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자전거와 함께 춤을 - 1

글 입력 2024.09.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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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퇴근을 마친 내가 발에 불이 붙은 듯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뛰어간다. 실시간 교통 및 배차 시간을 알 수 있는 지도 어플에서는 1분이라는 시간이 깜빡깜빡 빛나고 있다. 헉 헉 헉 .. 가쁜 숨을 내쉴수록, 또 빨라지는 심장 박동수가 느껴질수록, 이 핸드폰의 시한폭탄은 더 가감 없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성큼, 성큼. 개찰구로 향하는 계단을 2개씩 오른 탓에 금방이라도 쥐가 날 것 같은 다리를 이미 내버려둔 채 나의 목적은 오직 이 역사를 빠져나가는 데에만 맞춰져 있다.

 

하필 이럴 때일수록 개찰구가 카드를 태깅하는 시간은 왜 이리도 답답하게 긴 건지. 내 몸보다 먼저 나선 카드를 든 손이 태그 기기에 먼저 닿자, 다시 빠른 속도로 개찰구를 통과하는 나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다. 대망의 에스컬레이터. 계단보다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이 친구도 꽤 성격이 급해 나와 같이 움직여준다는 것이다. 내가 한걸음을 걸으면 이 친구도 똑같이 한걸음을. 그렇게 한 걸음 없는 두 걸음이 완성된다.

 

핸드폰은 주머니에 쑤셔 넣은 지 오래다. 이젠 카운트다운을 볼 여유조차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앉는 일만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앉은 자리에서 편안히 숨을 고르며 예상한 시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미 집에 도착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을 때쯤, 정류장이 보였다. 마곡나루역 2번 출구와 불과 50미터 거리로, 한눈에 들어오는 정류장이다. 이곳은 배차 악명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6642라는 이름의 버스가, 배차 시간이 무려 평균 10분이다. 아니 15분 이상일 때도 있다. 더 슬픈 사실은, 이 외 버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뛰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적당한 타이밍에 오는 버스를 타야만 15분이라도 집을 일찍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동일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이미 2분밖에 남지 않은 버스는 결국 눈앞에서 허망하게 놓쳐버렸다. 체념은 잠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기 싫은 선택지를 다시 펼쳐들었다. 자, 첫째. 시간을 버리고 15분을 기다려 버스를 탈 것인가? 아니면 둘째. 몸이 조금 힘들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서 시간을 아낄까. 세번째 걸어간다는 선택지는 이미 제외한지 오래다. 역에서 걸어간다면 꼬박 30분이 걸리는 거리이기에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다.


 

"남아있는 자전거가 있을까? 제발 하나만이라도 있어라.."

 

   

이 간절한 마음과 함께, 이미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시간은 오후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시간에 마곡나루역에 내리면, 빌릴 수 있는 따릉이는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결함이 없는 자전거들은 이미 사람들이 선점한 지 오래. 남은 것들은 대여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기대하지 않고 다가간 따릉이 대여소에는, 웬걸! 따릉이가 한 대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대였다.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 발걸음으로 달려가 QR코드를 찍어보니 대여도 가능했다. 기쁜 마음에 힘껏 올라탔지만,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안장이 지나치게 낮았다. 아무리 애써봐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안장에 앉으니, 발이 땅에 닿았다. 아니, 무릎이 굽혀질 정도였다.


우선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마음먹었으니, 어떻게든 가보겠다는 일종의 독기였다.

 

그길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 2 에서 계속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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