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말 파티 같은 순간 -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

글 입력 2024.09.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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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기운을 아는가? 오랜만에 여럿이 모여 오롯이 한 해를 축하하는 기간.

 

데블스도어 페스티벌에서는 벌써 연말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맞부딪히는 소리와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동료, 가족, 연인 등이 모여 회포를 풀기도 하고 지인들끼리 자리를 이동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페스티벌이라기보다는 조금 자유로운 레스토랑.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재즈는 시작됐다. 난 일단 몸을 맡겼다.

 

첫 번째 팀인 ‘지민도로시 트리오’는 감미로운 지민도로시의 보컬을 필두로 하여 딱 ‘재즈다운’ 신나는 곡들로 포문을 열었다. 25만 팔로워의 음악 유튜버 답게 톡톡 튀는 연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단시간에 끌어 잡았다. 특히 부기우기 장르로 된 마지막곡은 블루스의 리듬을 거세게 보여줬다. 마무리로 악기를 퉁 치며 큰소리를 내자 그보다 더 큰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 팀인 ‘마틴 야콥센 쿼텟(Martin Jacobsen Quartet)’은 연 2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해 내는 전 세계 재즈 페스티벌 섭외 1순위의 뮤지션답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덴마크 태생의 색소포니스트인 마틴 야콥센의 절도 있는 오디오가 인상 깊지만, 무엇보다 폭발적인 드럼 솔로와 추가로 합류한 얀킴의 피아노 솔로는 영화 ‘라라랜드 (2016)’에서의 카메라가 끊임없이 돌며 솔로 파트 연주자들을 비추는 신을 연상케 했다.

 

그들의 연주에 어느덧 사람들의 대화가 자자들었고 그들 또한 틈틈이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들에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재즈. 연주 중간중간 환호성이 계속 터져 나왔다. 뮤지션과 관객의 호흡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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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팀이자 마지막 팀이었던 ‘팀 그루버(Team Groovers)’는 그루브 넘치는 곡들로 이날 공연의 화룡점정을 찍으려는 듯 폭발적인 연주로 활기를 돋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달이 어둠을 밝히는 동안은 재즈가 멈추지 않을 듯한 질주였다. 라이징 스타 정재동과 얀킴, 베테랑 재즈 기타리스트 옥진우와 드러머이자 작곡가인 최보미의 신구 조화는 이곳 레스토랑의 별미였다.

 

영화 '블루 자이언트(2023)'에서 느꼈던 청춘의 열정을 그들은 관객인 나마저 손에 땀이 날 만큼 다시금 느끼게 했다. 아마도 이들 중 한 명의 이름이라도 알아 간다면 축복같은 날이었을 테다. 환상적인 밤을 만들어 준 세 팀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이곳의 배경음인 재즈 연주는 제 할 일을 하겠다며 활기를 돋았고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면 정성스러운 박수가 공연팀을 감쌌다. 그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즈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한껏 꾸며 입은 이들도 자유롭게 티셔츠 한 장 걸친 이들도 모두 귀를 열고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겼다.

 

조금은 프라이빗하게 모여든 이들은 마치 그 옛날 흑인들이 숨어 상호부조로 블루스를 연주하고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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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라기보다는 조금 자유로운 레스토랑이라고 했던가. 물론 내가 시킨 피자가 꽤나 쫀득했고 다른 음식들도 맛스러워 보였기에 베스트 레스토랑이라 부를만하겠다. 다만, 재즈가 온전히 공간을 메운 어느 순간, 이곳은 확실히 ‘재즈 페스타’ 였다.

 

그날 그곳에서는 한 해를 축복하는 연말의 소리처럼 기운찬 색소폰 소리가 내내 울려 퍼졌다.



 

[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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