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인터뷰 잘하면 소원이 없겠네! –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 [도서]

글 입력 2024.09.04 15: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mage 8.jpg

 

 

 

"기자님, 많이 긴장하셨어요?"


 

1년 전, 홍보실 소속 기자가 되자마자 어떤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첫 인터뷰는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날 먹은 탕수육의 맛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대차게 말았기 때문에! 질문의 맛이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 탕수육 소스는 달았는데, 이상하다. 요령도, 경험도 없어서 눈과 입이 따로 놀아 삐죽빼죽 엉망진창인 채로 겨우겨우 질문을 드렸고,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에 DSLR에 SD카드를 빼놓고 사진을 찍어 버리고는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몇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더 나은 인터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초록창에 남몰래 ‘인터뷰 잘하는 법’, ‘인터뷰할 때 긴장하지 않는 법’ 등을 검색하며 성공적인 인터뷰를 꿈꿨다. 그때마다 미국 비자 인터뷰를 넘기는 팁이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찾는 인터뷰 노하우는 그 인터뷰가 아니었다. 당연히.

 

정신을 차려보니 7월이었고, 또다시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저번보다는 나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인터뷰 잘하는 법’을 검색하고 새로고침을 했는데, 이럴 수가. 신간이 나왔다.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이 그렇게 빛나 보일 수가 없었다. 집 근처 서점에 재고 확인을 해보니 딱 한 권 남았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밥도 거르고 책부터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읽은 책이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와닿았던 부분과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눠보고자 한다.

 

 

 

“결국 인터뷰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 나누는 대화”


 

나름대로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책은 서문부터 비법서가 아니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실제로 읽어보니 인터뷰의 시작과 끝, 과정, 저자의 인터뷰 경험담과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그러한 노하우에만 집중하면 정말 아까울 것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인터뷰를 잘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왜 인터뷰가 삶의 구간마다 흔들리는 우리에게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인터뷰를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p12)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챕터 ‘좋은 질문 만들기’에서 인터뷰 질문을 만들 때의 태도가 기억에 남았다. ‘알아내겠다’라거나 ‘끄집어내겠다’는 태도를 조심하라는 말이었는데, 인터뷰 질문은 딱딱한 면접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어줄 질문"이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챕터를 읽는 동안, 그간의 경직된 인터뷰 태도가 떠올라 괜히 부끄러웠다. ‘내가 던져야 하는 질문’에 온 신경이 쏠린 나머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을 떠올릴 수 있었다. 두 명의 MC는 곤란하거나 저돌적인 질문 대신, 인터뷰이의 감정을 담담히 훑는다. 사람 냄새 나는 인터뷰는 단순히 'T'나 'F'의 문제가 아니다. 예상 인터뷰 질문지를 차분히 가다듬으며 인터뷰어의 마음을 살펴볼 준비를 하면, 조금은 인터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인터뷰는 정해진 방식이 없다. 그냥 적응하면 될 일이다."


 

사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예상 질문지 작성보다는 인터뷰 진행 과정이었다. 예상 질문지를 이미 보냈다면, 그 순서대로 질문을 해야 하는지, 예상 질문을 전부 외워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듯 말을 잘 해야 하는지도. 나의 첫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질문보다 고민이 훨씬 많았는데, 저자는 인터뷰 과정을 순서대로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꼭 그대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인터뷰 주제도, 인터뷰이도 전부 다른데 인터뷰 방식을 획일화해서 머릿속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인터뷰 섭외 이후에 질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섭외 전에 미리 질문지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순서와는 상관없이 질문지 내용 자체는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하겠지만.

 

 


“인터뷰를 일로 삼지 않아도, 대화에 담긴 마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진행한 세 건의 인터뷰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인터뷰"의 과정을 머릿속에 넣는 느낌으로 준비했다면, 독서 이후의 인터뷰는 “대화”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원활한 질문과 답변을 위한 사전 공부는 당연하고, 인터뷰이의 가장 큰 장점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다. 나라면 인터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저는 어떤 인터뷰를 하든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하는지 꼭 물어보는 편이에요. 내가 책을 좋아한다면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음악을 좋아한다면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물을 수 있겠죠. (p47)

 

 

오늘은 친한 동생 D와 카페에서 짧은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던 중, D가 내게 물었다. “언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는 건데, 나중에 무슨 일 하고 싶어?”라고. D의 질문을 들으며 D 역시도 인터뷰를 잘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D와 통화하기 전에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사장님께 질문을 하지 않았나.

  

“사장님, 어제 카페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좋아서 점원분께 따로 물어봤거든요.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무슨 앱 쓰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저는 스포티파이를 쓰고, 가끔은 멜론 뮤직에서 찾아요.”

"저도 스포티파이를 쓰는데, 좋은 음악을 따로 더 찾는 방식이 있을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취재 현장은 아니어도 분명 작년보다 편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조금 낯설지만, 해냈다면 해냈다. 혹시라도 어떤 아이돌의 노래처럼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를 외치는 콘텐츠 제작자라면, 깊이 있게 대화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인터뷰는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고, 우리는 인터뷰 이전에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


 

[이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