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 다시 찾아온 뫼르소의 두드림 - 이방인 [공연]

두 번째 읽은 연극 <이방인>은 나에게 공감과 기회를 주었다.
글 입력 2024.09.0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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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는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처음으로 다른 이들의 불가피한 관심을 원했다. 구경꾼들이 자신을 증오의 감정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채, 그렇게라도 그들의 기억에 남기를 원했다. 나는 마지막 이방인의 모습에서 사회에서 불편한 모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려는 우리 사회 속 진짜 “이방인”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방인>이라는 소설을 처음 읽고, 남긴 나의 명확한 감상문이었다. 이 소설은 고전이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현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기적이고 외로운 사고를 비추고 있어 나의 뇌리에 강력하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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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도 많이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내가 보지 못한 혹은 새롭게 조명할 이방인 속 ‘뫼르소’의 모습을 이번에는 연극을 통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친구랑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도 우리 둘은 연극이 어떠한 형식으로 뫼르소의 특별함을 그려낼지 기대하면서 같다. 같은 북클럽에서 같은 책으로,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와 동행하니 문화를 향유하러 가는 길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공연장 앞,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가는 듯 보였고 우리는 공연을 본 후 저녁을 먹기로 했기에 공연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내 눈을 사로잡은 고독한 느낌이 물씬 가득한 포스터들.. 물론 공연을 보기 전에 포스터와 시놉시스 등 연극을 홍보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보고 간 덕분에 낯선 풍경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공연장 내에서 공연의 포스터가 나에게 ‘이방인’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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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태양입니다..”
 

 

소설 이방인에 나왔던 구절 아래 의문의 갈색 문을 열고 나오는 사내, 뫼르소. 이 포스터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현대에도 이 고전의 메시지가 문을 열고 넘어오길 바라는 희망이라는 것이 담겨 있었다. 동일한 희망을 품고 나도 그리고 동반인인 친구도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어있지만 가득 차 있는 공연장의 아우라, 그 속에서 나도 잠시 이방인이라는 소설을 뭉게뭉게 떠올리며 연극 <이방인>이 어떠한 메시지를 표현했는지 집중하게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나 이 책을 두 번째 읽는 느낌이야”

 

연극 이방인은 한 달 후에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뫼르소의 두드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드림은 첫 방문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실존주의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는 고독한 주인공 뫼르소의 입체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고립에 관해 논의를 권하고 있다. 연극 <이방인>에서도 배우들의 말과 행동 무엇보다 눈빛을 통해 뫼르소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고독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데이비드 호크니의 고독한 작품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껴볼 만한 감정들을 건드리니,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는 나의 감정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뫼르소가 총을 겨누는 장면부터 감옥 안에서 이질적인 생각을 하는 장면까지! 한 달 전에 읽었던 이방인은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면 두 번째 읽은 연극 <이방인>은 나에게 공감과 기회를 주었다.

 

다시 한번 카뮈가 그리고 뫼르소가 건네주는 메시지를 이해할 기회를 말이다. 책을 먼저 읽지 않고 연극을 봤어도, 나는 다시 책을 사 이방인을 읽었을 것이다. 그만큼 원작을 잘 반영하고 있고, 인물들이 책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묘사도 뚜렷했다. 만약 나에게 세 번째 두드림이 찾아온다면 그때의 나도 다시 그 두드림에 응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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