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격정적인 신체의 언어 -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4) [공연]

글 입력 2024.09.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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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이라는 장르는 내게 매우 이질적이고 낯선 분야다. ‘춤’과 ‘무용’은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무용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고, 솔직히 말하면 관심을 가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춤이라는 것은 그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나 유튜브 영상에서 보게 되는 대형 군무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춤은 내 삶과는 무관한, 멀고도 생경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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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이번 현대무용 공연 초대는 평소보다 더 특별하고 기대가 되었다. 새로운 장르를 탐구하고 경험해 보는 일은 언제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속에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경험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새롭고 낯설었지만, 동시에 그 이질감이 오히려 더 큰 흥미를 느끼게 했다.

 

 

 

수려한 몸의 대화

 

이번에 관람한 HBE 무용단의 작품 <몸>은 한국과 캐나다가 협력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움직임을 통한 자기표현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담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한국과 캐나다 출신의 무용수 10명이 각자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 넘치는 리듬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신체를 활용한 고유한 신체 언어를 고스란히 담아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움직임은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을 나타내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예술적 감각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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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주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만일 언어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언어라는 형식적 수단이 없을 때 인간이 서로의 몸짓과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곧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언어가 ‘바디랭귀지’, 즉 몸의 언어라는 점을 부각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춤을 넘어, 감정과 생각,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의식적인 이해를 나타내는 소통의 방식으로 느껴졌다.


특히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점차 하모니를 맞춰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언어가 서로 다른 한국과 캐나다의 무용수들이 ‘춤’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점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몸을 사용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는 국경을 뛰어넘고,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여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이 작품은 신체를 통한 소통의 힘을 강력하게 보여주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이 몸짓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보며, 관객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몸의 움직임은 마치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본성을 꺼내어 놓는 듯했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춤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결국, HBE 무용단의 <몸>은 단순한 무용 공연이 아닌, 우리가 '몸'을 통해 어떻게 더 깊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하나의 철학적 탐험이었다. 이 공연은 예술이 어떻게 언어를 초월하여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빛과 음악이 극대화시킨 춤

 

이번 공연에서 춤을 극대화시킨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빛’과 ‘음악’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나에게 현대무용의 난해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장치이기도 했다. 빛과 음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춤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고, 감각적으로 신선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특히 현대무용은 전통적인 규범과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표현을 시도하기 때문에, 빛과 음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무용수들의 동작을 강조하고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빛은 작품의 흐름에 맞추어 다채롭게 변하며 무용수의 모든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적재적소에 따라 조명은 다채롭게 변화하며 무대에 깊이와 입체감을 부여했다. 빛의 강약과 색채 변화를 통해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그림자와 함께 어우러져,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몸의 생생한 표현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때로는 무대의 일부분만을 환하게 비추어 관객의 시선을 특정 움직임에 집중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어두운 무대 속에서 스포트라이트 하나만이 무용수의 실루엣을 비춰 그들의 움직임을 신비롭게 연출하기도 했다.


음악 또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강렬한 감정적 깊이와 리듬감을 더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렬한 EDM 음악이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때, 무용수들의 동작은 더욱 역동적이고 힘차게 표현되었으며, 박자에 맞춘 빠른 움직임들은 에너지와 활력을 가득 담고 있었다. 반면, 잔잔한 앰비언트 음악이 흐를 때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유연하고 부드러워졌으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러한 음악의 변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용수들의 감정 상태나 작품의 분위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결국, 빛과 음악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라,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어우러져 공연 전체의 감정선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도구였다. 이들은 관객이 현대무용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표현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작품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한층 더 생동감 있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조화로운 연출 덕분에 나는 현대무용이 가진 난해함을 넘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공연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나 좀 봐봐!'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자유롭고 평범한 움직임 속에서도, 무용수들은 서로의 몸짓에 깊이 귀 기울이며 무언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굳이 "나 좀 봐봐!"라고 외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의 몸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각자의 움직임은 하나하나 개별적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무용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과정이 경이로웠던 현대무용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무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확실히 낮아졌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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