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베이스의 매력을 알리는, 뮤지션 유튜버 스노전

“거창한 메시지가 아니어도, 제 창작물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해요.”
글 입력 2024.09.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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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유튜브나 SNS 플랫폼은 '책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책을 카테고리별로 많이 꽂아두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꺼내 볼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스노전(Snozern) 인터뷰 中

 

 

콘텐츠가 무한히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 시대에서, 추천 알고리즘은 나의 관심사로만 가득 찬 세계로 안내해 준다. 눈앞의 작은 것을 크게 보기 위한 용도의 돋보기는 어느새 온라인에 없으면 안 되는 검색의 역할이 되었고, 심지어 내 생각까지 들여다보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요즘 내가 검색한 단어 "베이스"에서 파생된 콘텐츠들을 보던 중, 스노전의 베이스 연주 영상이 재생되었다. 우연히 발견한 그의 책장 속에는 음악과 일상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까지 갖추고 있었다. 특히 본인을 홍보하기 위해 셀프로 만든 영상 의도가 실제로 나에게 적중하며, 이 인터뷰 글이 탄생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처럼 대화를 나누며, 검색만으로 미처 알지 못한 에피소드들도 전했다. 스노전의 이야기로 채워진 다채로운 책장 속에 그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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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인 제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하는 스노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활동명인 '스노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제 본명이 '전승호'인데, 중학교 때 별명이 되게 많았어요. '띵호'도 있었고 '뚱호', '숭어'··· 그중에 '스노'도 있어서 성을 붙여 만들었어요. 그런데 영어로 쓸 때 j보다는 z가 텍스트 디자인으로 봤을 때 더 멋있는 것 같아서, 'Snozern'이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세상 밖으로 전하는 음악


 


 

 

가장 최근에 발매된 'Don't try this at Home (Feat. Lotionmoney)'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간단한 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에 발매한 EP [Feel at Home]이나 홈세션 콘텐츠처럼 '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노래인데요. 릴스 중에 전동 휠체어 탄 할아버지가 "Don't try this sh#t at Home!" 하면서 가는 영상을 보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로션머니(Lotionmoney)라는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 작업하면서 "우리 이 주제로 한 번 노래 만들어보자."해서 비트 틀어놓고 잼 하듯이 하다가 'Don't try this at Home~' 이렇게 만들어진 곡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앨범, 콘텐츠에 '집'이라는 주제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 작업실이 집에 있는데, 외국 뮤지션들 집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마룻바닥에 카펫 있고 신발 신고 다니는 그런 영상들을 보다 보니까 '나도 저렇게 따라 해 봐야지.'하면서 집에 대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집이라는 키워드에 애정을 쏟았던 것 같아요.



뮤비 소개 글에 'Don't try this at Home'을 직역하면 '집에서 하지 마라'는 뜻이지만, 넓은 의미로 '꿈을 좇고 싶으면 집을 떠나 도전해 봐'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글이 인상 깊어요. 혹시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문장일까요?


이게 사실 로션머니라는 친구가 뜻을 풀이해서 "형,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때?"라며 이야기를 한 거예요. 신기하게도 제가 음악을 해왔던 과정들을 녹여낸 문장이었어요. 이 의미를 좀 더 넓게 봐서 뮤직비디오도 재미있게 찍어보자 한 거죠.


(뮤직비디오 찍은 공간은 스노전 님 작업실이죠?) 놀랍게도 그 친구(로션머니)의 집입니다.


(정말요? 여기랑 되게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렇죠. 그래서 저도 놀랐어요. 그 친구 집을 그날 처음 간 건데, 집이 너무 제 스타일인 거예요. '오, 뭔가 통하는 게 있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었어요.


