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엽서 고르는 마음 [공간]

글 입력 2024.08.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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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물건을 파는 공간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이 상점의 인기는 조용하면서 강하다.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을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2층에 올라가면 왼쪽에 있음을 알리는 노란 간판만이 번쩍이고 있다. 마치 우리만 아는 비밀장소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을 갖고 들어서면, 작은 그림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미술관도, 전시관도 아닌, 엽서를 파는 공간이다. 휴대폰을 켜면, 터치 몇 번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이미지 파일을 소장할 수 있는 시대에 작은 종이엽서를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마치 도서관에 들어온 듯,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엽서를 구경하고 있었다. 진중하면서도 열정적인 눈빛을 갖고 말이다. 디지털의 시대, 사람들은 왜 엽서를 파는 상점에 방문했을까. 내가 경험한 포셋의 매력을 소개해보려 한다.

 

 


엽서 고르는 마음


 

최근 상대를 생각하며 유심히 물건을 골랐던 기억이 있는가. 나 같은 경우, 이전에는 직접 만나서 편지와 선물을 주는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마음을 전하는 편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장문의 편지까지 더하면 나의 성의는 전달된 셈이다. 내 나름대로는 카카오톡에서 무엇을 사면 유용하게 쓸지 고심한 편이라고 볼 수 있으나, 포셋에서 엽서를 고를 때는 조금 다른 마음이 들었다.


시간을 들이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공을 들이는 것과 같다. 포셋에서는 상대를 생각하며 엽서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간에 쫓겨 빠르게 스캔하기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유심히 바라보며 상대에게 어울릴 엽서를 찾기 위해 천천히 둘러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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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엽서는 개성이 가득하다.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연꽃 그림 우표가 붙여진 과거의 엽서와는 다르게 지금의 엽서는 작품의 축소판과도 같다. 자신의 글, 그림, 사진 등 작가의 정체성과 경험이 엽서에 담겨있다. 수많은 엽서 중 상대방이 생각나는 그림, 마음에 끌리는 엽서를 만나 선택하면, 포셋의 스탬프가 찍힌 종이에 정성스레 담아주신다.

 

 

 

편지 쓰는 시


 

포셋의 공간 한편에는 편지를 쓸 수 있는 작은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컴퓨터로 쓰는 이메일, 카톡 메시지 등 디지털 텍스트는 수정이 용이하다.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새 창을 열고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편지 쓰기는 흔적이 남는다. 수정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히 작성하게 된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발자국처럼 남기는 일이다. 디지털 폰트는 정갈하지만 우리 마음의 흔적을 보여주지 못한다. 편지에 남긴 글자는 한 자, 한 자 눌러쓴 장면을 상대가 떠올려보게 하는 시간 또한 선물할 수 있다.


또한 엽서와 카톡 메시지는 소유할 수 있는 속성에서 차이가 있다. 이메일이나 카톡 메시지는 손쉽게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편지는 직접 버리지 않는 이상 평생 소유할 수 있는 선물이 된다. 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으로 남아 그리움으로 농익는다.


편지를 모아둔 상자 하나쯤은 집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 상자에는 먼지가 쌓이며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를 생각해 보는 시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에게 회상할 시간과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이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매력

 

포셋은 엽서를 왜 사냐고 묻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그 가치를 스스로 느끼게끔 만든다. 상대를 떠올리며 편지를 고르는 시간은 내가 누구를 소중히 생각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누구 하나 핸드폰을 보지 않고, 눈앞의 엽서를 보는데 열중한 모습을 보며 이곳은 아날로그의 매력을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요즘 우리의 시간은 빠르고 편리하고 금방 삭제하고 잊어버린다. 천천히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기억하게 만드는데 말이다.


우리가 아날로그 방식을 좋아했던 이유는 직접 찾아가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며 좋아했던 마음을 스스로 기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면, 포셋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에게도 분명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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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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