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로움에 대하여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8.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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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국제결혼을 통해 생긴 ‘잭’이며 동시에 그의 엄마이기도 하다.

 

잭과 엄마는 서로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잭의 외로움은 ‘미국’이라는 배경에 섞이지 못하고 배척되는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엄마의 외로움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잭과 엄마의 외로움이 표면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고 보았다. 결국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잭과 엄마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지만 잭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단 엄마의 상황을 무시하려 애썼다.

 

이러한 상황에서 엄마가 강구한 해결책은 ‘종이 동물들’이다. 엄마가 접어준 종이 동물들은 잭과 엄마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이자 잭의 옛 동료이다.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종이 동물들을 접는다.

 

제목 ‘종이 동물원’은 엄마의 마음을 모아둔 종이 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엄마의 마음이 꺼지지 않고 잭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


 

잭이 느낀 차별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멀쩡한 남자처럼 보이던데. 왜 이런 짓을 했을까?’부터 ‘네 아빠가 네 엄마를 사 올 때 낸 돈보다 더 줘야 할지도 몰라!’까지 어렸을 때부터 잭은 다양한 차별을 받아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 건네는 차별 어린 시절과 친구에게서까지 들은 말들은 잭을 더 고립시켰을 것이다. 차별을 받지 않는 곳에 있다 차별을 받는 곳으로 가 처음으로 차별을 받아본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차별을 수도 없이 받으며 자라온 사람이 본인이 받아본 ‘차별’을 대하는 것에는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잭은 차별의 이유를 본인의 정체성, 엄마, 중국으로 돌렸다. 차별을 받는 원인을 차별을 행하는 사람이 아닌 본인에게서 찾았기 때문에 엄마를 무시하고 중국어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아빠나 엄마가 제대로 된 정체성을 확립시켜줄 기회를 만들어줬다면 잭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빠는 중국어를 하지 말라는 잭의 말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고 엄마는 영어를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잭의 상황을 이해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이런 잭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엄마


 

엄마는 자기 남편에게조차 차별받는 사람이다. ‘아빠는 엄마를 카탈로그에서 골랐다.’라는 문장은 아빠가 엄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준다.

 

아빠는 엄마를 선택해 미국으로 데려온 인물이다. 아빠는 엄마를 위하지만 엄마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잭이 엄마에게 중국말을 하지 말라고 말했을 때 아빠 또한 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엄마를 전혀 이해하지 않았기에 나오는 행동일 것이다.

 

엄마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건 중국어였고 엄마가 온 마음을 담았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역시 중국어뿐이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가족을 잃었고 그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엄마에게 있어 자신의 잃어버린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잭이 어떤 존재였을지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어 엄마의 편지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잭은 엄마의 하나뿐인 아들임과 동시에 엄마가 살아온 삶을 증명해주는 단 하나뿐인 증거이다. 엄마가 죽기 전까지 아들인 잭을 이해하려 애쓰고 잭을 마음 깊이 사랑했다는 게 소설에서 느껴졌다.


잭은 결국 엄마가 죽고 나서야 엄마를 알게 되고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부렸던 마법은 엄마‘만’이 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것이 좋았다. 또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인물이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김예은 아트인사이트.jpg

 

 

[김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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