(앞으로 스스로에게 'Don't try this at Home'이라고 외치면서 이루고 싶은 꿈도 있나요?) 너무 있죠. 내 공간에서 만든 작업물을 가지고 세상으로 뛰쳐나가 널리 알리고, 좋은 에너지를 전파해라?(웃음) 이 노래를 작업하다 보니까 저의 가치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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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인 제공

 

 

이번 신곡 발매 기념 미니 쇼케이스뿐만 아니라,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 오르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이 질문에서 한 15-20분은 생각한 것 같아요. 정말 무대를 많이 해봤는데 기억에 남는 무대가 뭐가 있을까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무대에 섰던 날이 생각났어요. 중학생 때 악기를 처음 배웠고, 영화 '스쿨 오브 락'을 보고 밴드부를 만들었는데요. 제가 중학교 3회 졸업생인데, 선배들도 안 만들어주던 밴드부를 저랑 친구들은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어렵게 만들었어요.(웃음) 축제 무대에서 스쿨 오브 락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를 커버했는데 굉장히 엉망진창이었겠죠. 지금은 그 무대 위에서의 기억이 정확히 잘 안 나지만, 첫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중학교 1학년 축제 무대를 꼽고 싶어요.


(아직 참여 안 한 공연이나 페스티벌 중에 오르고 싶은 무대도 있으신가요?) 이제는 제 이름으로 된 '단독 공연' 무대에 한번 서보고 싶어요. 사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나가고 싶었는데, 제가 애정 하는 뮤지션인 제이슨 리 님과 올해 무대에 올랐습니다.(웃음) 그리고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라는 곳에도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요. 얼마 전 엔믹스(NMIXX) 라이브 무대를 촬영하고 왔어요. 놀랍게도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역시 밴드마스터 제이슨 리 님의 진두지휘 아래 멋지게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TMI로, 제가 요즘 빨간 셔츠 입은 베이시스트 캐릭터를 밀고 있는데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촬영하고 왔어요.(웃음)


(세계관에 진심이시네요.) 그럼요. 엔믹스 세계관에 믹스하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스노전 님의 앨범에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요? 본인의 음악 스타일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저의 곡 중 'Just do it'이라는 문장 자체에서 다 설명되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을 내려고 했을 때에도 그렇고 제가 다루고 있는 콘텐츠들도 그렇고, 뭔가 하려고 할 때 생각이 많아지니까 시작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아, 그냥 일단 하자!'하면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며 쌓아둔 곡을 발매하기도 하고, 일을 많이 벌려 놓는 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Just do it'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음악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사실 이 질문에서도 많이 막혔어요. 질문에 답할 아티스트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특정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넓은 의미로 말하자면, 한국에 있는 뮤지션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뮤지션들과도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꼭 어떤 위치에 올라가 있는 뮤지션이나 창작자가 아닌,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어도 음악적으로든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이든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에너지가 서로 잘 맞는다면 전 다 열려있어요.

 

 

 

누구나 꺼내 보는 스노전의 책장



베이스 소개와 베이시스트의 현실을 짧은 영상에 재치 있게 담아, 많은 공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런 숏폼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사실 요즘 숏폼의 시대잖아요. 저도 릴스나 쇼츠를 많이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베이스 영상뿐만 아니라 개그맨들이 상황극처럼 짧게 표현한 것들도 보면서, 이거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엮으면 대중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생각나는 대로 다 메모장에 적어놔요.


(베이스 소개와 연주 영상, 그리고 재미있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니까 유입도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래 커버 영상만 올리다가 콩트 영상을 한번 올려봤는데 거기서 반응이 엄청 터졌어요. 그러다가 제가 중독이 돼서(웃음) 콩트 영상을 많이 제작했어요. 그런데 그런 영상들을 너무 올리다 보니까, 이 채널은 비하만 엄청 한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그걸 보고 제 스스로 긁힌 거예요. '아, 맞네.' 이 생각이 들면서, 제가 왜 이런 콩트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콘텐츠도 올렸어요. 그리고 그 댓글을 계기로 '정보 주는 콘텐츠와 연주 영상, 콩트'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분산시키면서 올리고 있어요.


