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신의 시대에서 안정 애착으로 향하는 길 [도서/문학]

현대의 사랑에서 생기는 실존적 불안 타파기, 책 『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글 입력 2024.08.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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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최근 들어 '불안', '고립'과 같은 단절감이 느껴지는 키워드들을 SNS 혹은 뉴스, 신문 기사를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된다. 온라인 대형서점의 웹페이지에도 심리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나 청소년, 청년 집단의 연결감 문제가 높은 비율이 늘어났음을, 서울시 청년정책의 예시로는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인 심리상담을 지원해 주는 사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결감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면 현대 사회는 연결감을 설정할 수 있는 대상이 흐릿해졌음과 동시에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과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관계적 자율감 지지할 환경을 만들었으며 자신과 출신, 젠더, 나이, 문화적 기호와 같은 선천적인 연결감을 벗어나 다원화로의 탈경계를 지향한다.


이제는 국가를 넘어선 '세계'의 시대다. 교류, 무역, 프로젝트, 학업에 이어 전쟁까지 여러 국가가 줄줄이 엮어진다. 그 말인즉슨 우리는 동질성이 파괴되어 고정된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가치판단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 된다. 개인 중심의 가치판단은 '곁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변화하고 그것이 정체성이 된다. 그렇기에 옳고 그름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믿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는 현대인을 자꾸만 불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다원화 이후의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제 관심을 두고 나아갈 때다.


다이앤 풀 핼러의 『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성향에 집중하는데, 그것은 바로 '안정 애착'이다. 범람하는 불안은 잠재우되 다원화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심층적인 방법론의 하나로 안정 애착을 알아보자.




극복할 수 있는 우리의 몸


 

우리가 최초에 태어나면서 믿음을 줄 수 있는 대상은 가족, 바로 부모님이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인 오토 랑크는 '출생이라는 트라우마(The Trauma of Birth)'라는 저서로 어머니의 안락한 자궁과 떨어지는 최초의 분리가 일어났고, 이러한 심리적 외상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깃든다고 주장한다.


이때 트라우마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결과다. 하지만 책에서는 "자신, 타인, 우주,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와 연결이 끊어졌어도 상처를 치유하고 연결을 복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34p)"고 말한다. 피부에 상처가 나도 세포가 재생되며 상처의 자리가 새로운 세포로 아무는 것처럼 인간 신체는 태어날 때부터 외상이 있었기에 안정 애착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의 보편적인 결함과 재생능력을 병치시키며 다양한 애착 사례의 복잡함 갖고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한층 가볍게 한다. 정리하자면 신경가소성의 원리와 치료를 통해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애착을 재경험시키는 치료(DARe 동적 애착 재패턴화 경험)를 개발하고 책에서도 계속하여 몸을 움직여 과거의 기억을 안정된 환경에서 새롭게 구성하게끔 한다.


또한 저자는 애착의 유형을 안정 애착, 회피 애착, 양가 애착, 혼돈 애착으로 나눠 책을 진행하지만, 그 유형 중 하나가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애착유형이 바뀔 수 있음을, 절대 불변의 애착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로 하여금 독자는 안정 애착 외의 불안정 애착의 유형에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안정 애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수반감, 공명감, 조율감


 

아기의 트라우마를 불안에서 안정의 궤도로 전환해 자율적인 자립이 가능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아기가 의존할 수 있을 만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성인의 경우 성인의 자립이 보편적인 사회 문화적인 경향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할 만한 상황을 미성년의 시기에 비해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상호 의존하는 존재다. 이 사실은 관계 측면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상회 의존이란 타인의 도움으로 자신을 더 잘 보살필 수 있다는 뜻이다. 상대 또한 우리의 개입과 지지를 바탕으로 상호 연결된 자율성을 기를 수 있다. 의존과 분리의 통제권과 자율권을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 아닐까?


그렇다면 '의존의 대상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든다. 한번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지만 상대와의 이해가 서로에게 수반되는 대상이 이상적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수반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이 나를 이해했다고 느끼는 경험을 말한다. 이는 상대가 내게 맞추어서 조율했고, 내게 공명 반응을 한다는 '감각적 느낌'이다.


반대로 상회 의존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분리의 시기도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것은 타인과 분리된 시기에도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과 신체의 실재함과 같이 공존하기'다. 신체가 실재한다는 감각은 현재라는 시간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작게는 관절 마디마디를 느끼고 움직이며 신체의 순환과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글을 마무리 하며


 

결론적으로 책은 조율에 완만하게 정착한 상태를 안정 애착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사실 불안정 애착에서 안정 애착으로 전환에 안정 애착을 가진 상대와의 교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마중지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말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착안한 법칙이다. 고로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한 가지라도 어긋나면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관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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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니콜라예비치 크람스코이, 〈낮선 여인의 초상〉, 1883 - 안나 카레니나를 이미지로 한 것이라고도 한다.

 

 

조율이란 과연 쉽고 빠른 과정이 아니다. 책을 한번 읽고 바뀔 수 있을 만큼 사람의 초기 설계도는 단순하지 않으며 인생 전체에 걸쳐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러나 우리는 다원화의 가능성 속에서 다양한 실패를 겪고 이로 하여금 실패에 의연해질 수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 몸을 갖고 있다.


사회가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그만큼 실존적 위기도 커진다. 언제 어디서 불쑥 찾아드는 불안을 자율적으로 다스리고 타인과 나의 수반감에 집중할 때, 다원화에 따른 문제를 대안으로 할 진정한 메타 지향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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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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