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이 그리는 기하학 추상 -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Ⅲ

공연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III
글 입력 2024.08.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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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해서 탄생한다. 클래식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작곡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을 말하는 공연, 앙상블 블랭크의 작곡가는 살아있다 III가 지난 8월 17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렸다.

 

예술단체 앙상블 블랭크는 음악감독과 지휘를 맡은 최재혁을 필두로 총 15명의 연주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공연부터 전시와 같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아름다움',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한다.

 

 

앙상블블랭크_단체사진.jpg

 

 

공연 <작곡가는 살아있다>는 이런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작년에 이어 이번 해도 돌아왔다. 전 세계 35세 미만의 젊은 작곡가를 대상으로 작곡 공모를 한다. 올해는 김준영 작곡가와 Patrick Friel 작곡가의 작품이 무대 위에 올랐다.

 

*

PROGRAM


Matthias Pintscher(b.1971)

Janusgesicht


Anton Webern(1883-1945)

Satz for String Trio(1925)


Junyoung Kim(b.1992)

Les fragments distordus for String Quartet

* 2023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 작품, 세계초연


Pierre Boulez(1925-2016)

Dérive 1


Patrick Friel(b.1989)

Waters, Spires, Skies

* 2023 앙상블블랭크 작곡 공모 당선 작품, 한국초연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Brandenburg Concerto No. 4 in G Major, BWV 1049

 

 

작년에도 앙상블블랭크의 <작곡가는 살아있다>를 굉장히 흥미롭게 감상한 기억이 있다. 캐주얼한 차림의 연주자들과 평소에 쉽게 감상할 수 없는 현대 음악 작품들, 최재혁 음악 감독의 공연 소개까지, 친절한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엔 첫 곡이 아주 강렬했다. 마타이스 핀처의 Janusgesicht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가 한 의자에서 등을 맞대고 앉아 연주를 시작한다. 어두운 무대 위 두 연주자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핀 조명과 긴장감 넘치는 연주가 아우라를 뿜어낸다. 제목처럼 두 얼굴을 한 야누스 신의 자아가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왔다 갔다 끊어지고 늘어지는 감정선들과 대립하는 두 자아의 성격과 말씨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후로 이어진 음악들 또한 명확한 멜로디나 반복적인 구성보다는 비정형적이고 독특한 음과 변주가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은 서사가 느껴지는 음악이다. 1막과 2장의 변화가 뚜렷하고 반복을 통해 음을 가능할 수 있었다면, <작곡가는 살아있다>에서 연주하는 작품들은 어떠한 부분도 예상을 할 수가 없다.


변화무쌍하게 이어지는 리듬과 소리의 향연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번 공연의 음악에서는 기하학적인 이미지가 펼쳐졌다. 펼쳐진 양탄자 위로 세모, 네모, 동그라미, 사다리꼴 모양의 입체적인 도형이 뛰어다닌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모두 양탄자 밖으로 쏟아질 것 같다가도 아슬아슬하게 엎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줄타기 하는 듯한 긴장감이 줄곧 이어졌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다양한 속도로 연주하던 곡은 핑퐁을 떠올리게 했다. 바이올린 소리는 속도를 이미지로 그려보게 했다.


시끄러운 분투의 정글을 떠올리게 한 작품도 있었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수많은 야생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자연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 편으로는 시네마틱 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말 없이 조용해 보이는 한 사람의 부글거리는 화가 드러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요동을 친다. 다양한 강약 조절의 북소리는 여러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고, 한 인간의 갈등과 폭발 직전의 화가 연상 되었다. 또한 첼로와 바이올린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주고받음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로 끝을 맺었다. 앙상블블랭크는 <작곡가는 살아있다> 공연을 통해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선보이고 나머지 곡 또한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의 현대음악을 선보이는데, 마지막 곡은 항상 바흐로 끝을 맺는다. 클래식 음악의 기초이자 뼈대가 되는 바흐의 영향력에 대해 존중을 표하는 의미라고.

 

그렇게 앞선 곡들과는 사뭇 다른 바흐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막을 내리고, 앵콜 음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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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신진 작곡가들의 유망한 작품들과 독특한 퍼포먼스를 맘껏 즐기게 해주신 앙상블 블랭크에게 감사의 박수를 전한다.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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