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후회 없는 삶이란

글 입력 2024.08.2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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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끝자락에서 눈을 감을 때, 후회없이 살았다며 미소짓고 싶다.

 

교복을 벗기 전부터 슬며시 들었던 이 생각은 어느덧 내 모든 순간에 은연 중으로 스며들었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과거를 끝까지 되짚어보면, 어릴 적 가면라이더의 말이 기억난다. 가면라이더가 삶의 늪에서 빠져나오며 악당에게 했던 한 마디.

 

'더는 후회하지 않아. 내게 후회라는 길은 없어.'

 

지구영웅이 저런 결의와 성장이 가득한 말을 하다니. 그 후로 가면라이더는 항상 현명한 선택만 해왔고 결국 세상도 자신도 구해냈다. 히어로가 세상 전부였던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후회없는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 때부터였을까. 어른들이 후회되는 일을 얘기하면 자연스레 귀기울였다.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그 답을 알고 싶어서였다.

 

어릴 적 사정상 꿈을 이룰 수 없었다거나, 미련남는 사랑의 이별을 했다거나. 현실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이런 류의 말을 건내는 이들을 보면 대개 힘이 없어 보였다. 당장이라도 한숨을 내뱉을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이런 조언들은 자신의 길을 똑같이 걷지 말아달라는 진심어린 당부인 셈이리라 믿었다. 그런 고로 인생에서 흔히들 하는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웬걸. 수없이 다짐했건만, 지금의 나는 후회를 비껴가기는 커녕, 더없이 맞았다. 후회하지 않으려 발버둥을 쳐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어쩌면 이제 막 취준생들의 지옥인 사회에 들어가는 중이니 버거운 일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다를 바 없었다. 누구보다 부푼 기대를 가진 열댓 남짓에서 스물이 실패없는 사랑, 미련없는 꿈을 이룰 수야. 이쯤에서 다시 고민해보고 싶다. 후회없는 삶은 어떤 삶일까. 혹자는 자신의 뜻을 깊이 고뇌하며 관철하는 삶이라 하고 또 다른 혹자는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며 즐기는 삶이라고 하며 누군가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답은 없겠지만, 아마도 그동안 난 아주 완벽한, 성공적인 삶을 꿈꿨던 듯 하다.

 

뭐든지 성공만 해온 그런 이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패배자'라는 단어는 있어도 '성공자'라는 단어는 없다. 싸움에서 진 사람은 있어도 이긴 사람은 없다. 그 순간에는 희비가 갈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끝에 가면 영원한 승자는 없는 셈이다.

 

인생과의 싸움도 마찬가지일 테다. 후회와 인생은 떼놓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사이일 수도 있다. 모두가 인생과의 싸움에서 후회 하나씩은 가져갔으리라.

 

그럼에도 여전히 욕심많은 나지만, 바보같이 여전히 해답을 풀지 못한 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청춘이 흐드러지게 피지도 못한 채 수없이 지고만 싶지는 않으니까.


왠지 후회와 함께 한 발 내딛고 싶어지는 날이다.

 

 

[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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