 

예전에 '베이스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숏폼 영상을 올리신 적이 있는데, 요즘 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모습이 펼쳐졌을 때 베이스의 대중화를 실감할 것 같으신가요?


이것도 정말 제 콘텐츠들을 다 보셨다는 게 느껴질 정도의 질문이었는데요. 제가 '베이스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문장을 좋아해요. 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를 1~10으로 봤을 때, 전에는 3 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 4.8?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슈퍼밴드'처럼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이 프론트로 나오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적재 님의 합주 콘텐츠를 통해서도 노출이 많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밴드 붐은 온다'고도 하고, 그런 워딩들이 뉴스에서도 보이니까 조금은 실감하고 있는데요. 초중고, 대학생 친구들이 악기를 메고 지하철을 타거나, 동아리 밴드에서 커버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일 때 베이스의 대중화를 더 실감할 것 같아요.


(이 기회에 베이스의 매력도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베이스 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없으면 진짜 허전하거든요. 비유를 하자면 오랜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오랜 친구가 있으면 엄청 익숙하지만, 그 친구가 없으면 아마 되게 허무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베이스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아실 겁니다. 여러분.(웃음)

 

 

 

 

뮤지션의 공간으로 찾아가 인터뷰하는 '홈세션(Home Sessions)'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 콘텐츠의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저의 '자격지심' 한 단어에서 시작되었어요. 음악 활동을 하다 보면 공연이나 파티 그런 곳에서 불러줬으면 하는데, 안 불러주는 거예요. 한 2~3년 전쯤에 혼자 자격지심에 빠진 거죠. 그래서 누가 안 불러주면, 내가 장을 열어서 내가 출연해야겠다 하고 콘텐츠가 시작됐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거고요.


(홈세션 게스트 섭외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씬에서 요즘 폼이 좀 올라오고 있거나 떡상할 것 같은 뮤지션을 제가 컨텍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아티스트 중에 거니(g0nny)라는 친구가 있는데, 팔로워가 1만도 안됐을 때 제가 유튜브 뮤직을 통해 처음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서 저점에 매수를 했습니다.(웃음) 홈세션이 그런 식의 취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친한 사람 아니면 뮤지션의 공간을 볼 일이 없고 TMI를 들을 기회도 없을 텐데, 홈세션이 그걸 해소해 주는 느낌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홈세션을 만들면서 '이걸 누가 볼까?'라는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정성을 들여서 늘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의 유튜브나 SNS 플랫폼은 '책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책을 카테고리별로 많이 꽂아두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꺼내 볼 수 있게끔 하는 거죠.



홈세션을 보면서 '인디펜던트 뮤지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인디펜던트 뮤지션이기에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을 테고 반대로 비즈니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각각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장점으로는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고, 결재받아야 할 사람도 없잖아요. 그와는 반대로 단점이 너무 크긴 해요. 일단 '재정 문제'가 가장 크고, 여러 사람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이 찾아와요. 예를 들어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기획자가 있어야 하고, 컨텍하고 미팅도 하면서 관계도 형성해야 하고, 공연을 하려면 공간에 대한 것들도···. 그런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사실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데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스노전 님은 회사에 소속될 생각은 없으신가요?) 지금 이렇게 콘텐츠를 많이 만들기 전까지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런데 혼자 모든 걸 해오면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를 찾게 되더라고요. 사실 재정적으로 어려울 뿐이지 최소한의 예산을 가지고 잘만 한다면 인디펜던트 뮤지션이 오히려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만약에 회사에 소속되어도 뮤지션보다는 크리에이터로서 들어갈 것 같은데, 아직은 혼자 하는 게 재미있어서 회사 생각은 없습니다.

