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홀로서기가 빚어준 성장기 [사람]

멀리서 혼자 살아가는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응원
글 입력 2024.09.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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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서,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낯선 땅에 서 있을 때, 세상은 때로는 차갑고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고요 속에서 마음은 무겁고, 익숙한 것들을 그리워하며 가슴 속에 외로움이 차오른다.


예상치 못한 입시결과로 갑자기 이 도시에 떨어진 나는 작은 자취방에 몸을 뉘이게 된다. 주변중 가장 신축이라고는 하지만 불편한 건 매한가지.


아침에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낯선 도시의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든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배가 고파 겨우 몸을 일으킨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남은 재료가 별로 없다. 그마저도 부모님이 챙겨준 것들이다. 혼자서 레시피를 찾아 유튜브를 켜놓고, 허둥지둥 요리를 시작한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마다, 어딘가 허전함이 밀려온다. 고요함을 달래기 위해 전에 즐겁게 보았던 유튜브 영상을 틀어보지만,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웃으며 먹던 저녁이 그립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한숨을 돌리며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이 길게 울리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별일도 없었지만 괜히 안심이 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그리움이 밀려오고, 눈가가 뜨거워진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나의 하루를 이야기하다가도, 마음 한 구석에 쌓인 외로움이 터져 나온다. 울지 않으려고 웃으며 그래도 잘 지낸다 답하지만, 결국 눈물이 흐르고 만다.


밤이 되면, 혼자만의 시간이 깊어진다. 방 안은 조용하고, 창밖의 불빛들과 어울리지 못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더욱 외롭게 한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익숙치 않았지만 자취 9개월이 된 지금,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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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에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곳에서의 외로움은 나를 더 깊이 사유하게 만들고, 그리움은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을 깨닫게 한다. 익숙함 속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을 살아내야만 하는 상황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여전히 이 곳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도, 가까운 사람도, 마음놓을 곳도 하나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가며 천천히 나를 찾아갈 계획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이 도시에 섞이지 못하는 건 나뿐이라지만 이제 더 이상 어울리는 것에 목메지 않고 굽히지 않는다. 이방인대로 이 상황과 나의 색을 즐기며 천천히 유영해 보려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당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때로 사무치게 외롭지만, 곧 마주할 더 새로운 세상들을 헤엄쳐갈 것을 기대하며 오늘도 혼자 잠에 든다.


부디 이 세상 속에서 혼자 남겨진 이들의 건투를 빈다.

 

 

[안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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