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의 비행기 티켓을 찾아서 [영화]

글 입력 2024.09.0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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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어느 날 아무런 목적 없이 공항으로 떠났다. 무거운 캐리어나 여권 없이 그저 공항에 가서 이륙하는 비행기만 한참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나의 충동적인 행동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비슷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과 일상에 정착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한 번쯤 보면 좋은 영화다.


안정적인 직장, 자상한 남편 등 영화의 주인공 ‘리즈’의 삶은 완벽해 보이지만 정작 그의 눈빛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리즈는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한밤중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다. 그가 이토록 괴로워하는 이유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리즈는 혼란 끝에 나름 괜찮아 보이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리즈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확고한 취향도,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사귀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옷을 맞춰 입고, ‘나’를 표현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친구의 질문에 ‘작가’라며 직업으로 답하는 장면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불현듯 떠난 1년 동안의 여행 끝에 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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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거치며 내면을 샅샅이 살펴볼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리즈는 잠들어 있던 열정과 의욕을 깨운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자신을 둘러싼 이국적인 정취 속으로 한껏 녹아든다. 그는 사소한 구속에서 벗어나 ‘달콤한 게으름’을 마음껏 즐기게 된다. 희망, 열정 등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이전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그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리즈가 ‘아우구스테움’을 구경한 소감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부분이다. 오랜 세월 혼란을 겪으며 파괴됐지만 이내 다시 세워진 아우그스테움을 통해 그는 무너져도 괜찮음을 깨닫는다. 리즈는 한때 변화를 두려워하며 망가진 삶도 끝까지 붙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변화를 통해 발전할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기꺼이 무너질 용기를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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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주인공이 돌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줄거리는 현실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느닷없이 어딘가로 떠나는 일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대한 수많은 리뷰 중에서 주인공의 값비싼 힐링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냉소적인 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여행’이 아닌 ‘변화’다. 지금 당장 이탈리아로 향하는 항공권을 끊는다고 해서 인생의 깨달음은 얻는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일상에 약간의 새로움을 허락해보라고 설득하는 영화다.

 

꼭 많은 돈을 들여 비행기 티켓을 살 필요도 없이 환경에 조금의 변화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감정과 생각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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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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