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나요? ② - 옥탑방 왕세자 [드라마]

글 입력 2024.08.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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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박하가 마지막에는 어땠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각과 용태용은 같은 사람이지만 환생을 한 인물이니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박하가 사랑한 건 옥탑방에 떨어진 이각이다. 그런 박하가 용태용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드라마를 돌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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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는 이각과 신하들이 조선으로 돌아가면 사진에서도 그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함께 찍은 사진들 속 결국 홀로 남은 박하를 보면 눈물이 난다. 조선으로 돌아간 그들이지만 사진으로라도 평생 추억하면 좋을 건만.. 그럴 사진조차 없으니 박하는 그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꿈같고 혼자서 그 아픔들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 아팠다.

결혼을 하자는 박하의 말에 왜 고통스러운 기억을 만드냐고 하는 이각. 너와 결혼했었다는 추억을 갖고 싶은 거라고 말하는 박하. 두 사람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돼서 누구의 말이 맞는다고 할 수 없어 더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다. 결혼을 했다가 이각이 조선에 돌아가 버리면 더 힘들어할 박하를 걱정하는 이각의 마음과 결혼을 한다면 이각과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하. 두 사람에게 가혹한 운명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각은 박하에게 결혼 예물이라며 옥관자를 선물한다. 이 옥관자는 이각이 300년 전에 조선에서 뛰놀 때 땅속에 숨겨놓았던 옥관자이다. 그것을 300년이 지난 후에 돌고 돌아 만난 박하에게 결혼 예물로 준 것이다. 이 장면은 마지막 회까지 이어진다. 이각이 조선으로 돌아간 후 옥관자를 숨겨놓았던 곳에 다시 간 박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땅속을 파본다. 그곳에는 조선에서 이각이 남긴 편지가 있었다. 마치 300년이 지나 만난 그들이 이어져 있음을 뜻하는 것 같았다. 이각이 남긴 편지에는 ‘차라리 죽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고 싶다’라는 말을 남겨져 있었다. 그 바로 다음 장면은 이각의 환생인 용태용이 카페에서 우연히 박하를 만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러한 연출을 보며 편지에 쓴 말처럼 박하가 너무 보고 싶었던 이각은 정말로 죽음을 선택했을 것 같다. 죽어 환생하면 박하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박하는 300년 전에도, 300년이 지난 지금도 이각의 목숨을 살린 사람이다. 300년 전에 박하는 부용으로 이각 대신 독이 묻은 곶감을 먹고 죽게 된다. 300년이 지난 지금 박하는 이각에게 결혼 예물로 목걸이를 선물하게 된다. 그 목걸이는 이각이 조선에 돌아간 후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목걸이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각을 사랑해서 곶감을 대신 먹은 부용이, 이각을 사랑해서 결혼식 예물로 목걸이를 선물한 박하. 모두 그를 사랑했기에 그 사랑이 운명처럼 이각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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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미안했다, 사랑한다.'

 

결혼식 전날 밤 이각은 처음으로 박하에게 말한다. ‘고마웠다. 미안했다. 사랑한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한 이각은 그동안 박하에게 못했었던 말을 한 것이다. 이각은 박하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미안함은 과거형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만은 현재형으로 표현했다. 고마웠고, 미안했다는 말에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박하의 말처럼 지금 그들의 관계는 그저 감사와 미안함으로 표현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사랑한다.’ 그들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관계인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에 박하는 또 말해달라고 한다. 이 말은 박하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고, 이각이 사라지면 다시는 못 들을 말이었고, 평생 박하의 가슴에 사무칠 말이었다.

 

 

'그런 나라서 나 너밖에 몰라서'

 

 
이각과 박하는 둘만의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결혼식 장소는 바로 이각과 박하가 처음으로 만났던 옥탑방. 이각이 처음 박하의 옥탑방에 불시착했을 때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장소에서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고 있다. 그들의 시작과 끝은 그렇게 옥탑방에서 이뤄진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 이각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간다. 사라져가는 이각의 모습에 잘 가라는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벙어리가 된 채 눈물만 흘리는 박하. 이각이 사라져 버린 텅 빈 곳을 보며 ‘안녕이라고 말할 걸 그랬어’라고 말하면서 드라마 ost인 ‘한참 지나서’가 흘러나온다. ost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넓은 옥탑방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박하의 모습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의 남자 버전이 흘러나오면서 꽃잎이 저 멀리 바람에 흩어져간다. 마치 박하의 마음이 담긴 꽃잎이 저 멀리 이각에게 가듯이.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후회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이 섞인 눈물을 흘리는 박하에게 이각은 조선으로 잘 돌아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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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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