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한 믹스 타임, 포스트 말론의 F-1 Trillion [음악]

When I turn 30, I'm becoming a country singer
글 입력 2024.08.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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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로 돌아온 포스트 말론?


 

포스트 말론이 컨트리 앨범 < F-1 Trillion >으로 돌아왔다. 포스트 말론, 사실 한국에서는 힙합 아티스트나 팝가수로 더 유명하다. 포스트 말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 사운드트랙 'Sunflower'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포스트 말론 신드롬을 일으킨 앨범 < Stroney >나 < beerbongs&bentleys >, < Hollywood's bleeding >의 이미지가 큰 탓이겠다.


나 역시 처음으로 들었던 포스트 말론의 음악은 'Sunflower'였다. 포스트 말론을 먼저 알던 것은 아니었고, 스파이더맨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그 사운드트랙의 아티스트로서 그를 처음 접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포스트 말론의 곡들은 가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어딘가 쓸쓸하고 외롭게 툭툭 뱉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당시에 그가 만든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중독성이 있던 것도 맞지만, 나는 그런 가사들에 더 꽂혔다.


개인적으로 그간 제일 좋아하던 앨범을 꼽아본다면 2019년 발매된 < Hollywood's bleeding >과 2023년 발매된 < Austin >이라고 말하고 싶다. < Hollywood's bleeding >은 업계에 대한 환멸을 다룬 앨범인데, 정말 전곡이 좋다. 그 중 'I'm gonna be'와 'Myself'를 주야장천 돌려 들었다. 아직도 자신감이 없고 불안할 때 제일 많이 듣는 곡들이다. < Austin >에서는 'Too Cool To Die'와 'Enough is Enough'을 제일 좋아한다. < Hollywood's bleeding >과는 다르게 오래 지속된 불안에 단념한 듯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라 오히려 좋다.


앞서 언급한 앨범들에서 포스트 말론은 주로 힙합이나 팝과 같은 장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 < F-1 Trillion >의 제작 과정에서 그는 내로라하는 미국의 유명 컨트리 가수들과 대거 협업하였다. 컨트리 장르를 기반으로 하지만, 포스트 말론 특유의 트렌디한 멜로디 라인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여러 사운드가 믹스되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중에는 정통 컨트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M-E-X-I-C-O', 'California Sober' 등도 포함되어 있다. 총 18트랙의 구성이다.



 

왜 하필 컨트리 음악인가


 

포스트 말론의 팬 중에는 '힙합' 장르를 사용하던 포스트 말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 말론의 2022년부터의 뮤직비디오 코멘트에는 '무대에서 담배 피우며 록스타를 외치던, 포스트 말론, 돌아와!' 같은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 말론은 왜 힙합 아티스트로 남아있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사실 포스트 말론은 처음 음악을 만들 때부터 '힙합' 아티스트가 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간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그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덕분에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힙합과 팝을 넘어 컨트리, 포크, 메탈 등 여러 장르로 퍼져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15년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White Iverson'이 미국 전역에서 막대한 인기를 끌게 되고, 이에 따라 힙합의 이미지를 굳히며 힙합 장르의 앨범들을 발매했다.


그러나 일부 힙합씬은 포스트 말론이 진정한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라거나, 그를 힙합의 일원으로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2017년 빌보드 인터뷰에서, 그는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것 중 가장 큰 목표는 장르 간 경계를 부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그는 미국의 불안한 청춘들이 꿈꿔왔던 '록스타' 그 자체가 될 마음이 없다. 그건 포스트 말론이 가진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 포스트 말론 그 스스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White Iverson'을 업로드할 즈음 그는 'WHEN I TURN 30 IM BECOMING A COUNTRY/FORK SINGER'라고 트윗을 게시했다.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질 참이던 2015년부터, 그는 언젠가 아티스트로서 컨트리 장르에 녹아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2024년 3월 드디어 'Let's go with the real mix this time'이라며 컨트리 음악 앨범을 내놓을 것임을 알렸다.


포스트 말론은 한 장르 그 자체의 심볼이 될 생각이 없다. 어떠한 것에 고여있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서 장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장르 안에 아티스트가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내면 안에 여러 음악적 장르가 공존하며 아티스트는 그들을 필요한 대로 골라 쓴다는 것. 그것이 포스트 말론이 표상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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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 Trillion >이 좋은 이유를 말해보라 한다면



포스트 말론의 이번 앨범에서는 향토적이고 친근하게 들리는 컨트리 장르 사운드가 앨범의 전체적인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준다. 여기에 그가 가진 고유한 멜로디 라인의 구성 능력이 덧씌워지고, 그것에 자신의 이야기가 듬뿍 쌓아 올려져 각 트랙이 완성된다.


