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일요일 2시, 낭만적이었던 시간

글 입력 2024.09.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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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즉흥적으로 소수의 에디터끼리 피드백 모임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며 6개월 동안 별 탈 없이 모임을 진행했는데, 바쁜 와중에 무사히 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피드백 모임은 바쁜 일상을 견디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한동안 관성처럼 글을 썼다. 글을 안 쓰는 게 어색해서, 나란 사람의 생명력은 글 쓸 때만 나온다고 여겨서. 그러나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원동력을 발견하면서 굳이 글을 안 써도 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피드백 모임은 왜 내가 글을 써야 하는지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글은 더 이상 내게 자기만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는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어떤 글을 써도 확실하게 읽어줄 독자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었다. 서로의 독자가 되어준 따뜻했던 그 시간을, 올해 5월에 새로운 사람들과 재현했다.

 

대망의 첫 모임. 어색함은 잠깐뿐, 금세 우리는 서로의 글에 몰입하며 진심어린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이 시기 나는 복잡한 상황 변화로 혼란스럽고 지친 마음을 막 추스를 때였는데, 내가 에너지가 있었을 때 쓴 글과 심란했을 때 하소연하듯이 쓴 글을 함께 피드백 받으며 부유하던 마음이 오랜만에 자리를 잡는 기분을 느꼈다.

 

하필 연휴에 번화가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탓에 소음 공해가 심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치는 게 아까워서 더욱 소음에 예민해진 상태로 모임을 끝냈다. 다음 장소는 내가 좋아하는 조용한 개인 카페를 가자고 제안했다. 사람이 밀집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의 이 카페는 두 번째 모임부터 우리 모임의 공식 아지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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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내가 처음으로 '낭만적'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후 2시. 카페 ‘낭만적’에서 우리는 간단하게 근황을 공유하고 피드백에 집중했다. 글의 좋은 점을 말할 때는 순수하게 독자로서 얼마나 즐겁게 이 글을 읽었는지 이야기 나눴고, 글의 아쉬운 점을 말할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스스로 생각할 때도 내 글에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어떤 습관이든 뚜렷하게 원인을 파악하지 않으면 고치기가 어렵다. 글이 재밌는 건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독자에겐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고도로 발달한 피드백은 심리분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걸까? 그들이 내 글에서 의문점을 느꼈을 때는 나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글을 쓴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나조차도 몰랐던 부분을 짚어줘서 글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글의 완성도를 위한 합평은 익숙하다. 불필요한 부분이 많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장이 지저분하다…. 이제 나는 다음 단계의 피드백을 받을 차례였다. 이번 피드백 모임에선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에세이를 주로 피드백 받았다. 내 글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좋은 점을 칭찬받고, 아쉬운 점을 보충받은 그 시간은 글을 넘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전 피드백 모임이 그러했듯이 어떤 글을 써도 꼭 읽어줄 독자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이전엔 정말 ‘글’ 그 자체만 읽어줄 독자를 의미했다면, 이번에는 ‘나’를 읽어주는 독자를 나타내기도 했다.

 

내가 지독한 마감 중독자라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호기심도 많고 의욕도 넘쳐서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해내는 게 어려운 내게 피드백 모임은 적당한 강제성을 부여해줬다. 그 덕에 어느새 9월이 된 지금, 빠르게 흐른 시간이 마냥 아쉽지 않을 만큼 몇 편의 글이 내 노트북 폴더에 쌓였다.

 

배명훈 작가의 단편소설 ‘홈 어웨이’에선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글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격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혼자 글을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외롭고 불안하다. ‘내가 잘 쓰고 있는 게 맞는 걸까?’라는 불안은 한 글자를 타이핑하는 일도 주저하게 만든다.

 

영화, 연극, 책 등 서로의 글을 통해 여러 분야의 관심사를 공유했다. 그중에서도 우리 모두가 가장 절실히 좋아하는 건 ‘글’이었다. 텍스트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에서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과 관련된 얘기만 밀도 있게 나눴다. 카페 ‘낭만적’에서 보낸 낭만적인 시간은 앞으로도 내가 글을 쓰는 데, 나로서 살아가는 데 좋은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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