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평범한 일상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으로부터 자립하는 것
글 입력 2024.09.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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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이 가장 고귀하다는 걸 어렸을 땐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특별한 삶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고, 되도록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돌봐야 하겠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존재이자, 그런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우리 지척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Mr. Kitters the Cat’은 고양이의 일상을 보여준다. 채널에 들어가 아무 영상을 클릭하면 익숙지 않은, 땅에 가까운 낮은 시야가 보인다. 목에 카메라를 단 고양이 시점으로 세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발이 신나게 들판을 밟고, 발의 주인은 노래를 부른다. 고양이는 기합을 넣으며 나무에 올라갔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낙엽 위를 걷기도 한다. 풀숲 사이의 친구를 발견했을 땐 잠시 숨었다가 날래게 일어나서 놀라게 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볕이 드는 곳을 발견하면 엎드려 쉬며 한동안 하늘을 감상한다.

 

어쩌다 고양이가 발라당 눕기라도 하면 땅과 하늘이 뒤바뀐 화면을 볼 수 있다.

 

귀여운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바로 달콤한 츄르 한 입과 인간 친구의 손길이다. 푸른 들판 위를 걷다가 힘이 들면 그 자리에 멈추어 쉬는 것이다. 친구를 핥아주는 것, 바람과 햇살을 느끼다가 스르르 잠드는 것이다.

 

특별한 삶을 바라기보다 소중한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으로부터 자립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새끼 때를 지난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햇수로는 적게 살았어도 어른에 더 가까울지 모르겠다.


 

[오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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