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통이란 무엇일까? 전통이 가진 특수성에 대해 각자만의 인생관으로 풀어보는 연습 - 연극 '-풀이연습' [공연]

글 입력 2024.09.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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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수요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연극 <-풀이연습>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였다. 본 공연은 2023년 공간서로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으로 카메룬, 프랑스 출신 마포 로르, 김솔지, 안준서, 이범희, 그리고 연출 강보름과 함께 5명이 출연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연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프로젝트 레디메이드와 공동기획으로 진행되었으며, ‘접근성 공연’으로서 열린 객석, 한글 자막, 수어 통역, (실시간 음성해설) 위스퍼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접근성을 갖추었으며, 비장애인들도 공연 중 쉽게 움직이며 담요나 배게, 헤드셋을 착용할 수 있는 접근성 부스가 극장 내부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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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시작 20분 전, 극장 문이 활짝 열린 소극장에 입장해 무대에 놓인 조형 작품들과 각 출연자들의 소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무대는 양 옆에 캠핑 의자가 깔려있고, 앞뒤로 자막 해설이 뜨는 화면, 그리고 각 구석 다섯 군데에 비치된 출연자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산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과 캠핑 의자는 마치 숲 속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하였으며 입장할 때 티켓과 함께 나누어준 부채는 바깥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연극 <-풀이연습>은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다섯 사람이 ‘전통예술’이라는 일종의 장르를 지금껏 풀어온 과정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전통’은 우리가 쉽게 한정 지을 수 없는 범주를 지니며, 맹목적으로 수용했던 흔히 말하는 보통의 지식들’이 과거에 발을 묶어두는 한계점이 아닐까? 라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 이는 ‘모든 문화예술적 실천은 사실 유구한 전통으로 보존된 순수한 형태가 아니다. 그 자체로 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동시대적 요구에 따라 그 핵이 이동하는 ‘수행’이며, 서로 겹치고 소통하고 뒤섞이는 과정 속에 또 다른 실천방식을 낳기도 한다.’라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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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인스타그램)

 

 

이처럼 출연자 개개인의 서사를 통해 배경 속에서 엿보이는 다양한 형태와 문화권의 전통이 구성되는 방식, 전통이 가지는 동시대성, 혹은 권위, 한계점에 대해 다소 심도 있는 주제를 내포하며 이를 연극이라는 형식과 ‘풀이’라는 놀이로서 사람들에게 본인들의 고민과 손상 경험을 한탄한다.

 

무대는 5명의 출연자가 한 명씩 자신의 경험담을 각자의 전공을 살려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각자의 자리와 자세를 바꾸어가며 들을 수 있다.

 

첫 번째로 풀이연습을 시작한 강보름 연출은 본인이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타나라의 문화, 배웠던 전통춤을 직접 선보이면서 본인이 전통에 대해 사유했던 생각들을 찬찬히 풀어낸다. 두 번째로 풀이연습을 진행한 판소리 전공 마포 로르는 카메룬과 프랑스 국적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우리나라까지 더한 세 나라의 전통을 몸소 느껴본 소리꾼이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흥보가>와 직접 작곡한 창작판소리로 본인 이야기를 노래로도 하고, 말로도 하면서 북을 쳐주는 고수 역할 이범희와 함께 관객들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또한 판소리를 불어로 바꾸어 부른 부분도 새로웠는데, 마치 전통은 현시대에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세 번째로 선보인 소리북 전공 이범희는 소리와 북을 모두 좋아하는 전통인이다. 판소리도 하고, 북도 치면서 ‘그래서 너는 뭘 할 거니?’라는 소리를 들어온 썰을 풀기 시작한다. ‘단거리 선수는 1등이 목표지만, 마라톤 선수는 완주가 목표입니다.’라는 본인의 가치관을 내비치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 번째, 대금 전공 안준서는 본인 악기인 대금에 대한 역사와 악기 소개로 본인 소개를 시작한다. 예중, 예고, 예술대학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본인이 하고 있는 악기에 대한 허망함, 자부심, 회의감 등 여러 혼합적인 감정들을 표현한다. 대나무 피리 전설인 ‘만파식적’ 이야기로서 사람들의 기운을 받아내며 악기와 전통에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농악 배우 김솔지는 꽹과리, 장구, 징 등의 다양한 전통 악기들을 가지고 신명 나는 한 판을 풀어낸다. ‘하기 싫어’ ‘정말 하기 싫어’ 하면서도 떨어질 수 있는 장구와 본인과의 관계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다. 풀이 중간마다 강보름 연출이 옆에서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거나 각 나라의 전통춤을 추는 등 각자의 이야기에 근거를 대주는 부분들이 풀이연습에 신뢰감과 설득력을 부여하였다. 본 공연이 끝나면, 모두가 본인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현실일까? 전통에 숨은 각 장르의 매력 혹은 특징은 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조금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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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반부, 5명의 출연자들은 일렬로 서서 GOD의 ‘길’ 노래를 부른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 지, 그곳은 어딘지’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라는 가사는 본 연극의 시작점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필자 또한 한국 무용이라는 장르이자 전통예술을 하면서 들었던 전통에 대한 회의감, 의심감, 막연함, 한계감이 있었다. 어떠한 동작이 ‘전통’이라는 단어에 묶여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전승되어 오는 특성은 변질되고 또 그 원형을 계속해서 보존하고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통제력을 내포한다.

 

무대 속 간격이 주는, 선율이 주는, 소리가 주는, 움직임이 주는, 이야기가 주는, 각자만의 하소연풀이는 마치 하루살이처럼 오늘 자신의 고민을 이 무대에 후련하게 풀고 가겠다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무대가 끝날 때쯤 후련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접근성 공연으로서 새로운 방식으로, 연극으로서 특별한 형식으로 풀어낸 본 공연은 영문 번역 제목처럼 ‘Practicing Freedom’ 자유로움을 연습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관객 입장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일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극이라는 장르 속으로 수렴하여 ‘전통’이 가진 특수성을 본인만의 가치관대로 자유롭게 풀어나간 <-풀이연습>. 무대 안으로 떨어져 있던 각자의 인생관이 모이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의 ‘전통’에 대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개념적인 부분들까지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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