 

 

 

 

홈세션 공통 질문으로 '본인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곡'이 있더라고요. 이번에는 스노전 님께 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5월에 발매된 '하나만 골라봐 (Feat. g0nny)'라는 곡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전에 나왔던 곡들도 물론 제가 좋아하고 정성을 들여 만든 앨범이지만, '하나만 골라봐'라는 곡을 기준으로 제 방향성이 잡힌 것 같아요. 주제도 그렇고 사운드, 테크닉적으로도 전체적인 방향성이 조금 더 완성된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니라는 친구와 노래 만들기 전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저의 가치관을 생각해 주며 써줘서 애정이 가는 곡입니다.



아이유, 뉴진스 곡들을 리믹스해서 올리기도 하셨어요. 원곡의 느낌과 스노전 님의 음악 센스를 모두 담아낸 점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원곡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담감도 조금은 들었을 것 같고요. 작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많이 쓰시나요?


사실 부담이 좀 됐었던 게, 리믹스의 세계가 진짜 미친 실력자들의 세계더라고요. 아카펠라를 따와서 나머지 트랙들을 만드는 걸 리믹스라고 하는데, 처음 했을 때 이 개념도 잘 몰랐었어요. 제가 처음 리믹스한 곡이 뉴진스의 'Ditto'라는 곡인데, 오히려 제 곡을 작업하는 것보다 리믹스할 때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리믹스 작업을 하면서 곡 만드는 프로세스가 잡혔다고 해야 하나? 그런 과정들이 정리된 상태에서 나온 곡이 '하나만 골라봐'라서 더 애착이 가는 거고요.


제가 리믹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리듬'이에요. 저는 코드보다도 드럼이랑 보컬 아카펠라를 가장 먼저 찍어요. 그래서 어떤 코드 없이도 리듬만으로 그루브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고,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작업해나가는 편이에요.



홈세션, 리믹스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 등 아트웍도 직접 만드시던데, 이 분야에도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진짜 많았어요. 얼마 전에 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음악 말고 미술에 관한 이야기가 되게 많더라고요. 기억을 되새겨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고 뭔가 만드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콘텐츠의 비주얼적인 부분들을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예를 들어 뮤지션과 뮤지션끼리는 능력 트레이드가 되거든요? 그런데 비주얼 아트 하는 분들과는 트레이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뭔가 부탁하기도 좀 그렇고, 매번 하자니 비용적인 부분도 많이 들 것 같아서 제가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베이스 커버 영상을 보면 감탄밖에 안 나오는데요. 베이스 라인 구성하고 영상 찍는 데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커버 영상을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거나 재밌었던 곡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매번 다르긴 하지만, 보통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효율을 생각하다 보니까 제 기준에서는 1시간도 되게 오래 걸리는 거예요. 베이스 라인은 기존의 라인을 토대로 조금 다르게 연주하는데, 영상 찍기 직전에 10분 정도 연습하면 50분은 영상 촬영을 하는 것 같아요. 원래는 하이라이트 부분 위주로 올렸었는데, 요즘에 풀버전을 찾는 분들도 있어서 길게도 해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커버 영상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곡은 최근에 올린 엔믹스 '별별별 (See that?)'인 것 같아요. 그전에는 실리카겔 'NO PAIN'이었고요. 뭔가 락적인 성향을 띠는 노래들은 몸에 힘을 주면서 연주하다 보니까, 연주가 끝나고 나면 힘이 확 빠져요. 그래도 힘든 만큼 가장 재밌었던 곡이기도 해요.




전승호와 스노전의 삶


 

베이스를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쌍둥이인데, 평생을 똑같은 걸 잡고 살았어요. 옷, 신발, 공간까지. 그리고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중고등부 올라가서 형들이 저랑 동생 둘 다 통기타를 쥐여 준 거예요. 평생을 똑같이 살았는데 이것까지 똑같을 수 없다(웃음) 해서 "네가 기타 해, 내가 베이스 할게!" 했죠. 그리고 베이스가 4줄이라 좀 더 쉬워 보여서 했어요.(웃음)


그런데 이게 참 사람 운명이라는 게, 그렇게 골랐지만 베이스를 안 했다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 있는 악기예요. 동생하고도 "우리가 반대로 골랐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야기하는데, 어떤 연주를 통해서도 들어오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처럼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스노전 님이 기타를 했다가 안 맞아서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고요.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재밌죠. 힘이 많이 되고.



