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톺아보기 ①

글 입력 2024.08.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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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관객을 찾는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첫 내한 공연으로, 한국 오페라 공연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예정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공연이지만 오페라의 진입장벽 때문에 관람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즐거운 관람을 위해, 오페라라는 장르 이야기부터 이번 아레나 디 베로나 내한 공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까지 살펴본다.

 

 

 

400년 역사의 종합무대예술,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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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자주 함께 언급되는 장르는 뮤지컬이다. 두 장르 모두 '음악으로 구성된 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뮤지컬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과 달리 오페라는 성악 톤의 노래와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로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오페라는 어떤 장르보다도 '인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예술이다.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극적인 인간사를,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하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시작은 16세기 말 이탈리아 피렌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은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그리스 시대의 인간중심적인 예술을 다시 부흥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1597년 탄생한 자코포 페리의 <다프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다프네의 이야기에 반주와 독창을 더한 형태로, 오페라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러한 장르를 '음악을 위한 극'이라는 뜻의 '드라마 페르 무지카(dramma per musica)'로 불렸는데, 이것이 '오페라 인 무지카(opera in musika')를 거쳐 '오페라'로 굳어진다.

 

<다프네> 이후 400여 년간 여러 변화를 거치며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통용되는 몇몇 규칙이 생겨났다. 그 결과, 오늘날 오페라란 보통 3막으로 구성되어 독창, 합창, 관현악 등의 음악적 요소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종합무대예술을 의미한다. 뮤지컬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가 노래로 전달되며, 뮤지컬에 비해 연극적인 요소보다 음악적인 요소가 더 크게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오페라의 배역은 음역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테너와 소프라노가 남녀 주인공을 맡고, 바리톤이 이들을 방해하는 역할이다.

 

 

 

푸치니의 마지막 걸작,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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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푸치니(1958-1924)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큰 인기를 누린다. 시간이 흐르며 형식과 내용, 나라에 따라 다양한 세부장르가 탄생하는데, 그중에서도 19세기는 오페라의 전성시대였다. 화려하고 기교가 강조되는 창법이 특징인 '벨칸토 오페라'가 성행하는 가운데 베르디와 바그너가 앞다투어 걸작을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베리스모 오페라'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푸치니는 이렇듯 오페라가 꽃피던 19세기 말에 활동을 시작한다. 몇몇 초기작은 특별한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마농 레스코>부터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이후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과 같이 오늘날에도 유명한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는 평론가보다 대중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은 대표적인 예술가로, 특유의 감성적인 아리아 멜로디가 극중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과 잘 어우러져 당시 관중의 가슴을 울렸다고 전해진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마지막으로 작업한 유작이다. 생전에 자신의 다른 작품은 다 버려도 된다고 할 정도로 <투란도트>에 강한 자신감과 애착을 드러내던 그는 <투란도트> 3막을 쓰던 중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푸치니의 초안을 토대로 후배가 마무리를 짓고 1926년 초연이 이루어졌다. 푸치니의 예감대로, 그가 죽은 후 약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란도트>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오페라 작품으로 손꼽힌다.


 

 

100년 만의 외출,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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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는 한국에서도 여러 버전으로 꾸준히 공연되어 왔지만, 이번에 내한하는 <투란도트>는 아레나 디 베로나 버전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열리는 축제로,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1913년에 시작되었다. 지난 100년간 걸출한 성악가들이 이 무대에 올라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고, 해마다 축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베로나를 방문해 왔다.


축제 레퍼토리는 보통 베르디의 <아이다>, <리골레토>, <라 트리비아타>, 푸치니의 <투란도트>, <라 보엠> 등 5~7편의 작품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되는 <투란도트>는 101번째를 맞이한 2024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개막작이었다. 규모와 레퍼토리에서 알 수 있듯,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는 오페라 팬의 버켓리스트이자, 성악가의 꿈의 무대다. 이러한 무대를 베로나가 아닌 곳에서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투란도트>가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 버전이라는 것도 주목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오페라 연출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라 보엠>과 <라 트라비아타> 등의 오페라 기반 영화는 오페라 연출가로서 그의 역량과 오페라를 향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솔오페라단이 제피렐리 재단과의 계약으로 그가 만든 소품 하나까지 고스란히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투란도트>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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