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독자를 만나는 기쁨이란

글 입력 2024.09.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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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대학 생활 중 가장 소중했던 경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2년간의 학보사 생활을 꼽을 것 같다. 모든 게 낯설고 무서웠던 20대 초반, 부족한 실력으로 이런저런 취재를 하고,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며 글에 치여 살던 그 시절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2년간 만났던 여러 취재원들,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료들, 그리고 취재의 순간순간마다 느꼈던 여러 배움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나의 대학 생활을 값지게 해주었다.


하지만 매 순간 치열했던 그 2년을 생각하면, 그 어떤 취재, 취재원보다도 일주일에 두 번 있었던 피드백 회의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모든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12면에 실릴 모든 기사를 읽는다. 기사에 대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는지, 독자로서 어떤 부분이 궁금했는지를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담당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기사에 반영하기도 하고, 피드백 사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피드백 회의는 적게는 두 시간에서, 많게는 세 시간까지 걸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모든 기자가 자신들의 소중한 저녁 시간을 반납해 가며 기나긴 피드백 회의를 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아직 발행되지 않은 우리의 기사에 첫 번째 독자가 되어 글을 ‘뜯어 읽었다.’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보완해서 발전시키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논의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가장 열렬한 독자였다.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매체로서 글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요즘, 누군가의 글을 그토록 정성 들여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누군가가 소중한 시간을 들여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나조차도, 내 글은 여러 차례 퇴고를 거치면서도 타인이 쓴 글은 대충 훑어보거나 끝까지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서로의 글을 정성껏 읽어주었던, 그리고 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대단한 시간이었는지 깨닫는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에 참여했다. 내 글에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사소한 표현이나 구성까지도 함께 논의할 수 있었던 학보 시절과 달리, 에디터 활동을 하며 내 글에 대한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보기 어려웠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 글을 바라보고, 글을 더 발전시켜 가고 싶었다.


첫 모임 전, 나는 그날 하루의 일정을 고려하며 피드백 모임이 대략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나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우리는 첫 만남에 세 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매 모임마다 그랬다.


처음 만난 이들과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글에 대한 이야기로만 세 시간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약간은 피곤했지만, 그날 내가 느꼈던 주된 감정은 기쁨과 즐거움이었다. 내 글을 이렇게나 열렬히, 뜯어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쁨이었고, 글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글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눌 수 있음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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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타인의 글을 뜯어 읽으며 느낀 점도 많았다. 사람이 모두 다르듯, 글도 모두 달랐다. 저마다의 문체와 개성을 지닌 글들을 읽고, 생각하며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또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글이 나에게 ‘좋은 글’인지도 보다 명확해져갔다. 그저 잘 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담아내고, 이런저런 것들을 흉내 내던 과거와는 달리, 피드백 모임을 거치며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갈피를 더 잘 잡아갔다. 어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못 쓴 글’이나 ‘틀린 글’이 있다고 생각하고,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텅 빈 종이 앞에서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드백 모임을 거치며 저마다 다른, 자신만의 글이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글 쓰는 게 조금 더 편해졌다.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은 나에게 특별한 만남이기도 했다. 사적으로 친분이 없는 이들과, 어떤 공통의 이익을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닌, 오로지 글에 대한 이야기만을 위해 여러 차례 만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의 맺어 온 관계와 모임들은 모두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각자의 세속적(?) 이익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피드백 모임은 글 쓰는 걸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오로지 글을 위해서만 만나는 자리였다. 사적인 질문 혹은 친분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는 금지됐다. 그것이 이 모임을 가장 공적이면서도, 가장 순수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우리는 오직 글을 위해서만 만났다. 글을 사랑하는 마음과, 글에 대한 열망만이 이 모임을 만들고, 유지했던 유일한 원천이었다. 그게, 나한테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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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만남이 글에 대한 나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끊임없이 쓰는 이들과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글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으며, 사람들이 나에게 줬던 좋은 피드백은 어떤 확신과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각종 플랫폼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 그런 글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나의 글들을 정성껏 읽어주고, 곱씹고, 자신의 의견을 공유해주는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매번 감사했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소중한 주말 오후 시간을 반납해 가며 글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도 참 소중했다. 내 글을 꼼꼼히 읽어주는 독자가 바로 그곳에 있었기에,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좋은 독자였기를.

 

 

[한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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