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캘리] 실수를 두려워하는 실수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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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나캘리]
오늘은 이은규 시인의 시집 '무해한 복숭아'에 수록된 '천칭자리 스티커북'이라는 시입니다.
시집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라서 골라보았습니다. 시를 읽다 보니 저의 예전 모습과도 겹쳐져 보였어요. 무언가를 할 때 하나라도 잘못 한 게 있으면 그 전체가 다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었습니다. 힐링을 위해 취미로 글씨를 쓸 때도 잉크 번짐 하나에 몇십분간 공들여 쓴 종이를 버리기도 하고, 어떤 과목의 중간고사 점수를 망쳤다는 이유로 기말고사까지 앞서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시의 제목처럼 천칭자리 스티커북은 스티커를 잘못 붙여도 다시 떼고 몇 번이든 붙일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못 선택한 게 있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도 그게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과거의 저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결과적인 것에서 바뀌는 건 없을지라도 자책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실수는 언제 그만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떻게 실수를 하나도 안 하고 살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하려 합니다. 실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놓은 과대평가 된 두려움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어서요. 실수가 덕지덕지 묻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며 시간을 죽인 '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노력한 '나'가 남는 거니까요.
오랫동안 곁에 두고 꺼내보고 싶은 시입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모두에게 이 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성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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