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남과 헤어짐에 대하여 [영화]

글 입력 2024.08.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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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만 느껴지는 세상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일 테지만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다 보면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영화 <로봇 드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는 무수한 관계의 시작과 끝을 조명한다. 그것도 다름 아닌 로봇과 개라는 독특한 조합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는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도그’의 생활을 관객에게 먼저 보여준다. 도그는 지루한 표정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이내 즉석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넓은 방에서 혼자 식사하던 그는 꺼진 TV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옆집 창문에 비치는 화목한 부부의 모습은 도그의 외로움을 더욱 가중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삶을 함께해 줄 누군가가 필요함을 깨닫고 ‘로봇’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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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와 로봇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는 로봇과 취미를 공유하며 추억을 쌓는다. 같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사진을 찍는 도그의 눈빛은 혼자 정적인 시간을 보낼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의 일상은 수많은 감정과 추억으로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이들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줄곧 함께하다가 다시 혼자가 된 도그와 로봇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로봇 드림>이 그리는 이별의 과정은 제법 현실적이다. 도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로봇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진정한 친구를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도그는 일상의 곳곳에서 로봇을 떠올리며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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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캐릭터들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겪으며 더욱 성장한다.

 

이를테면 로봇은 도그와 헤어진 후에 새 가족을 만나며 새로운 인연을 쌓아간다. 잠에 들지 못하는 아기 새에게 도그와 함께 듣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입 모양을 이용해 날갯짓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도그는 로봇이 처음 해보는 것들을 친절히 가르쳐주며 세상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로봇 역시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타인에게 전달하며 한 발짝 성장한다.


도그와 로봇은 홀로 헤어짐의 슬픔을 견디기도 한다. 로봇은 그동안 정을 쌓았던 새 가족들과 이별을 맞이한다. 헤어짐 앞에서 망설이는 새에게, 로봇은 눈빛으로 지금은 떠나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도그 역시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며 다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도그와 로봇은 이 과정에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헤어짐은 만남 이후의 시간을 지우는 리셋 버튼이 아니기에, 이들은 추억을 간직하며 또다시 새로운 인연을 반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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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자면 단연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도그와 로봇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추억을 회상하며 노래 ‘September’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하다. 함께 삽입된 노래 역시 경쾌한 멜로디가 주를 이루지만, 가사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My thoughts are with you

난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해요

Holdin' hands with your heart to see you

마음으로 손을 잡고 당신을 봐요

Only blue talk and love, remember

우울한 대화와 사랑, 기억하세요.

How we knew love was here to stay

우리 곁에 이 사랑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로봇 드림>의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기억’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그와 로봇의 춤은 함께 쌓은 추억이자, 서로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비록 이들의 관계는 끝내 막을 내렸으나 여전히 곁에 남아있는 사랑을 이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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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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