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하는 마음 [운동/건강]

글 입력 2024.09.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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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요가 수련을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굳이 게으른 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이유는 사이 건너뛴 기간도, 요가에 흥미를 잃었던 기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운동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아예 널브러지기도 한다가 결국 요가로 돌아오곤 했다.

 

성인이 되고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발레부터 클라이밍, 복싱, 웨이트 트레이닝, 월 필라테스, 러닝 등등…. 모두 각자의 이유로 추천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만큼의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은 단연 요가이다.

 

3년 전 운동은 집과 가까운 게 최고라며 가장 가까운 요가원을 등록했다. 그때까지 요가를 생각하면 도인이나 기인열전 같은 이미지여서 다소 진입장벽을 느꼈지만 접근성에 혹해 찾아간 요가원은 생각과는 달랐다.

 

"가능한 정도까지, 무리하지 않습니다, 힘에 부친다면 바로 자세에서 나오셔도 좋습니다." 처음 이 말들을 들었을 때는 놀랐다. 운동을 할 때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보통 아닌가. 정말 힘들면 쉬어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었다. 요가 자세에서 한해서가 아닌 삶의 방식에서도 일단 견디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니. 요가와의 첫 만남은 당황스럽게 좋았다.

 

훈훈해진 몸을 이끌고 요가원이 있는 언덕을 내려오며 그 시간을 되뇌었다. 나는 그렇게 요가에 빠졌다. 도입에 밝힌 것처럼 게으른 요가 수련자이지만, 요가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시작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강박을 덜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요가 자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태양경배자세 A (수리야 나마스카라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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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에 가장 기본이 되는 태양경배자세 A는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슬로우 버피와 비슷하다. 두 손을 뻗어 하늘을 바라보고 허리를 숙인 뒤 근육을 늘이고 플랭크 자세와 팔굽혀펴기, 견장 자세를 잇는다. 힘들게 하면 한도 없이 힘들어지는 신비한 자세다.

 

태양경배자세에 대한 첫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첫 수업은 15분 정도 태양 경배 자세를 배우고 시작했는데 그 짧은 시간 만에 땀을 줄줄 흘렸다. 무엇보다 겨드랑이가 아파도 너무 아팠다. 살면서 근육통을 다리나 배에는 느껴봤지만, 겨드랑이가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아기 기린 같은 걸음으로 나의 운동 부족과 요가를 얕잡아본 것을 회개했다.

 

요가를 하면서 몸이 얼마나 많은 근육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게 된다. 팔이 어깨에 붙어있는 막대기가 아니라 기능할 수 있는, 여러 방식으로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생경해진다. 어제와 묘하게 달라진 몸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번 새 반환점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요가 수업에는 언제나 태양 경배 자세가 기다린다. 지친 날에도 다리를 늘이고 몸을 뻗고 버티면 금방 몸이 데워진다. 그러면 이제 요가를 할 몸이 된 것이다. 태양 경배 자세는 내게 몸에 두드리는 노크 같다. 기능하는 몸에서 느끼는 몸으로 옮겨가는 그 과정은 언제나 설렌다.

 

 

 

머리서기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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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서기 자세는 요가를 시작하고 내게 가장 큰 자극이 됐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 계속 연습했다. 운이 좋게도 빠르게 자세를 완성했고 그 과정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담담하게 말하지만, 당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머리 서기를 뽐내곤 했다.)

 

머리 서기는 잘 쓰러지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는 동작이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중심이 흔들릴 때 등을 말며 앞쪽으로 넘어지는 연습을 거듭한다. 나는 그 꼿꼿한 자세만큼이나 떨어지는 순간이 참 좋았다. 어떻게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설 수 있겠나. 몇 번이고 쓰러지면서 두려움에 익숙해지고 나만의 중심을 찾아가는 것. 그 점이 내가 머리 서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력도 성취도 어른이 되어갈수록 경험하기 어려워진다. 요가를 시작했던 당시의 나는 성취를 갈구하던 상태였기에 머리 서기는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는 일말의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노력이 헛되이지 않고 결국 그 과정까지도 남는다는 경험은 충분히 힘이 되었다.

 

우울할 때는 머리 서기를 한다. 정수리에 집중하며 잠깐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다리 모양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중심을 옮긴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향하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뒤로 가면 다리를 움직여가면서 나의 중심을 찾는다. 땀 범벅이 된 손을 닦고 내려오면 많은 게 별것 아니게 느껴진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나 내 중심을 잘 찾는 사람이야! 하고.

 

 

 

송장자세 (사바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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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코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사바아사나다.  팔을 바깥으로 펴고 그대로 눕는다. 사바아사나는 사람이 얼마나 단순한지 알 수 있다. 1시간 혹은 그 이상 몸을 움직이다가도 일단 누우면 정지 버튼을 누른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평소 고민을 생각할 겨를도 없고 한껏 뜨끈해진 육신만 존재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낮잠이라도 잔 듯 개운하다. 정말 피곤할 때 생각나는 고민이 있으면 진짜 고민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난 단 한 번도 진짜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큰 (크다고 생각하는) 고민이어도 사바아사나에는 이길 길이 없다.

 

요가의 마지막 자세인 사바아사나는 몸과 정신을 이완시킨다. 지금, 이 순간에 힘을 푸는 것 말고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듯. 마지막까지 요가는 참 요가답다. 힘을 주고 나면 풀어내고 ‘지금의 몸’을 기준으로 항로를 수정해 나가는 것.

 

이 원리가 필요한 것이 비단 요가뿐일까. 나의 템포에 맞추는 것. 요즘 유독 그 중요성을 느끼며 그 요령을 요가에서 배운다.

 

 

 

요가하는 몸과 마음


 

요가를 하는 3년 동안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식욕 조절에 지고 가끔 분을 못 이기며 근육은 부족한 몸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뚜렷이 보이지는 않아도 그 안에 요가 수련이 쌓여 있다고 믿는다. 뭐든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자기 위로를 하며 오늘도 요가한다.

 

매일의 나를 느끼고 오늘의 나를 감지하고. 스스로를 생동감 있게 감각하며 오늘도 요가한다. 꾸준히 하다 보면 안 되던 자세가 되는 것처럼 그 믿음을 상기한다.


요가가 모두에게 맞는 운동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잠시 몸을 움직이며 고민에서 벗어나는 것. 어떤 운동이든 그런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것이 요가였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운동이 있길 바란다.

 

언제나 수업 끝에 하는 인사로 글을 마친다.

 

Om Namah Shivaya [옴 나마 시바야]

당신의 내면의 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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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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