컨트리는 단연 비주류의 장르이다. 미국 서부에서부터 발전해 온 미국의 전형적인 '보수적인 마초 감성'을 담은 이 장르가 주류가 되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F-1 Trillion >의 세 번째 트랙 'I Had Some Help'를 피처링한 요즘 세대 컨트리 아티스트인 모건 월렌이 등장한 2020년까지도 컨트리 장르 아티스트 중에서는 라디오 방송을 주 매체로 이용하여 발매된 음악을 알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던 미국의 컨트리가 2010년대 문화 격동기를 맞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점차 사랑이나 좌절에 맞섬과 같은 부드러운 것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포스트 말론의 < F-1 Trillion > 역시 컨트리 음악의 정수를 보여줄 때도 있으나, 변형된 새로운 컨트리 장르로의 시도가 엿보이는 트랙들도 적지 않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기대, 그리고 어떠한 좌절을 만났었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았음을 노래하는 트랙들이 있다. 그간 노래해 오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토대가 되는 주 사운드의 장르가 변한 것도 있지만, 가사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지난 연속의 앨범에서 다소 불안하거나 무기력함에 체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던 그의 가사가, 이번 앨범의 트랙들에서는 한층 성숙해져 있다.


이 앨범이 내게 좋게 들리는 것은 컨트리 사운드와 포스트 말론이 전하는 가사들이 매우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친숙하고 유쾌하지만, 어딘가 그리움이나 먹먹함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디 속에서 허스키한 보이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포스트 말론.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의 혼란스러움을 견디고 한층 성숙해진 그의 삶이 담겨있다.


 


자신만의 장르를 한 겹씩 쌓아 올리는 아티스트


 

한때 미국 힙합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였던 포스트 말론은 그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도약을 한다. 그는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기분을 선사하는 아티스트이므로, 어쩌면 언젠가는 포스트 말론 그 스스로를 장르로 부르게 되지 않을까? 포스트 말론의 < F-1 Trillion >, 지나가는 여름과 얼굴을 마주하는 가을 사이에서 한 번쯤 들어볼 만한 앨범이라고 자부한다.

 

 

 

* 부록 : < F-1 Trillion >에서 이 곡들은 꼭 들어보세요!


 

'What don't belong to me' : 해가 지는 여름 저녁에 들으면 좋을 노래. 가사가 참 선선하고 슬프다. 이 세상 모든 걸 다 너한테 주고 싶은데 사랑만큼은 네가 받아야 하는 만큼 못 줘. 너에게 주게 될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헤프게 사랑을 쓰지 말 걸,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꼭 본인의 이야기 같아서 먹먹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요즘 이 노래처럼 헤프게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아서 슬퍼지기도 하는 노래.

 

 


 

'Nosedive' : 가사가 정말 좋다.

 

'모든 가시는 장미를 가지고 있어. 가끔은 달리고, 그러다 멈추고. 어떨 땐 날다가도 떨어지지. 그렇지만 급격한 추락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있잖아.'

 

날 괴롭히는 이 모든 가시는 내 장미에서 피어난 것. 삶이 나를 아무리 난도질해도 내가 가진 빛과 색은 바래지 않아.

 

 


 

'Yours' : 포스트 말론이 딸의 미래 남편에게 전하는 노래. 처음 듣다가 울었다. 예전 포스트 말론을 생각하면 놀랍다. 후렴구의 가사가 '아마 하얀 걸 입겠지만, 그 애의 첫 드레스는 분홍색이었어. 너에게는 너보다 나은 반쪽이 되어주겠지만 나에게는 그 애가 전부야. 우리 둘 다 평생 그 애를 사랑하겠지만 내가 더 오래전부터 사랑했지. 그래도 언젠간 보내주어야 하는 걸 알아.'

 

갑자기 우리 아빠 생각나서 울었다. 사랑을 헤프게 써왔다고 후회하다가도 딸로 인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운 록스타…. 멋있다.

 

 

 

 

P.S. 이 노래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디럭스 버전인 F-1 Trillion : Long bed도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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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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