혼란스러운 레바숄은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품고 있다. 도시 한 편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고 파업이 진행 중이며 다른 한 편에서는 환상과 예술, 세상의 균열을 쫓는 이들이 있다.

 

게임의 특성에 관한 메타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도 큰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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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이야기와 방대한 세계를 만나고 싶을 때 플레이하면 마치 긴 여정을 떠났다가 돌아온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레바숄은 무척이나 춥다. 조금씩 주어지는 퀘스트를 따라가지 않다 보면 노숙해야 할지도 모른다. 노숙은 곧 죽음이니 기본적인 퀘스트는 따라가도록 하자.

 

 

 

커피 토크 (Coffe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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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손님들의 기분과 상황에 맞는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는 아늑한 카페의 주인이다. 그런데 보통의 카페가 아니라 인간과 다양한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애틀에 자리한 카페다. 늑대인간, 오크, 뱀파이어, 엘프 등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족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2020년 처음 발매된 커피톡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2023년에 두 번째 에피소드를 발매한 게임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과 음료 제조 과정,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픽셀 아트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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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매일 뉴스와 휴대폰, 손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세계에 대해 점차 파악해 나간다. 다른 종족 간의 사랑, 손님들의 꿈과 미래, 심지어 도시의 미래가 플레이어가 제공하는 음료에 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 부담가지지 않아도 된다. 음료를 제조하는 법은 차근차근 익혀 나갈 수 있다.

 

주문 실수로 소위 배드 엔딩을 맞이해서 등장인물들이 다소 불행해졌더라도 의기소침해질 필요 없다. 첫 플레이에서 알게 된 점을 적극 활용해서 이야기의 다른 면을 보면 된다.

 

또한 여러 번 플레이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게임으로, 반복해서 플레이할 때만 발견할 수 있는 이스터 에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날 좋아하는 음료 한 잔을 옆에 두고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The Cosmic Wheel Sist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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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기나긴 유배 생활 중에 위험한 고대의 생명체 베히모스를 소환한 점술이 특기인 불사의 마녀다. 미래를 점칠 때 쓰는 카드를 빼앗기고 200년의 세월 동안 홀로 지냈던 마녀 포르투나는 베히모스인 에이브라마를 소환하여 자신만의 타로 카드를 만들고, 유배 생활을 끝마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옛 친구들, 언니를 비롯하여 미래를 점치기 원하는 다양한 마녀 사회의 일원들을 만난다. 포르투나의 마녀로서의 삶과 지구에서의 삶이 교차하여 펼쳐지고, 마녀 사회는 새로운 리더를 뽑기 위한 선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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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포르투나가 되어 친구들의 선거 활동을 도울 수도 있고, 자신이 직접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 포르투나의 미래를 점치는 능력에는 한 가지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고, 에이브라마와의 계약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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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노벨의 형식을 띤 The Cosmic Wheel Sisterhood는 2023년에 발매되었고, 제목처럼 여성들 간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 우정, 배신, 화해를 담고 있다. 강력한 상징을 활용하여 미래를 점칠 타로 카드를 직접 만드는 재미와 더불어 주술과 신비로 가득한 마녀 사회, 주인공 포르투나의 전생을 만나는 흥미로운 여정이 게임 플레이의 과정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 번역판이 발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에서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답답할 때, 마법이라도 부리거나 점이라도 보고 싶을 때, 자매애를 느껴보고 싶을 때 플레이하면 특히 좋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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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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