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해를 향한 놀이 [도서/문학]

<놀이와 인간>, 로제 카이와
글 입력 2024.08.2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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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읽으며 놀이와 문화의 관계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놀이라는 단어 자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기에 문화의 개념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은 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놀이가 흔히 알려진 게임이나 오락, 여가의 의미에서 확장된 문명의 요소를 구성하는 체계적인 개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먼저 이 책은 놀이라는 단어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제시한다. ‘놀이의 정의’ 챕터에서는 놀이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규칙이 없다면 허구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놀이가 자유로운 활동, 분리된 활동, 확정되어 있지 않은 활동, 비생산적인 활동, 규칙이 있는 활동, 허구적인 활동 등으로 정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완벽하게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인 범주에 따라 놀이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아곤, 알레아, 미미크리, 일링크스가 그것이다. 아곤과 알레아는 동일한 규칙에 따라 현실의 혼란을 완벽하게 대체하려고 노력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미크리는 흉내와 가장에 대한 놀이를, 일링크스는 패닉을 일으키는 흥분 상태를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놀이의 사회성에 대하여 다룬다. 이 파트에서는 기교놀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에 따르면 혼자 즐기는 놀이는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경쟁을 할 상대나 자신의 놀이를 인정해줄 구경꾼이 존재해야 더욱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이다. 놀이 동료들과의 감정의 공유와 교류가 일어난다면 놀이는 사회화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사회화된 놀이의 대표적인 예로 스포츠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놀이는 언제든지 파괴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규칙과 약속을 지키고, 본능을 훈련시키며 놀이의 원리를 잘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제2부에서는 놀이의 확대 이론을 다루고 있다. 경쟁, 모의, 운, 현기증 등으로 나뉘는 놀이의 태도를 다양하게 조합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중 모의와 현기증, 경쟁과 우연의 조합을 중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의와 현기증의 조합에서 놀이가 문화에 의존하며 하나의 구성요소로 존재하는 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설명된 놀이는 현대사회에서 재구성된다. 카니발, 장터, 서커스 등 실제적인 공간에서 놀이는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독립사회를 서커스에 비유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놀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인간은 자연의 당조로움, 결정론, 맹목성과 난폭성에 저항할 수 있게 된다.

 

또 질서를 만들어 내고 구성을 생각해 내며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놀이가 단순히 오락에만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문장들이다. 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인간의 자아를 활성화하며 현대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시키는 놀이의 기능을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놀이에서 인간은 현실에서 벗어난다’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놀이에 철저한 규칙과 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무겁게 다가오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깊이 체감하게 된다. 저자가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개념의 영역이 변화하고 확장되어도 놀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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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놀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창의성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새로운 단어와 정의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생각지도 못한 장르와 연관시킴으로써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문화 및 문명의 개념을 놀이를 통해 표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볼 만한 신선한 주제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본문 뒷부분에 ‘놀이에 대한 설명’ 이라는 부록을 추가하여 익숙치 않은 단어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도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소 평면적인 단어로 보였던 놀이가 살아 숨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추상적인 설명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책을 완독한 후에 아예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일깨운 기분이 들었다. 특히 ‘놀이의 사회성’ 파트에서 놀이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를 떠올린 후 스스로가 다방면으로 창의적인 시각을 갖추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난잡하게 존재하던 문장들이 연결되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한 덩어리로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문화를 새로운 방면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어릴 때부터 학습하고 체험하는 개념이지만, ‘놀이로서의 문화’는 분명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일 것이다. 문화는 결국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학문이기에, 인간의 행위를 다루는 이 책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놀이는 사회를 읽는 도구이자 문화의 한 부분이다. 사회 구성원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놀이는 늘 밀접하게 작용할 것이다. 넓은 시각을 갖추고 세상에 대한 이해에 한 걸음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놀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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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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