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그만할 때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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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편지다 보니 두서없이 떠들어도 이해해 주면 좋겠다. 내용이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해도 잘 알아들을 거라고 믿는다. 너는 그런 사람이니까.
평생을 알고 지냈지만, 아직도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으면서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시작을 해보자. 그래야 너도나도 애써 담담하게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나름 나답게 살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쯤에서 다시 돌아보니 나만 없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남들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진짜 내가 아니라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만 찾으면서 그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애썼다. 거기에 들어맞지 않는 나는 저 깊은 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렸지.
그게 어찌나 깊었는지 이제 와서 다시 꺼내려고 해도 흔적도 안 보이더라.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렇게나 깊은 곳에다 처박아 버렸냐. 푸념은 해도 너를 탓할 수는 없다. 뭐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할 말은 하는 게 맞는 일이니 다소 직설적으로 말한다. 인제 그만 짜치게 살자.
그때의 너를 다시 한번 봐라.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 고개 돌려 외면하고, 이겨낼 용기도 못 내서 만들어낸 모습을 뒤집어쓰고는 그게 진짜 자기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허송세월하였지.
보기에만 좋은 껍데기로 남도 속이고 나 자신도 속였다.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랬던 건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러고 싶었던 거겠지. 가식이나 떨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안정감 위에서 불안에 떨고 있었겠지.
이제 정신 차렸으니 다시 한번 봐라. 속이 텅 빈 강정같이 살면서 이것도 저것도 못 하는 한심한 모습이잖아.
이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은 시간이라도 진짜 나로 살아보자. 반성하고 달라져야지. 그래야 후회했던 시간이 경험이 되고 배움이 된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면 또 낭비하는 삶을 살게 될 뿐이야.
이제는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 진짜 나를 찾을 시간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게 아니라 그나마 덜 늦은 거다.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자. 그렇다고 욕심부리지는 말자.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는 좀 더 나답게 변해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하루하루를 반복하면서 차근차근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면 버려진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찾아서 조심히 잘 들고 와라.
그럼, 그날의 내가 너에게 인사할 거다.
[김상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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