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하나씩 들고 얘기해 볼까요.

자기만의 성냥을.
글 입력 2024.09.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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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의 첫 시작은 5월, 행궁동 중심 거리의 한 카페에서였다. 화성행궁의 전통미와 아기자기하거나 힙한 가게들이 공존하는 동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서울 고궁 근처에 비하면 훨씬 여유 있는 인구 밀도였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늦봄 날씨 또한 아직 찌는 듯이 덥지 않고 온화했다. 두 번째 피드백 모임도 좋은 모임이 될 것 같았다.


성향이 비슷했던 이전 모임의 세 명과 달리, 새 모임의 네 사람은 개성도 성격도 다 달랐다. 이전 모임의 인상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이따금 수심이 달랐던 물이었다면, 이번에는 각자의 개성이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1차 만남이 끝나고 나서 이전의 피드백 모임에도 함께하여 구면인 J님은 이렇게 말했다. “(저번 모임의) 우리 셋은 정말 비슷했었군요.”

 

 

part 2

너는 날 보네 나도 널 보네

불꽃이 튀네

(hmm hmm hmm hmm hmm)

앞서서 걷네 뒤따라 걷네

같이 장단 맞추네 추네

(hmm hmm hmm hmm hmm)

 

- 선우정아, <봄처녀>

 


혹 선우정아의 <봄처녀>라는 노래를 아는가? 노래는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 ‘파트 투’를 외친다. 노래 속 ‘너’와 ‘나’가 서로를 보아 불꽃이 튄다. 우리 모임이 좀 그랬다. 이야기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파트 투’를 외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첫 만남에도 거두절미하고 대화의 분위기가 묵직해졌다. 우리는 각자 가진 개성이 삐죽 드러난 말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건드렸고, 자극했고, 간혹 그의 생각에 대고 내가 가진 말을 주욱 그었다. 그었다는 게 신경 긁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각자가 쌓아온 개성이라는 성냥개비로 상대가 가진 성냥 상자의 마찰면을 죽 긋는 것과 같은 뜻이다.


 

형형색색 널 뒤흔드는 칼라

각색각양 다가오는 몸짓

가지가지 처치곤란한 밤

뒤죽박죽 도시의 봄이라

 

- 선우정아, <봄처녀>

 


성냥 상자의 마찰면을 그으면 당연히 불이 붙는다. 처음은 큰 불이 아니기에 이 불은 우리가 갖고 대하기에 나름이다. 얼른 불어 끌 수도 있고, 양초에 옮겨 붙일 수도 있고, 작은 초는 못 본 듯 지나쳐 횃대에 불씨를 옮길 수도 있다. 마침 불을 옮겨 붙인 것이 은은한 향의 향초여서 예상외의 포근한 분위기가 될 때도 있었고, 기왕 횃대로 가져온 불을 대화의 중심에 던져서 아예 화제 하나에 불을 지를 수도 있었다.


 

Look at me go

재미 좀 볼

빛의 Core

So hot hot 

 

- 에스파, 〈Supernova〉

 


그렇게 만들어진 불 곁에서 처음 보는 빛깔의 불티를 포착하면 나는 ‘나한테는 없고 지금 말하는 저 사람 속에는 있는’ 새로운 광물 조각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내 생활의 반경에서는 전혀 해 본 적 없는 경험, 내가 가진 적 없는 사고의 기반을 이루는 그 사람만의 행복과 부침 같은 것들. 그것들이 시간 속에 축적되고 변성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광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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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사유 속 방랑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 항해를 시작하매 북두칠성을 만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직접 별들을 이어 자기 별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마음에 든 걸 세밀하게 풀어 실로 잣고 다시 직조해서,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누군가에게 울림으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 자기 이야기를 무심한 듯 툭 부려놓고 가는데,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보면 남겨진 문장들이 딱 맞는 자리에서 윤을 내고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글에 대해, 글감에 대해, 글감 하나에서 파생되는 온갖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자니 불티가 이리저리 튀더라. 결국은 각자가 가진 바람들이 마구 튀더라는 이야기다. 


서너 시간을 떠들고도 다 못한 얘기가 아쉽고, 떨어진 체력에 에너지 충전이 필요해서 대화는 자주 저녁 식사 자리로까지 이어지곤 했다. 다른 색의 불티를 튀기면서도 글쓰기와 자기표현에 대한 욕심,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갈되기 바라는 마음이 닮아 있어서 우리는 낯설지 않은 장작을 계속 밀어 넣으며 대화의 모닥불을 피웠다. 테이블의 중심에 글 쓰는 청춘이라는 유대감이 있으니 서로의 다름이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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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던지거나 날렸을 때 돌아오는 소리의 반향으로 상대의 생각을 알아채는 것 외에도, 마찰면을 긁어서 스파크를 만드는 방식이 있었다. 전자는 간혹 내가 던진 것이 침묵 속에 가라앉아 다른 소리로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상대가 이미 드러낸 마찰면에 내가 가진 성냥을 긋는 방식이니 더 직접적이고 반응 회수 또한 더 쉽다. 이번 모임에서 평소 잘 취하지 않았던 유형의 소통 방식을 체험하고 학습하면서,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교류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모자라, Imma get it 1, 2, 3, 4, 5 (6)

6 feet off the ground 판을 더 크게 키워볼까

I'm about to do it XXL doin XXL

배기팬츠 내려 입고 Triple Axel

XXL 우린 XXL

제로백 슝 세게 밟아 엑셀

 

- YOUNG POSSE, 〈XXL〉

 


다시금 좋은 사람들과 양질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 새로운 정보, 자극, 열망을 나눠 갖고 싶다. 사람마다 다른 대화의 기술과 소통 태도를 접하고 배우고 싶고, 일상의 타성에 젖지 않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그렇지만 새로운 모임을 향해 액셀을 밟기 전에 잠시 나를 채우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불티를 날린 만큼 알게 모르게 소진된 얘깃거리도 있을 테고, 다시 바쁜 시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모닥불에 둘러앉았을 때도 내실 있는 사람이고 싶다. 


P.S. 이번 모임의 세 친구들에게. 즐거움과 진지함, 새로움을 모두 경험하게 해 주어 고마워요. 헤어짐의 아쉬움은 계속 창작을 하면 또 만나리라는 기대감 어린 기약으로 남겨둘게요. 모두 건강해야 해요!

 

 

 

컬쳐리스트 신성은.jpg

 

 

[신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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