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쓰는 행위, 그리고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글 입력 2024.09.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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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떠한 이유로 글을 쓰는지, 그때 만난 누군가는 또 어떤 이유로 글을 쓰는 것 같았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과의 몇번의 만남들에서는 '글을 쓰는 행위가 주는 의미'와 같은 소상한 이야기들은 나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은 전혀 나눠지지 않은 채 그저 서로의 글을 나누기만 했음에도, 몇 번의 만남을 지나온 지금의 나는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쓰는 사람이 결국 마주해야만 하고 그렇게 깨닫고 마는 어떤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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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만남을 통해 많은 글을 읽었다. 여행기, 영화/도서/공연 리뷰, 인터뷰 등등. 형식도 내용도 제각기 다른 글들이 펼쳐졌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소재를 선택한 이유나 글을 쓸 때 생겼던 고민을 나누었다. ‘피드백’ 모임이니만큼 각자가 글에 대해 가진 고민이나 글이 나아갈 더 나은 방향성 따위의 실용적인 이야기들도 자주 오갔던 것 같다.


어떤 글은 부러울 만큼 매력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글은 신기할 만큼 솔직했으며, 어떤 글은 감동적일 만큼 따뜻한 삶의 통찰이 담겨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못했을 이런 말들도 '피드백’ 모임이라는 이름 하에 자유로웠다. 글을 쓰는 것도,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도, 심지어는 그것을 단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모든 것이 생경하게 느껴졌던 경험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생경하게 느껴진 것도 잠시, 몇 차례의 소통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글’이 아닌 글 안의 ‘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들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 모두 자신의 존재와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말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속으로 잘게 감동하기도 했다. 마땅한 수신인이 없던 내 글이 그들에게 읽힐 때, 그렇게 읽힌 글에서 나와 그들을 발견했을 때, 서로의 언어를 따라 생각을 훑을 때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 많은 글과 피드백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걸 남길 수 있었나. 기억을 반추하다보니 결국 그런 실용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자꾸 쓰는지, 그들은 왜 쓰는지, 쓰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에게 남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대체 쓰는 일이 뭐길래 이토록 다른 사람들이 한 데에 모여 있게 된 건지. 함께 모여 이를 궁리하지는 않았더라도 순간을 공유했기에 자연히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쓰는 사람은 자신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말함으로써 나를 바로 세우고 싶은 사람들이다. 고유의 언어로 나와 세상을 정립하고 연결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가 아주 정적이고 소극적인 행위임에도, 일단 그것이 쓰여지고 누군가에게 읽히는 순간 새로이 펼쳐지는 세계가 있다. 만약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것이 관성처럼 되어 스스로가 비겁하고 구차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일단 뭐라도 써본 사람은 계속 써야한다.


결국 쓰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만 한다는 뻔한 이야기들도 이제는 와닿는 말이 된다. 빈 창 위에 한없이 깜박거리는 커서를 바라만 봐야 하는 시간이 억겁처럼 느껴진대도 말이다. 그리고 알게된 또 한 가지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써 내려간 글은 어떻게든 외부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쓰는 행위가 나를 마주하고 구해내는 행위라면, 그걸 공유하는 것은 결국 세상으로 나아가는 행위다.

 

가끔은 서로의 언어가 가득 담긴 글을 공유하며 나눴던 그 시간들이 현실성 없는 판타지와도 같이 느껴진다. 읽혀질 글을 내보이면서, 글 안의 서로를 소개했던 경험이 퍽 낭만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언젠가의 그곳에서 나눴던 모든 언어들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그들의 언어로 쓰여진 앞으로의 글들 또한 응원하고 싶다.

 

 

[차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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