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얼음 위 뮤지컬의 세계가 관객에게 남길 것들 - G-SHOW : THE LUNA

글 입력 2024.08.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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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체육관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체육관이어야지만 관람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이 있다. 바로 아이스쇼이다. 잠실종합운동장 학생체육관이 아이스쇼와 뮤지컬이 결합한 공연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제작한 최초의 아이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만큼 특별한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뮤지컬이다. 'G-SHOW : THE LUNA'는 2022년 초연 이후 2년 뒤인 올여름, 서울 잠실에 상륙했다. 경기장에서 볼 공연이란 점이 나를 기대에 더 부풀게 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공간을 한 번 둘러보았다. 경기를 위한 조명이 뮤지컬을 위한 조명으로 어떻게 바뀔까. 소리는 어떻게 채워질까. 뮤지컬을 위한 공간으로 제작되지 않은 곳에서 배우들의 울림을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호기심도 갔다. 아이스 링크장의 딱딱하고 조그마한 의자에서 좌석을 찾고 뮤지컬을 보는 경험 또한 특별했다. 옆 관객과 다닥다닥 붙어서 보는 좌석은 아이들의 순수한 반응을 느끼며 볼 수 있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G-SHOW는 스포츠를 위했던 공간이 이렇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을 또 한 번 발견하게 한 사례이다. 경기는 실시간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응축된 한 번의 라이브 경험을 제공한다면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데 지속성이 추가된다.


 

 

콘텐츠로서의 가치 - 단 하나의 뮤지컬 아이스쇼


 

'G-SHOW : THE LUNA'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아이스쇼이다. 노래에 맞추어서 펼쳐지는 화려한 빙상 위의 안무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노래와 어우러지는 안무들 만으로는 주로 ‘보는’ 공연이 되기 쉽지만 뮤지컬은 노래를 ‘듣는’ 공연까지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아이스쇼는 많다. 하지만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빙상 위 뮤지컬은 아직 흔하지 않다. 그렇기에 빙상 위 노래와 안무 모두를 제공하는 창작 콘텐츠는 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지금까지 우리는 해외의 아이스쇼를 수입하는 것에 더욱 익숙해왔다. 아이스쇼는 보는 것을 위주로 하기에 번역이 필요 없어 공간의 제약만 극복하면 수입이 쉬운 콘텐츠였다.세계적으로 유명한 'Disney on ic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브로드웨이는 미국 아이스쇼의 시작이 된 곳으로 현재도 꾸준히 아이스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로 유명한 만큼 다양한 무대형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쇼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기에 우리가 보유한 아이스 뮤지컬 콘텐츠라는 성과는 놀랄 만하다. 이제는 우리가 소유한 라이선스로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스쇼를 수입하기 위해 했던 고민들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행복한 고민을 안겨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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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위 뮤지컬의 매력


 

아이스 뮤지컬은 모든 뮤지컬의 요소를 피겨스케이팅의 기술과 통합했다. 기존의 아이스쇼와 다른 점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또한 스케이팅과 더불어 즐길 거리란 점이다. 듣는 세계로의 초대는 어른 아이 모두에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된다. 각 뮤지컬은 특징적인 노래와 테마가 있기에 일렉트릭 팝 뮤직부터 화려한 무대 장치를 만날 수 있다.

 

지쇼를 보고 경험의 폭을 확장한 관객으로서 앞으로도 더 다양한 아이스 뮤지컬이 어른 아이 모두에게 더 친숙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피겨스케이팅의 대중화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김연아로 대중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피겨가 우리에게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피겨의 대중화가 콘텐츠의 다양화를 견인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한 80분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현대적이고 새로운 공연 경험을 제공한다. 총 14개의 뮤지컬 넘버를 들어볼 수 있으며 화려한 무대 디자인으로 다채로운 매력도 볼 수 있다. 뮤지컬과 아이스쇼의 만남인 만큼 뮤지컬 전문가와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가 힘을 합쳤다. 선수 출신의 스케이터 8명과 뮤지컬 배우 8명으로 구성된, 각 분야의 조화가 이루어진 공연이다.

 

공연의 끝은 체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공연 종료 후엔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도 있다. 스케이팅 체험도 눈을 끌었다. 공연을 그 본 후 감상의 잔상을 더 오래 남길 수 있게 한다. 공연의 내용과 양에 있어서 볼거리는 이전에 비해 많아졌지만 시간은 없는 현대인들과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판타지와 과학의 만남


 

어린 시절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였음이 기억난다. 그런데 아쉽게도 판타지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접한 기억이 없다. 미래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라는 설정만으로도 우리나라 공연의 콘텐츠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음을, 또한 기술적인 발전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음을 의미한다.

 

공연의 시작은 뉴스였다. 지구온난화로 무너져 가는 사회를 고발하며 사라져 가는 지구 터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 단 한 그루의 나무 '노르말리스'를 수호하기 위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빙상 위에서 다채롭게 그려냈다. 추운 겨울이 되어 환상의 섬 루나 아일랜드는 한 달간 문을 열고 유일하게 남은 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 위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루나 페스티벌에서 선발되는 루나는 특권과 명예를 얻기에 루나가 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만이 남겨진 기후 환경은 보다 쉽게 우리의 지구 환경이 미래에 어떻게 극단적으로 바뀌게 될지를 상상하게 한다. 그러한 기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고민들을 루나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담아냈다. 노르말리스 나무는 유일하게 남은 봄과 가을이 만들어낸 꽃이라는 중요성을 갖는다. 인간의 소비적이고 파괴적인 행동들이 미래에 어떤 어려운 일을 초래할지를 관객에게 알려준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최종적인 선택은 이기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할지를 알려준다. 루나 페스티벌이 열리는 본래의 목적은 하나뿐인 노르말리스 나무를 지키기 위함에 있다. 마을 사람들은 페스티벌을 통해 루나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개인적인 성공보다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개인적인 이익과 욕망을 버렸다. 루나 아일랜드의 총 관리자인 아틀라스가 더 큰 부를 위해 내린 선택과 선명하게 대조된다. 관객은 루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나무 한 그루를 위해 함께하는 가치의 무게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판타지 미래 세계에서 개인의 이익과 수익이라는 가치 보다 잃어버린 가치와 소중함을 우선시하며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썸머와 윈터의 갈등은 명예와 인기보다는 우정과 신뢰를 선택하며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단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되는 이야기를 통해 덥고 춥기만 한 여름과 가을 대신 둘을 연결해 주는 봄과 가을의 상징적인 의미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얼음 위 뮤지컬의 세계로 아이들에게 남겨질 것


 

결국은 미래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이다. 그게 나무 한 그루가 될지라도 말이다. 후회하는 아쉬운 과거는 묻어 두고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바로잡는 선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보다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위해'라는 반복적인 대사의 메아리가 더 퍼지길 기대한다. 그 용기는 관객들이 이 공연을 통해 얻어 갈 것이다. 내용의 면에서, 형식의 면에 있어서 모두 이를 담아 간 관객들이 꿈 꿀 미래가 기대가 되었다. 공연의 매력은 그 여파가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데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줄 수 있는 일이이기에 공연 하나의 가치가 어떤 큰 영향력의 파도를 불러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한 줄 평이 되지 못한 두세 줄 평] 공연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이 담을 것이 궁금하다. 도중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얼음 위 공연의 세계가 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품게 할지, 나중에 어떤 잔상을 남길지 호기심이 가게 한다.

 

 

[신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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