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흔한 이름, 남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9.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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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있는 산, 남산은 너무나도 흔한 이름이다. 경주와 서울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많은 남산이 있다. 이렇게 무신경한 이름으로 불리는 남산에 대해 당신의 애정 어린 시선을 잠깐 머물게 하고 싶다.

 

나에게 익숙한 남산은 서울의 한 가운데에서 빛나고 있는 남산이다. 서울은 수많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크게는 수락산, 북한산, 남한산, 관악산이 있고 가까이에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 크고 작은 산이 퍼져있다. 그 중 남산은 매일 밝게 도시를 빛내는 도시의 등대, 남산타워가 있어 더욱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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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산은 과거 목멱산, 인경산이라는 고유한 이름 널리 불렸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이곳 정상에 위치한 목멱신사에서 국가의 제사를 지냈으며, 한양의 남쪽 도성으로써 전국 봉수대의 종점인 봉수대와 성곽이 아직도 남아있어 긴 역사를 실감하게 한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남산은 이제 공원으로, 또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명동과 이태원 가까이에 있어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도심의 야경을 보기위해, 또 사랑을 약속하는 이들과 휴식을 찾는 시민들이 찾아온다.

 

야경을 보기위해 찾는 남산타워는 사실 방송전파를 위한 송수신탑이다. 과거 봉수대가 소식을 알리듯 아직도 남산은 서로의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듯 서울을 대표하는 곳이기에 미디어에서 남산타워와 그 일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무빙>에서 남산자락에 위치한 중앙정보부에서 일하던 조인성과 한효주의 데이트 장소는 ‘남산 돈까스’였으며, <무한도전>의 <텔레파시 특집>에서 팔각정을 오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또 오래전 방영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왔던 ‘삼순이 계단’에서 여전히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남산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다. 가위바위보를 하며 즐겁게 오르내리는 긴 계단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어 지금은 그 일부만 남은 것이다. 경복궁을 바라보고 있는 남산 중턱에 일제는 조선신궁을 건설했다. 1925년 조선신궁을 완공했고, 20년이 지나 광복하자 철거되었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참배로 계단이 380여 단에 이르러 그 위용을 과시했다. 이 계단은 시간이 지나 지금은 줄어든 모양으로 아직도 남아 우리의 과거를 알려준다.


또 앞서 무빙 드라마에서 언급했듯, 남산은 중앙정보부가 위치해있어 박정희 정권부터 이어진 독재 권력의 비호를 위한 특별임무를 위해 이용되었다. 현재 우리가 관광을 위해 편하게 찾는 남산에는 무서운 이미지가 서려있다.

 

이처럼 남산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장소였다. 애국가에서도 남산을 언급하고 있는데, 바로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구절에 등장하는 남산이 우리가 오늘 이야기하는 남산이다. 그런데 지금 남산은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바, 일제에 의해 남산이 파괴되며 울창했던 소나무를 베어내고 아카시아 나무 등 잡목을 심었다. 또 광복 이후 서울이 개발되며 자연이 훼손되었다.

 

이후 남산의 자연을 지켜나가기 위해 남산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숲과 생태를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새매, 소쩍새, 솔부엉이를 비롯해 수많은 동식물이 남산을 터전으로 이 도시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얼마전 서울시장은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남산 순환버스와 케이블카가 운영되어 편하게 산 정상을 오갈 수 있음에도 ‘편의’를 위해 추가적으로 곤돌라를 설치하려 한다.

 

이는 서울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에 운영을 목표로 진행되어, 아직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성급하게 착공이 시작되었다. 곤돌라 설치 및 시간당 1,600~2,000명의 이용객이 추가되는 데에 따른 생태계 영향과 저감 방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민사회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남산의 자연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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