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혼, 나와 상대방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축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8.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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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몇 달 후 결혼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톡으로 짧은 대화 몇 마디를 나눈 뒤 점심 약속을 잡았다. 또 한 명이 ‘유부 대열에 합류하는구나 정말 너도 나도 가는구나’ 아쉬움의 탄식과 동시에 축하 섞인 말을 내뱉었다. 나이가 들며 청첩장 받는 횟수가 늘었다. 친구, 지인, 친척들의 결혼식을 다니다 보니 느껴지는 것은 결혼문화가 많이 변화됐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소개하기 앞서 최근 봤던 기사 하나가 있다. ‘결혼식장에 등장한 축의금 키오스크’ 해당 제목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무슨 문화일까? 기계에 신랑, 신부의 관계와 금액, 주차 등을 입력하고 돈을 입금하면 주차권 식권이 자동으로 나오는 서비스다. 저러면 정말 정확하게 계산 되겠다는 T적인 생각과 결혼식인데 정없지 않나 F적인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기사를 본 사람들의 입장도 제각각 인 듯하다. 이건 혼주와 업체 측 모두를 생각한 아이디어일 것이다.


 

 

간소화된 예식, 프라이빗하게


 

호화롭고 예쁜 결혼식보다는 가족들끼리 프라이빗하게 하는 결혼식이 대세다. 불필요한 절차(주례와 폐백)을 없애기도 한단다. 즉 보여주기식 예식 보단 두 사람을 위한 결혼을 많이 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학교 은사님, 다니는 교회 목사님 등을 찾아봬 주례 일정을 잡았다면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신랑 신부가 말하는 것이 곧 주례니까.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편지나 결혼 이후 서로에게 지킬 약속 등을 읊는다. 결혼서약인 만큼 둘만의 축제다.

 

좀 더 흥이 있는 신랑신부라면 노래를 부르기도 춤을 추기도 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생기며 인생 네 컷, 포토부스, 방명록 등을 갖춰 하객들에게 방문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장소에 따라서 풍기는 느낌도 다르다. 사람들은 주로 하객들이 잘 찾아올 수 있는 역 근처 웨딩홀을 선호한다. 예전 어른들은 아들, 딸 시집보낼 때 ‘내가 주위 사람한테 낸 축의금이 얼만데 다 받아야지’라고 말한 시절이 있었다. 내가 지인들 경조사에 갔으니 그만큼 내 자식 좋은 날에 돌려  받아야지라는 주고받기 개념일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반은 이해되고 나머지 절반은 모르겠다. 결혼이 집안과의 결혼이기도 하지만 결국 남, 여 둘이 가족이 되는 일이기에 남들이 하는 뻔한 것보다는 특별한 것이 좋지 않을까.

 

요즘은 격식, 문화에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공간도 특별한 것을 선호해 야외 웨딩을 많이 한단다. 얼마 전에도 야외로 결혼식장을 간 적이 있다.

 

공간하니 지금까지 갔던 결혼식 중 통영바다가 보이는 결혼식장이 떠오른다.  오래전에 갔던 곳임에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풍경이 너무 좋아서다. 예식이나 식장 분위기, 규모는 여느 곳과 같았으나 통영바다를 마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11월쯤으로 기억하는데, 분명 서울 공기는 차가웠는데 통영공기는 따뜻했다. 위치가 멀어 하루 전날 갔지만 푸른 바다와 찰랑이는 해를 바로 직관할 수 있어 행복한 하루로 기억한다.

 

 

 

딴 딴따단, 사람 대신 댕댕이 화견부터

89세 할머니까지 화동으로


 

네발로 뚜벅뚜벅, 드레스를 입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신부 입장 전 졸졸졸 따라오는 광경을 보았다.

 

반지에 풍선을 매달아 미리 걷기 연습을 한단다. 결혼식이 치러질 때면 기르던 애완견을 애견호텔에 맡겨두는 것은 옛말이다. 반려견 또한 가족이기에 결혼식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은 화동으로 어린 조카 혹은 아이가 있다면 아이가 걸어 나와 꽃가루를 뿌리며 화동을 한다.

 

화동의 의미는 결혼하는 커플이 등장 전 먼저 행진하며 꽃잎을 뿌리는 역할로 10살 이하의 아이가 주로 맡았다. 하지만 편견은 깨라고 있는 것 아닌가? 먼저 틀을 깨고 해버리면 그뿐이다.

 

화동이 10살 이하의 아이만 하라는 법이 있는가?

미국 캔자스에서는 2019년 손녀가 여든세 살 할머니에게 화동을 부탁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꽃잎을 날렸고, 결혼식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기사 속 사진 속에서 행복함이 묻어 나왔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시선에 신경 쓴다. 결혼해 본 적은 없지만 막상 준비를 한다면 나도 같은 고민에 빠진다. 축의금 액수, 하객 수 등 체면 차리기가 시작된다.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지만 세상에 한 번밖에 없는 인륜지대사이니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 보자. 처음부터 결혼식이라는 틀을 깰 수는 없으나 나와 배우자가 만들어가는 축제로 무겁지 않고 쿨하고 재밌는 하나의 문화가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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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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