베이스를 배우고 싶어 하거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너무 있죠. "인내하라."(웃음)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음악 용어 중에 '오스티나토(ostinato)'라고 반복되는 운율을 나타내는 게 있어요. 베이스라는 단어 뜻 자체도 밑바탕이 되는 단어이고, 반복되고 뼈대가 되는 역할이잖아요. 그 역할을 꾸준히 하고 인내하다 보면 빛을 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베이스 독학도 추천하시나요?) 독학도 괜찮아요. 저도 중학교 1학년 때 독학으로 시작했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레슨을 처음 받아봤어요. 요즘은 워낙 유튜브에 잘 올라와 있어서 독학하다가, 디테일을 좀 잡고 싶다면 레슨받는 것도 괜찮죠.


(혹시 악보 올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 요청이 진짜 많이 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악보 그리는 걸 너무 귀찮아해서.(웃음) 제가 친 거를 그대로 적어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 같긴 한데,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공연이 없는 날, 스노전 님은 어떤 일상을 보내시나요?


보통 두 가지의 패턴이 있어요. 제가 친구들 만나는 걸 좋아해서 맛있는 거 먹고 수다를 엄청나게 떱니다.(웃음) 그리고 혼자 있을 때에는 집안일하는 걸 좋아해요. 유튜브로 작가님들이 운영하는 영상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청소하거나 집 꾸미기를 좋아해요.



지금까지 음악 관련 일만 해오신 건가요?


제가 사실 투잡을 하면서 음악 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주변에서는 잘 모르지만, 대학교에서 교직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인 여유가 안 생길 것 같은 거예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돈에 너무 집착할 것 같고요.


겉으로는 뮤지션이라는 직업이 화려해 보이고 밝은 모습만 보이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어렵거든요. 제 삶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100 중에 60 정도는 아직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힘든 것들을 할 때, 빨리 가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저로서는 교직원 일이 세컨드 잡이지만,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메인 잡이잖아요.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해 주고 편의를 많이 봐주기는 하지만, 그 공동체에서는 저도 메인 잡인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그런 충돌들로 인해서 힘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궂은일이나 출장 같은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제가 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요즘 등가교환이라는 걸 많이 떠올리는데, 내가 뭔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함을 늘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대중들이 스노전 님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줬으면 하나요?


이 질문을 보자마자, '친근한 형'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아티스트들은 묵묵히 멋있는 작업물로 팬들과 소통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요즘에는 "애들아 형이~" 이런 식으로 형 컨셉을 잡고 있어요. 저는 음악, 영상 콘텐츠 같은 어떤 창작물을 만들 때 메시지를 담고 싶어 하는데요. 거창한 메시지가 아니어도, 제 창작물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음악을 떠나서 잔소리 많은 편한 형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럼 직업명으로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그게 아직도 좀 어려운데, 요즘에는 '베이시스트', '음악 하는 사람', '유튜버' 이렇게 3개 정도로 얘기해요. 나중에는 '음악 하는 크리에이터'로 융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금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 저를 알리는 데에 계획이 있어요. 우주선으로 비유하자면 일단 궤도에 저를 올리는 거죠. 그 과정 중에 노이즈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저를 먼저 알린 다음에 제 음악이나 콘텐츠들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 창작자로서 실력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누군가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있을 수 있는 창작자가 돼서, 음악적으로 도움을 주고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누구에게나 어떤 대상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조금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보다 건강하게 풀어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식으로 건강하게 풀 수도 있어!'라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창작자가 되겠습니다.




PRESS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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